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11 14:19최종 업데이트 26.06.1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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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정의기역연대 주최로 열린 ‘1751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극우인사들의 훼손 위협 때문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주변 경찰 바리케이드가 5년 11개월만에 완전 철거되었다. 경찰 바리케이드를 철거한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일본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권우성

지난 3월 10일 개정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법)'이 이달 11일 0시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금지하는 제16조 등은 개정안이 공포된 당일부터 시행됐고, 허위사실의 유포를 금지하는 제17조 등은 이번에 새로 시행에 들어갔다.

11일에 발효되는 또 다른 조문인 제10조 제2항은 "성평등가족부장관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상징물 또는 조형물의 설치 및 관리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소녀상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 관리 및 보호가 가능하도록 만든 조문이다.


제16조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인 또는 왜곡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했다.

제17조는 신문·잡지·방송과 그 외의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전시물·공연물의 전시·게시·상영을 이용하거나, 공개적인 강의·토론회·간담회·기자회견·집회·가두연설 등을 통한 연설·발언 혹은 저작물·인쇄물 배포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위안부 피해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면 최대 5년의 징역과 최대 5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한다.

제16조는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금지하는 데 비해, 제17조는 위안부 피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금지한다. 특정 피해자를 겨냥하지 않았더라도 위안부문제 자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제17조에 저촉된다.

이번 개정법률은 위안부 피해자의 보호와 소녀상 관리에 도움이 된다. 또, 위안부에 관한 섣부른 허위사실 유포를 주저하게 만든다. 하지만 근본적인 맹점은 여전히 갖고 있다. 위안부에 관한 허위사실이 전파되는 '유통 구조'에 대한 견제 장치가 이 법률에 깔려 있지 않다.

고노담화를 부정하려는 시도들

10일자 <요미우리신문>은 중의원의장·자민당총재·외무대신 등을 역임한 고노 요헤이가 지난 8일 세상을 떠난 일을 보도하면서 "미야자와 내각에서 관방장관이었던 93년, 위안부문제에 관해 '마음으로부터의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힌다'고 표명하는 고노담화를 발표"한 일을 거론했다.

향년 89세로 작고한 고노 요헤이가 1993년 8월 4일 발표한 고노담화는 오늘날 위안부문제에 대한 거짓 선전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위안부피해자법 제17조가 말하는 허위사실 유포는 거의 다 고노담화를 직간접적으로 반박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정부 대변인인 고노 관방장관은 그날 담화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정부 조사가 1991년 12월부터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 공개한 그해 8월 14일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일본 정부의 진상조사가 시작됐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고노 장관은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라며 "감언·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하의 참혹한 것이었다"라고 시인했다.

2013년 12월, 고노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관방장관이 와세다대 한국학연구소 개설기념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고노담화는 '일본군의 관여, 비자발적인 강제 동원, 참혹하고 강제적인 성착취'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위안부 피해의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은 피해자 본인들의 증언 때문에도 부담을 느끼지만, 가해자인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실토' 때문에 더 큰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위안부문제에 대한 그들의 공격은 고노담화를 반박하거나 그것을 의식하는 가운데 전개된다.

그들 역사부정세력은 '강제 동원은 없었다', '자발적인 매춘부들이었다', '민간 위안소업자가 벌인 일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조작됐다' 등등의 주장을 한다. 이는 하나같이 고노담화를 흠집내기 위한 것들이다. 그들은 피해자들의 증언 자체가 조작됐다는 말로써 담화의 신뢰성을 공격하고 있다.

고노담화에 대한 강력한 공격은 주로 학술적 형태로 생산되고 있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 교수와 아리마 데츠호 와세다대학 교수는 2022년 8월 8일 발표한 '위안부: 북한 커넥션(Comfort Women: The North Korean Connections)'이라는 논문에서 "일본 정부는 자체 조사를 했지만, 하타에 따르면 군대가 한국 여성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켰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역사학자 하타 이쿠히코의 주장을 근거로,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일본 정부가 담화를 발표한 듯한 인상을 조장하는 대목이다.

이승만학당의 이영훈 교장 등이 쓴 <반일종족주의>도 고노담화를 의식하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모집업자가 조선 부녀자를 데리고 일본군 주둔지로 여행하는 데 일본 관헌이 편의를 제공한 것이지, 일본 공권력이 강제로 부녀자를 위안부로 끌어간 것은 아닙니다"라고 주장한다.

고노담화는 일본군이 위안부 이송에 관여했다고 한 뒤, "위안부의 모집에 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 그런 경우에도 감언·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라고 시인했다. 이것을 <반일종족주의>는 '일본군 주둔지로의 여행', '일본 관헌의 편의 제공' 같은 이상한 표현을 동원해 왜곡하고 있다.

아베 신조도 고노담화에 대한 강렬한 반대자였다. <저스티스> 2017년 제158-2호에 실린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의 논문 '동아시아의 여성정책 – 일본정부의 일본군위안부 정책을 중심으로'는 "아베 총리는 제1차 집권기인 2007년 3월 16일 각의 결정을 통해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함으로써 고노담화를 무력화시켰으며, 재집권 이후인 2014년 6월 20일 고노담화를 계승한다면서도 이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고노담화의 신뢰성을 훼손하였다"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와 한미일 역사부정세력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은 고노담화다. 이들이 고노담화를 의식하며 공식 발언이나 학술 형식으로 유포하는 주장들이 길거리 집회·시위나 SNS·인터넷 등의 주장들로 이어지고 있다.

위안부피해자법, 더 강력할 필요 있어

이 같은 유통 구조를 감안하면 위안부피해자법은 상당히 무기력하다. 이 법은 제17조 제1항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한 뒤, 제2항에서 "제1항의 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 사건이나 역사의 진행 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제2항에 언급된 "제1항의 행위"는 허위사실 유포다. 허위사실을 유포했더라도 그것이 학술이나 보도 등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고노담화에 대한 공격이 학자들의 학술 성과를 통해 대중에게 유포되는 현실을 도외시한 규정이다. 학술 형식을 방패로 내세우는 유포자들은 처벌하지 않고 그들의 '하청 유포자'만 처벌하는 셈이다. 이번 개정안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자, 실질적이고 강력한 위안부피해자법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일이다.

제16조의 명예훼손금지 규정에도 문제가 있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널리 유포되기 쉬운 공공연한 상황, 사실 혹은 허위 사실의 유포, 타인의 명예 훼손 발생이라는 요건들이 충족되면 형법상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이에 비해 위안부피해자법 제16조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라는 요건을 추가로 요구한다. 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인 또는 왜곡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비방의 목적으로 그런 행위를 했어야 제16조 위반이 성립한다.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됐더라도 비방의 목적이 입증되지 않으면 제16조의 적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위안부피해자법의 피해자 보호 수준은 아직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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