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16일 서울 대법원 대법정에서 새만금 사업의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원고·피고측 대리인·참고인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새만금 전체를 담수호로도, 해수호로도 완성하지 못하는 현 딜레마를 풀기 위한 현실적 선택지, 한발 더 나아간 조치를 말하고 싶다. 대법원판결에 나온 시사점을 다시 꺼내 보는 것이다. 만경호와 동진호를 어떤 기능의 수역으로 운영할 것인가? 두 호수의 역할을 새롭게 정하고 거대한 자연의 복원력을 따라가 보는 방안을 제시한다.
만경호를 중심으로 방조제 일부 구간의 선택적 개방과 교량화를 검토할 수 있다. 더해서 항로·해수교환·생태복원 기능을 결합한 '관리형 내해 체계'를 세울 수 있다. 인위적인 펌프나 설비 가동에 의존하기보다, 서해의 조석 에너지와 자연 순환 기능 자체를 엔진 삼아 수질 개선과 생태 회복을 도모하는 접근이다. 동진호는 반대로 안정적인 담수 확보와 홍수조절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농업과 산업을 지원하는 담수 공간으로 운영할 수 있다.
만경호 관리형 내해화가 검토되는 이유는 수질 개선 말고도 이유가 있다. 소중한 자연자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라갯벌이다. 만경강 하구 북측에 있는 수라갯벌은 새만금 방조제 건설 이후 내부 갯벌의 상당 부분이 매립과 준설로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생태적 가치가 있는 장소다. 수라 갯벌은 멸종위기 조류와 저서생물을 포함한 60여 종 이상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 새만금이 보유한 핵심 생태공간 가운데 하나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자산이기도 하다.
수라갯벌이 복원된다면 어떨까. 생태계 보전 말고도 여러 가치가 있다. 갯벌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장기간 저장하는 대표적인 블루카본 생태계다. 수라갯벌이 복원되면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이바지하는 자연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투자시장이 요구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RE100 체계 속에서 새만금 개발의 국제 정당성을 강화하는 자산이 될 것이다.
복원된 갯벌의 탄소흡수 가치와 생태계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또 이를 탄소시장이나 생태계 서비스 보상 체계와 연계할 수도 있다. 그 수익이 지역 어민과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면 주민들은 단순한 개발의 수혜자나 피해자가 아니라 자연자산을 함께 관리하고 보전하는 주체로 나설 것이다. 수라갯벌의 복원은 자연과 지역경제, 그리고 주민의 삶을 연결하는 새로운 발전 모델이다. 새만금이 추구해야 할 미래 모습일 것이다.
지난 34년 동안 새만금은 토지이용계획에 맞추어 물길을 바꾸어 왔다. 부지를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 지금은 기후변화로 극한 강우가 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시대다. 특히 간척지인 새만금의 수리 체계는 도시 안전과 산업 활동, 나아가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물이 어떻게 흐르고 머무르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위험하다. 먼저 물이 흐르는 길과 수용력을 과학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 안전한 토대 위에 도시와 산업, 토지이용계획을 얹어야 한다.
분리해서 운영하는 방법에도 현실적 제약이 있다. 환경단체와 개발 당국의 입장 차이가 그것이다. 확실한 개혁을 위해서는 결국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새만금은 개발과 환경, 농업과 해양, 각각 다른 기관이 관리해 왔다. 그 결과 새로운 수리 체계 정비는 고사하고 관리 수위, 해수 유통, 배수갑문 운영과 같은 핵심 사안마저 통합,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새만금개발청, 환경부, 해양수산부, 전북특별자치도 및 관계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가칭 '새만금 통합수리관리위원회'를 설치를 제안한다. 수질·수량·생태·항만 기능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거다.
동진호 담수 안정화와 만경호 관리형 내해화는 해답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대안이 등장할 수도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전제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보자. 새만금의 미래가 창창하려면, 더 넓은 매립지에만 매몰되진 말자. '선(先) 수리체계 후(後) 토지 계획'의 순서대로 일해보자. 우린 물과 도시, 산업과 생태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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