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특수교육디지털교육협회(SeeD) 회원들이 에듀플러스위크 특수교육 디지털 대전환 포럼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지훈
-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느린 학습자들도 쉽게 수학, 한글 등을 배울 수 있게 한 앱 운영)와도 협업을 하고 있는데.
"특수교육은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다. 교과서를 개별 학생에게 맞춤 적용하려면 교사의 개별화 역량이 많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에서 에누마의 토도수학, 토도국어라는 앱은 장애 접근성 메뉴나 다언어적 접근, 콘텐츠 구성 방식 등 좋은 기술 덕분에 학습장애 학생들에게 적용하기 좋아 이미 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었다.
이런 앱을 수업 동기 유발 단계에서 투입하면 학생들의 참여도와 성취가 올라가는데, 수업 사례들이 이미 씨드 회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공유되고 있었다. 이에 에누마가 먼저 제안하여 씨드가 기본교육과정 매핑 작업을 같이 하고 선생님들께 에누마 라이선스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토도수학·토도한글을 적용한 수업 사례집을 만들어 배급·보급하고 있다."
- 이런 디지털 교육 앱이나 에듀테크 기술의 '장애 접근성'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토도수학 예를 들면 느린 학습자나 장애 당사자가 쉽게 쓰도록 만든다. 디지털 화면에서 학생이 어떤 이미지를 끌어다 떨어뜨리는 작업, 즉 '드래그 앤 드롭'을 수행해야 한다고 해보자. 마우스를 쭉 끄는 작업을 하기 힘든 장애 학습자는 어려운데, 토도 시리즈는 어느 정도만 끌고 오면 떨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무척 많지만, 장애 유형별로 선호 콘텐츠가 서로 다르다. 어떤 학생은 화려한 자극을 좋아하고, 어떤 학생은 유튜브를 3배속으로 봐도 다 알아듣는다. 시각장애 학생은 어마어마하게 빠른 내용을 다 듣는다. 디지털 교육 자료는 만들어질 때부터 접근성 기능이 들어가 있기만 하면 다양한 학습자들의 학습 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기획할 때부터 접근성을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 많은 선생님께 모모탐사대를 설명했지만 한참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안 선생님은 취지를 단번에 이해하시더라.
"특수학교에서 지체 장애 초등학생의 담임과 부담임을 했기에 그 어려움이 무엇인지 안다. 학교 안에 경사로가 있어도 너무 가파르기도 하고, 활동 지원 보조 선생님과 함께 특별실까지 이동하는 길이 너무 멀고 턱도 있었다. 오래된 학교라 화장실 안에서 휠체어를 움직이기에는 공간이 너무 좁았다. 학생을 변기로 옮기는 걸 돕다가 학생이 위험했던 적도, 내가 위험했던 적도 있었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3년째 일하는데 올해엔 지체장애특성화센터를 담당하고 있다. 작년에는 장애 학생의 입학-전학 배치 업무를 했다. 사실 특수학교에 있을 때는 개별 학생의 어려움만 눈에 들어왔는데, 센터에 와 보니 환경이 주는 어려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체 장애 학생은 접근성이 잘 갖춰진 학교에 배치해야 하는데, 준비가 안 된 곳이 너무 많았다. 접근성이 괜찮다고 해서 어떤 학교에 보냈는데, 정작 특수학급, 특별실, 급식실, 체육관 사이가 너무 멀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더라.
학교 현장이 변화하려면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에서 그 변화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학생과 교사가 참여해 휠체어 접근성에 대한 교육도 받고 휠체어를 직접 타고 접근성 정보를 모으는 모모탐사대는 정말 좋은 콘텐츠다. 우리 학교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민하며, 학교 안에서 정보가 공유되게 하려는 취지도 좋은 접근 방식이다."
'학교가 변해야 한다'는 데까지

▲사단법인 특수교육디지털교육협회(SeeD) 안지훈 대표(오른쪽)가 사단법인 무의의 학교 장애 접근성 데이터 수집 프로젝트 모모탐사대 협력을 논의한 후 무의 홍윤희 이사장과 사진을 찍고 있다.
홍윤희
- 이렇게 학생과 교사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다니며 정보를 모으는 것이 장애인식개선 교육 차원에서 어떤 효과가 있을까?
"기존의 장애 이해 교육은 영상이나 슬라이드를 틀어 주는 수박 겉핥기식이 많았다. 요즘은 좀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미디어 보고 학습지를 풀어 보게 하는 정도다. 하지만 인식 변화가 있는지 보면 아닌 것 같다. 모모탐사대의 경우는 스스로 어려움을 확인해 보고, 그 절차들을 직접 거치며 느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식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예 학교 교육과정 안에 녹아들 수 있다면 좋겠다.
보통 장애를 가졌다고 하면 그것을 개인의 결함으로 받아들이는데, 그렇게 되면 접근성도 인식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 문제가 아니라 저 아이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해하려 해도 그것은 동정심에 불과하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어려움을 겪고 문제를 해결해 가며 '환경이 장벽을 만든다'고 느끼는 순간 '학교가 변해야 한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 접근성이 잘 되어 있는 학교 교장선생님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자기 학교의 접근성이 좋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길 꺼린다더라. 장애 학생이 몰릴까 봐 그렇단다.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 그러니 모든 학교가 다 휠체어 접근 정보를 공개하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모모탐사대 프로젝트에서 제도 개선안도 연구하시게 됐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게 될까?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장애 학생들에게 요청을 받을 때 접근성 좋은 학교들을 알아보는데 이런 데이터가 남지를 않는다. 개별 교사가 매년 알아본다. 인수인계도 잘 안된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접근성 데이터가 교육적 지원에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럼 모아야겠네'가 될 것이다."
- 교육에서 접근성은 얼마나 중요하고, 국가 교육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까?
"디지털 접근성에 관심이 많다. 전 정부에서 AI디지털교과서 사업을 할 때 따로 접근성 부분을 고민했었는데, 접근성은 마지못해 하는 것에서 벗어나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교육제도를 마련할 때나 교육 콘텐츠를 고려할 때,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그리고 국가가 AI 관련 교육을 생각할 때도, 특수교육을 끼워넣기 식이 아닌 모든 파트에서 접근성과 포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AI 기술은 서비스 개발 초기부터 접근성을 꼭 감안해야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