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는 이화영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사2024-06-07
연합뉴스
12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 5일차 공판에서 검찰은 시작과 동시에 배심원들을 향해 다소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배심원께서 계속 이 재판에서 나무를 유심히 다뤘는데, 혹시 오늘 출석할 때 법원 앞에서 가로수 본 적이 있습니까? 법원 오다가 나무를 본 거 있습니까? 거수해보시겠어요?"
배심원들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고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에 질문을 한 임현진 검사는 "아무도 못 봤지 않냐"라고 되물은 뒤 이렇게 말했다.
"가로수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띄엄띄엄 심어져 있습니다. 심어지지 않고 띄엄띄엄 심어져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봐도 산사태 예방에 어떤 도움을 주겠습니까?"
임 검사는 왜 이런 말을 꺼냈을까. 공소사실의 기초가 된 '금송'과 '주목'이 주로 정원수와 조경수로 쓰이는 만큼 홍수와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산림복구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가 추진했던 묘목지원 사업 자체가 허위 목적이었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사는 검찰의 이른바 '가로수 논리'를 증인들의 진술과 실제 기사까지 동원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배심원석에서는 김 변호사의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묘목 지원 사업을 허위 목적으로 추진했고, 중단된 북한 어린이 영양식(밀가루) 사업까지 재개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했다.
김현철 "주입, 저는 안 하려고 합니다"... "너무나 허무맹랑한 기소"
검찰의 쟁점별 의견 제시 후 반론에 나선 김현철 변호사는 예상 밖의 이야기부터 꺼냈다.
"원래 만들었던 PPT를 다 없앴습니다. 어젯밤 새로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주입입니다. 저는 그걸 안 하려고 합니다."
김 변호사는 배심원들을 향해 "여러분의 지적 능력을 신뢰하기로 마음먹었다"라고 말했다. 검사들이 반복 설명을 통해 특정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다면 자신은 증인들이 실제 법정에서 한 말을 중심으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김 변호사는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차이부터 설명했다.
"누군가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민사사건에서는 '증거를 내라'고 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누군가의 진술이 조서가 되면 그것 자체가 증거가 됩니다. 사람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는 형사재판에서 오히려 말에 대한 신뢰가 너무 쉽게 인정되고 있습니다. 증인의 말을 들을 때는 반드시 의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안부수(아태협 전 회장)를 비롯해 검찰 공소사실의 기초를 쌓은 김성태(쌍방울 전 회장)와 방용철(쌍방울 전 부회장) 등의 진술은 객관적 뒷받침이 부족한 반면 전문성과 권한을 가진 공무원 증인들의 증언은 그 무게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이 가장 힘주어 설명한 대목은 금송과 주목이 산림복구용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다 나온 것이 "법원 오다가 가로수를 본 적 있습니까"라는 질문이었던 거다.
임 검사는 "이런 나무가 어떻게 산사태를 예방하고 홍수를 막겠냐. 빠르고 잘 자라는 나무를 대규모로 심어야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금송과 주목은 홍수와 산사태 방지를 위한 목적에 필요한 수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처음부터 산림복구를 위해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 김성혜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저는 이 사건 기소가 너무나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법정 TV 화면에 '도시를 바꾸는 가로수, 왜 중요한가. 산림청이 핵심만 묶었다'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를 띄웠다. 산림청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였다.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도로변 수목은 복사열을 줄이고 보행자의 체감온도를 낮춰 도심 열섬 완화에 기여한다. 잎과 나뭇가지가 미세먼지와 배출가스를 포집·완충해 호흡 환경을 개선하고, 비가 올 때는 빗물을 일시적으로 붙잡아 도심 배수 부담도 덜어준다. 겨울철에는 바람을 막아 냉기를 줄이고, 사계절 내내 조경과 색채 변화를 통해 거리의 심리적 피로를 완화하는 순기능도 크다.'
기사를 공개한 뒤 김 변호사는 검찰의 논리를 겨냥해 "가로수가 재해예방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논쟁에 빠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전날 증인으로 나온 산림청과 통일부 직원의 증인신문 내용을 꺼내들었다. 전날 국참에서 산림청 직원은 검찰 주장과 달리 북한의 산림복구 개념이 남한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산림청 직원은 "북한에서는 수림화와 원림화를 함께 이야기한다. 마을숲이나 생활권 주변의 경관 조성도 조림의 한 종류다. 북한에서 말하는 산림복구는 단순히 산에 나무를 심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통일부 고시도 꺼내들었다. 고시에는 '산림복구 및 환경보전'이라는 표현이 함께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전날 증인으로 나온 통일부 직원도 언급했다.
해당 직원은 당시 통일부가 산림청, 국정원 등 관계기관 의견을 조회한 뒤 반출 승인을 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통일부 직원은 "당시 반출 물자는 몇십 cm짜리 묘목이었다"며 "가격도 몇 천 원 수준으로 반출 승인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여기에 힘을 실었다.
"산림청이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통일부가 승인했습니다. 국정원이 협의했습니다. 경기도는 그 절차를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적합성을 판단할 권한도 없는 사람이 초기에 작성한 보고서 하나를 근거로 범죄라고 하는 것이 상식에 맞습니까."
김 변호사는 북한 <노동신문> 내용을 인용한 <통일뉴스> 기사도 제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산림복구 사업을 지시하면서 사용한 표현이었다. 김 변호사는 이것이 북한식 산림복구 개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은 산뿐 아니라 마을 주변의 나무까지 사라졌습니다. 산과 생활권을 구분할 이유가 없습니다. 온 나라를 다시 푸르게 만드는 것이 북한이 말하는 산림복구입니다. 이 논쟁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형사재판의 원칙을 상기시켰다.
"검사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검사의 주장은 오히려 변호인처럼 이야기했습니다. '고급 별장에 심기 위해 보낸 것 아니냐'는 가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사는 가정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재해예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저는 이 사건 기소가 너무나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에 심지 않으면 범죄입니까. 북한이 사용하는 산림복구라는 개념을 이해한다면, 이런 공소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5일차 오후까지 이 전 부지사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공방은 끝났다. 오후 3시 30분부터 차주 진행되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에 대한 모두진술이 진행된다.
이 전 부지사는 2024년 10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상용 검사 탄핵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술을 마신 것은 한 번이었는데, 회덮밥에 연어에 여러 가지 과일에 소주까지 와서 다 끝났나 보다 이런 생각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제공된 음식이 연어회, 회덮밥, 국물 요리, 술, 음료가 맞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대답하면서 해당 날짜가 2023년 6월 18일 또는 30일이라고 했다.
검찰은 수원지검과 수원구치소 기록, 관계자 진술 등을 근거로 '연어 술파티'는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이 전 지사가 위증을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스스로 한 진술의 임의성을 부인하기 위해 검찰청에서 술을 제공받았다는 허위 주장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내용을 공소사실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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