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부지사 측 김현철 변호사 (자료사진) 2024-06-07
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시한 묘목 부적합성 논리와 다른 취지의 증언부터 이어졌다.
검찰은 금송 등이 산림복구용으로 부적합했고, 이를 알고도 이 전 부지사가 묘목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의 검토보고서가 산림과 직원들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었으며, 북한의 산림정책이나 산림청·통일부 판단 내용까지 알고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씨는 당시 보고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금송이 (우리나라보다 북쪽인) 중국 단둥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후 사업이 진행되면서 단둥 현장을 직접 방문했고, 산림과 직원이 현장에서 묘목 상태를 확인한 뒤 '잘 자라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김 변호사가 "증인 스스로 금송이 얼어 죽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이씨는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주장하는 '산림복구용 부적합'이라는 개념 자체가 북한의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김 변호사는 "산림은 산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것이지만, 북한에서는 산림복구가 정치적 문구에 가깝다"라고 묻자, 이씨는 "몰랐다. 별도로 찾아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산림청 자료를 제시하며 북한이 '수림화·원림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는 이 역시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대북지원사업은 통일부 승인을 받아야 하고, 통일부도 산림청의 의견을 받아 판단한다. 산림청이 남북산림협력을 위한 묘목 지원이 필요하고 모두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던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이 역시도 "세부적인 내용은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다시 "그렇다면 증인에게 그 적합성을 따질 권한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제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씨의 증언은 검찰이 핵심 근거로 제시한 초기 검토보고서의 작성 경위가 전문기관의 판단이 아닌 산림과 의견 정리 수준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검찰이 '고가 묘목'이라고 주장해 온 부분도 반박됐다. 이씨는 금송 가격에 대해 "몇천 원대였고 굉장히 작은 묘목이었다"고 기억했다. 실제 금송은 8천원대, 주목은 2천원대 수준이었다는 설명도 나왔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없었다"고 답했다.
"밀가루 사업, 제가 하기 싫었다면 기안하지 않았을 것"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9년 당시 경기도 평화협력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던 모습 (자료사진)
경기도
또 다른 직권남용 혐의인 '밀가루 지원 사업 중단과 재개' 과정에 대해서도 검찰 논리와 다른 진술이 나왔다. 검찰은 상부의 의사에 따라 사업이 움직인 것처럼 사건을 구성했지만, 이씨는 오히려 사업 중단은 자신의 판단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은 "당시 다른 부서나 상급자가 아태협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씨는 "아니다"라면서 "중간에 지도점검을 했고 제가 실무자로서 판단했다. 내가 결정해서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중단됐던 밀가루 사업이 재개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이씨는 "개인적으로는 안 하고 싶었지만 북측이 다시 수령 의사를 밝혔고 이미 구매한 밀가루가 변질될 가능성 등이 있어 사업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하기 싫었다면 기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중단과 재개 모두 상부의 강압이 아니라 실무자로서의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이 전 부지사의 직접 지시 여부를 둘러싼 증언도 검찰 주장과 거리가 있었다. 공판 말미 이 전 부지사가 직접 "제가 하지 말라고 하거나 이렇게 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씨는 "추진하는 업무와 관련해 직접적인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업무 지시는 대부분 상급자를 통해 전달됐으며, 회의를 통해 함께 논의하고 협의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날 증인신문 후 검찰은 이씨 증언의 파장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재판부에 "증인이 권한 침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법률적으로도 그렇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배심원들에게 별도의 설명을 요청했다. 또 "부당한 지시가 없었다는 증인의 생각과 법률적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측은 "증인은 가장 정확하게 표현했다"며 "보고서를 기안하고 사업을 재개한 것도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며, 부당한 지시를 받아 한 것이 아니라고 명확히 말했다"고 맞섰다.
결국 이날 법정에서는 검찰이 직권남용 피해자로 특정한 핵심 실무자가 정작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잘못된 일을 진행한 적도 없다"고 증언하면서 검찰 공소사실과 상반되는 진술을 한 것이다.
한편 국민참여재판 4일차인 11일에는 신명섭 전 평화협력국 국장과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하지만 안 전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을 예고하면서 재판부는 증인 출석 상황에 따라 12일 예정된 이 전 부지사 피고인신문 등 재판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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