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17 12:04최종 업데이트 26.06.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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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정민

김건희 명품백 수수의혹사건을 심의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아래 검찰수심위) 위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 1심에서 알권리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가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공현진)는 지난 4일 정보공개센터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정보공개센터는 2024년 9월 검찰수심위가 김건희 명품백 사건에 불기소 처분을 권고한 직후, 수심위 전체 위원 명단과 해당 사건 현안위원회 위원 15명의 명단을 공개하라며 대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했다. 이에 대검찰청은 "심의가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위원 명단이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사건 심의에도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라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정보공개센터는 같은 해 12월 수사심의위원회 명단은 공개돼야 한다며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김건희 불기소 처분 권고한 수심위 명단, 왜 비공개하나?

검찰수심위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8년부터 운영되어 왔다. 위원장을 포함해 150명 이상 30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경우 15명으로 구성된 현안심의위원회를 통해 수사 계속 여부나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한다.


정보공개소송이 제기된 김건희 명품백 수수의혹사건의 경우 수심위는 불기소처분의견을 의결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명단은 커녕 위원들의 구체적 표결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검찰수심위는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서도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검찰수심위 위원명단의 경우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라는 대표적 권력형 비위 의혹사건인만큼 절차적 정당성과 심의의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공개가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검찰은 위원 명단이 개인정보라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고, 1심 재판부도 이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수심위를 무작위추첨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공정성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추첨의 공정성은 추첨 과정이 아니라 추첨 대상 모집단의 적절성에서 먼저 결정된다. 150명 이상의 후보군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구성했는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형식적 공정성을 갖췄다고 신뢰하기 어렵다.

무작위 추첨은 편향된 모집단 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검찰이 설계한 풀 안에서의 무작위 추첨을 공정성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시험 출제자가 문제를 공개하지 않고 채점도 혼자 한 뒤 '공정하게 채점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보공개센터, 1심 재판부 판결에 불복해 항소

2023년 12월 11일 김건희씨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연합뉴스

문제는 이 판결이 대법원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경찰수사심위위원명단 공개를 판시한 2023누57724 판결에 따르면 "심의위원회 명단의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심의절차의 투명성, 공공성 및 정당성 확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이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외부위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수심위 정보공개소송 재판부는 이 논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명단이 공개될 경우 사건관계인의 직접 접촉이나 여론 압력으로 위원들의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수사 절차의 투명성을 오히려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수심위 판결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경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의 범위 및 성격, 위원 구성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검찰수심위가 경찰수심위와는 어떤 차이점 때문에 비공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정보공개센터는 '명단공개가 오히려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수심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현안위원 선정 시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이 실제로 지켜졌는지 확인하려면 위원 명단이 공개되어야 한다. 명단 없이는 원칙 준수 여부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제도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장치가 정작 그 공정성 여부를 외부에서 확인하지 못하도록 운영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재판부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사생활 침해를 비공개 근거로 판시하면서, 그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4조 제8항의 '위원 명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논리가 전도된 것이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는 비공개 사유로 인정되는 별도 규정의 범위를 '법률 또는 법률에서 위임한 대통령령·조례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대검찰청 예규에 불과한 운영지침의 비공개 조항은 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사생활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예규의 규정을 비공개 정당화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국가기관이 스스로 만든 내부 지침으로 정보공개법의 공개 원칙을 우회하는 것과 다름없다.

수심위는 검찰권 행사를 외부에서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 제도 운영의 투명성을 국민이 확인할 수 없다면, 제도 자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처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안일수록 위원 구성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검증이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5일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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