▲약. 자료사진.
연합=OGQ
탈모치료제 급여화 논의의 가장 큰 명분은 환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탈모치료제는 먹는 약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다. 흥미로운 건 두 성분 모두 출발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전립선비대증에 쓰는 급여 약값보다 탈모 치료용 비급여 약값이 오히려 더 싸다. 전립선비대증용 두타스테리드는 1정에 600~700원으로 한 달이면 약 2만 원인 반면, 탈모치료용은 1정에 250~500원으로 한 달에 7500~1만 5000원 수준이다. 피나스테리드도 마찬가지다.
왜 비급여인 탈모약이 급여인 전립선 약보다 싼걸까? 이유는 지난 글 '
전립선 약과 같은 성분인 탈모 약, 비급여인데도 더 싼 이유'(https://omn.kr/2hh5n)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시장의 치열한 제네릭(복제약) 경쟁 덕분에 비급여 약이 급여 약보다 훨씬 저렴한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탈모약이 건강보험 체계로 들어오면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기존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가격을 기준으로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을 따르거나 함량 비례로 계산될 가능성이 크다. 급여 확대로 예상 매출이 커지면 보통 약가를 5~15%가량 깎는다. 기존 2만 원이던 기준가가 약 1만 8천 원 수준에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1만 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박리다매로 탈모약을 팔던 제약사들이 건강보험이라는 우산 아래서 1만 8천 원이라는 공식적인 '높은 약가'를 보장받게 된다는 것이다. 환자가 실제로 약국에서 내는 본인부담금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보이지 않는 건강보험 재정은 막대하게 제약사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급여화 논의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진짜 승자는 결국 제약사가 될 공산이 크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꼴이다.
탈모약은 정말 안전한 약인가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약의 안전성이다. 생명을 다투는 위급한 질환이 아닐수록, 부작용에 대한 잣대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탈모약 복용 후 성욕저하, 발기부전, 우울증, 심한 경우 자살 충동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심지어 약을 끊어도 후유증처럼 부작용이 유지된다는 보고도 있다.
탈모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졌는데, 약 부작용으로 다른 방식의 삶의 질 저하를 겪는다면 급여화의 의미가 무엇인가. 이런 약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논의하면서 정작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다. 약의 유효성만 강조하고 중대 부작용 위험은 뒷전이 되는 급여화 논의는 위험하다.
탈모치료제 급여화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논의가 단순히 청년층 표심을 겨냥한 선심 정책으로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논의가 의미 있으려면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필수 의료'에서 전반적인 삶의 질 개선까지 확대할 것인지 등 '건강보험 보장성의 원칙'을 새롭게 세우는 건설적인 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의약품의 적정 가격과 부작용 관리에 대한 논의도 함께 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논쟁은 곰이 재주를 부리고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엉뚱한 결말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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