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11 05:55최종 업데이트 26.06.11 07:10
  • 본문듣기
<오마이뉴스>는 8일부터 2주 동안 열리는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 사건 국민참여재판을 매일 오전·오후·저녁 등 세 차례 이상 연속보도한다(omn.kr/2il9y). 또한 연어 술파티 의혹을 둘러싼 핵심 혐의가 다뤄지는 2주차 때는 매일 재판이 끝난 뒤 오마이뉴스 법조팀 유튜브채널 '서초동 시끌법정'에서 재판 상황을 해설할 예정이다(www.youtube.com/@ohmynewsLAT).[편집자말]
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법정 모습'검사실 술파티 의혹' 관련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준비절차가 1년 2개월만에 마무리되면서 오는 8일 배심원 선정을 시작으로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이 전 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은 이달 8일부터 19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열흘간 진행된다. 이는 역대 최장기 재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26.6.5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이 직권남용 피해자로 특정한 공무원으로부터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2018년과 2019년 이재명 경기도 지사 시절 당시 북한에 묘목과 밀가루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와 신명섭 전 평화협력국장이 실무 공무원의 권한을 침해하고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으로 사건을 구성해 왔다.


그러나 10일 저녁 증인으로 나온 당시 사업 담당자 공무원 이아무개씨는 법정에서 "상급자 업무 지시 이외에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 부당하거나 잘못된 일을 진행한 적 없다"라고 거듭 진술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허위 사업을 남북교류협력위원회에 설명해 안건을 가결시키도록 하고, 안부수 회장이 이끄는 아태평화교류협회 사업 신청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도비 약 4억9500만원을 교부했다고 보고 있다. 또 북한 어린이 영양식, 즉 밀가루 지원 사업에서 불법성이 발견돼 사업이 중단됐음에도 직권을 남용해 부하 직원인 이씨 등에게 사업을 재개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배심원단을 향해 "쉽게 말해 담당 공무원이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가 있는데, 그걸 위반해 상급자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게 했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는 반대신문에서 증인 이씨에게 검찰 공소사실대로 실제 권한 침해나 강요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 김현철 : "밀가루 지원 사업을 수행하면서 피고인 이화영이나 신명섭 전 국장으로부터 권한을 침해당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강요받은 적이 있느냐"
- 이OO : "상급자 업무 지시 이외에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

이씨는 "상급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불법이 아니라면 계획하고 보고하는 것이 저희 일"이라며 "실제 진행 과정에서 부당하거나 잘못된 일을 진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직권남용죄는 권한을 남용해 상대방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성립한다. 그런데 검찰이 피해자로 상정한 실무 담당자가 직접 법정에서 "부당한 지시가 없었다", "잘못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셈이다.

"금송 적합성 판단, 내 역할 아냐"

이화영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사 (자료사진) 2024-06-07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시한 묘목 부적합성 논리와 다른 취지의 증언부터 이어졌다.

검찰은 금송 등이 산림복구용으로 부적합했고, 이를 알고도 이 전 부지사가 묘목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의 검토보고서가 산림과 직원들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었으며, 북한의 산림정책이나 산림청·통일부 판단 내용까지 알고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씨는 당시 보고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금송이 (우리나라보다 북쪽인) 중국 단둥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후 사업이 진행되면서 단둥 현장을 직접 방문했고, 산림과 직원이 현장에서 묘목 상태를 확인한 뒤 '잘 자라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김 변호사가 "증인 스스로 금송이 얼어 죽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이씨는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주장하는 '산림복구용 부적합'이라는 개념 자체가 북한의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김 변호사는 "산림은 산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것이지만, 북한에서는 산림복구가 정치적 문구에 가깝다"라고 묻자, 이씨는 "몰랐다. 별도로 찾아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산림청 자료를 제시하며 북한이 '수림화·원림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는 이 역시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대북지원사업은 통일부 승인을 받아야 하고, 통일부도 산림청의 의견을 받아 판단한다. 산림청이 남북산림협력을 위한 묘목 지원이 필요하고 모두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던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이 역시도 "세부적인 내용은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다시 "그렇다면 증인에게 그 적합성을 따질 권한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제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씨의 증언은 검찰이 핵심 근거로 제시한 초기 검토보고서의 작성 경위가 전문기관의 판단이 아닌 산림과 의견 정리 수준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검찰이 '고가 묘목'이라고 주장해 온 부분도 반박됐다. 이씨는 금송 가격에 대해 "몇천 원대였고 굉장히 작은 묘목이었다"고 기억했다. 실제 금송은 8천원대, 주목은 2천원대 수준이었다는 설명도 나왔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없었다"고 답했다.

"밀가루 사업, 제가 하기 싫었다면 기안하지 않았을 것"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9년 당시 경기도 평화협력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던 모습 (자료사진)경기도

또 다른 직권남용 혐의인 '밀가루 지원 사업 중단과 재개' 과정에 대해서도 검찰 논리와 다른 진술이 나왔다. 검찰은 상부의 의사에 따라 사업이 움직인 것처럼 사건을 구성했지만, 이씨는 오히려 사업 중단은 자신의 판단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당시 다른 부서나 상급자가 아태협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씨는 "아니다"라면서 "중간에 지도점검을 했고 제가 실무자로서 판단했다. 내가 결정해서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중단됐던 밀가루 사업이 재개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이씨는 "개인적으로는 안 하고 싶었지만 북측이 다시 수령 의사를 밝혔고 이미 구매한 밀가루가 변질될 가능성 등이 있어 사업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하기 싫었다면 기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중단과 재개 모두 상부의 강압이 아니라 실무자로서의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이 전 부지사의 직접 지시 여부를 둘러싼 증언도 검찰 주장과 거리가 있었다. 공판 말미 이 전 부지사가 직접 "제가 하지 말라고 하거나 이렇게 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씨는 "추진하는 업무와 관련해 직접적인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업무 지시는 대부분 상급자를 통해 전달됐으며, 회의를 통해 함께 논의하고 협의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날 증인신문 후 검찰은 이씨 증언의 파장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재판부에 "증인이 권한 침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법률적으로도 그렇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배심원들에게 별도의 설명을 요청했다. 또 "부당한 지시가 없었다는 증인의 생각과 법률적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측은 "증인은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다"며 "보고서를 기안하고 사업을 재개한 것도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며, 부당한 지시를 받아 한 것이 아니라고 명확히 말했다"고 맞섰다.

결국 이날 법정에서는 검찰이 직권남용 피해자로 특정한 핵심 실무자가 정작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잘못된 일을 진행한 적도 없다"고 증언하면서 검찰 공소사실과 상반되는 진술을 한 것이다.

한편 국민참여재판 4일차인 11일에는 신명섭 전 평화협력국 국장과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하지만 안 전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을 예고하면서 재판부는 증인 출석 상황에 따라 12일 예정된 이 전 부지사 피고인신문 등 재판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