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11 16:27최종 업데이트 26.06.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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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기자말]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선거캠프 상황실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차 세계대전 막바지, 미군 지휘부는 작전에서 돌아온 전투기들의 날개와 동체에 총탄이 집중돼 있는 것을 파악했다. 미군 지휘부들은 이를 근거로 "구멍 난 곳에 철판을 덧대자"고 했다. 그러자 통계학자인 에이브러험 발드는 "구멍이 없는 엔진과 조종석에 철판을 대야 한다"는 정반대 의견을 냈다. 엔진에 총을 맞은 비행기는 대부분 격추돼 돌아오지 못했다는 판단이었다. 발드의 제안에 따라 전투기 보강작업이 이뤄졌고, 이후 전투기 생존율은 크게 올라갔다고 한다. 군 지휘부들의 판단은 눈에 보이는 데이터가 전부라고 믿는 '캐비닛의 오류'로 불린다.

정치인이 활동하며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체로 개발사업자나 상가번영회, 자산가 등이다. 각자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자산을 이용해 정치인들과 접촉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자신의 의도를 관철시키려 한다. 과거 금품 수수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정치인들이 누구와 연루됐는지를 떠올려보면 답은 명확하다.


반면 평균 수준의 소득을 버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무주택자 등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인들과 접촉하기는 쉽지 않다. 우연히 재래시장을 찾은 정치인들과 악수를 나눌 기회는 있겠지만, 시간을 들여서 정치인들을 만나고, 자신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시간을 갖기란 좀처럼 어렵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전투에서 돌아오지 않는 전투기'와도 같다. 그래서 정치인이라면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발자국이라도 더 뛰어야 한다.

선거에서 무주택자의 한 표와 건물주의 한 표는 같다. 자산가의 한표라고 해서 더 많은 무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무주택자 한표라고 해서 0.5표로 축소되는 것도 아니다. 자산가들이 정치인들의 공약을 보고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평범한 서민들도 정치인들이 공보물에 낸 공약을 본다. 자산가들은 떠들썩하게 투표소로 향하지만, 서민들은 조용히 한표를 행사한다.

무주택자의 한 표가 선거에 미친 영향

2026년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물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조차 약속이라도 한 듯 '자산가들의 언어'로 말했다. 오세훈 후보는 재개발·재건축에서 공공이 환수해야 할 몫까지 축소해서라도 집주인 이득을 확실히 챙겨주겠다고 했고, 정원오 후보 역시 주택 31만 호 공급을 외치면서 유주택자 재산세 감면까지 언급했다. 두 후보가 강조했던 선거 의제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시장 후보 토론회에서도 두 후보는 '아파트 공급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동시에 '기득권의 언어'로 말했을 때, 어떤 당이 유리할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오세훈 후보는 국민의힘 전통 강세 지역에서 확실하게 표를 가져오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 후보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등 4개 구에서 총 61만 1857표를 받았다. 해당 지역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 득표(60만 5993표)보다도 5864표를 더 얻어왔다.

반면 전통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고 평가받는 서울 강북권(14개 자치구)에서 정원오 후보는 구청장 후보 총 득표(136만 6556표)에 비해 9만 7555표나 적은 126만 9001표를 얻는 데 그쳤다. 무주택 세입자 비중이 높은 관악구에서도 정 후보는 민주당 구청장 후보 득표보다 1만 표 이상 뒤쳐진 득표를 기록했다.

이번에 당선된 민주당 구청장들의 공약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무주택자와 세입자, 서민 등을 위한 공약들이 핵심 공약 곳곳에 녹아나 있었다. 구청장들이 얻은 표를 그대로 가져오지 못한 것은, 정원오 후보에 대한 무주택자 등 서민 계층의 '실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결과로 해석된다.

정원오 후보는 '돌아오지 못한 전투기'를 선거가 끝날 때까지 들여다 보지 못했다. 그것이 패인이었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패배를 두고 "부동산 개발 공약을 더 세게 밀었어야 했다"고 복기한다면, 캐비닛의 함정을 더 깊이 파고드는 일일 뿐이다. 서울은 50% 이상이 무주택 세입자들이 사는 도시임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그들은 정치인들을 자주 만날 힘은 없다. 하지만 조용히 투표장으로 향할 힘은 있다.

6.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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