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고노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관방장관이 와세다대 한국학연구소 개설기념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고노담화는 '일본군의 관여, 비자발적인 강제 동원, 참혹하고 강제적인 성착취'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위안부 피해의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은 피해자 본인들의 증언 때문에도 부담을 느끼지만, 가해자인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실토' 때문에 더 큰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위안부문제에 대한 그들의 공격은 고노담화를 반박하거나 그것을 의식하는 가운데 전개된다.
그들 역사부정세력은 '강제 동원은 없었다', '자발적인 매춘부들이었다', '민간 위안소업자가 벌인 일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조작됐다' 등등의 주장을 한다. 이는 하나같이 고노담화를 흠집내기 위한 것들이다. 그들은 피해자들의 증언 자체가 조작됐다는 말로써 담화의 신뢰성을 공격하고 있다.
고노담화에 대한 강력한 공격은 주로 학술적 형태로 생산되고 있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 교수와 아리마 데츠호 와세다대학 교수는 2022년 8월 8일 발표한 '위안부: 북한 커넥션(Comfort Women: The North Korean Connections)'이라는 논문에서 "일본 정부는 자체 조사를 했지만, 하타에 따르면 군대가 한국 여성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켰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역사학자 하타 이쿠히코의 주장을 근거로,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일본 정부가 담화를 발표한 듯한 인상을 조장하는 대목이다.
이승만학당의 이영훈 교장 등이 쓴 <반일종족주의>도 고노담화를 의식하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모집업자가 조선 부녀자를 데리고 일본군 주둔지로 여행하는 데 일본 관헌이 편의를 제공한 것이지, 일본 공권력이 강제로 부녀자를 위안부로 끌어간 것은 아닙니다"라고 주장한다.
고노담화는 일본군이 위안부 이송에 관여했다고 한 뒤, "위안부의 모집에 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 그런 경우에도 감언·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라고 시인했다. 이것을 <반일종족주의>는 '일본군 주둔지로의 여행', '일본 관헌의 편의 제공' 같은 이상한 표현을 동원해 왜곡하고 있다.
아베 신조도 고노담화에 대한 강렬한 반대자였다. <저스티스> 2017년 제158-2호에 실린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의 논문 '동아시아의 여성정책 – 일본정부의 일본군위안부 정책을 중심으로'는 "아베 총리는 제1차 집권기인 2007년 3월 16일 각의 결정을 통해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함으로써 고노담화를 무력화시켰으며, 재집권 이후인 2014년 6월 20일 고노담화를 계승한다면서도 이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고노담화의 신뢰성을 훼손하였다"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와 한미일 역사부정세력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은 고노담화다. 이들이 고노담화를 의식하며 공식 발언이나 학술 형식으로 유포하는 주장들이 길거리 집회·시위나 SNS·인터넷 등의 주장들로 이어지고 있다.
위안부피해자법, 더 강력할 필요 있어
이 같은 유통 구조를 감안하면 위안부피해자법은 상당히 무기력하다. 이 법은 제17조 제1항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한 뒤, 제2항에서 "제1항의 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 사건이나 역사의 진행 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제2항에 언급된 "제1항의 행위"는 허위사실 유포다. 허위사실을 유포했더라도 그것이 학술이나 보도 등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고노담화에 대한 공격이 학자들의 학술 성과를 통해 대중에게 유포되는 현실을 도외시한 규정이다. 학술 형식을 방패로 내세우는 유포자들은 처벌하지 않고 그들의 '하청 유포자'만 처벌하는 셈이다. 이번 개정안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자, 실질적이고 강력한 위안부피해자법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일이다.
제16조의 명예훼손금지 규정에도 문제가 있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널리 유포되기 쉬운 공공연한 상황, 사실 혹은 허위 사실의 유포, 타인의 명예 훼손 발생이라는 요건들이 충족되면 형법상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이에 비해 위안부피해자법 제16조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라는 요건을 추가로 요구한다. 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인 또는 왜곡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비방의 목적으로 그런 행위를 했어야 제16조 위반이 성립한다.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됐더라도 비방의 목적이 입증되지 않으면 제16조의 적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위안부피해자법의 피해자 보호 수준은 아직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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