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의 미래'를 주제로 정리한 인포그래픽. 전통 발효 문화가 단순한 옛 제조법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적 가치 증진, 푸드테크 혁신, 지속 가능한 발전, 글로벌 미식 시장 진출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발효는 과거의 시간을 보존하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자연과 산업, 과학기술을 연결하는 미래 식품 산업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찬재
베르날 교수의 생각을 곱씹으며 우리는 한국의 발효 문화의 현주소를 떠올렸다. 폐허 속 모래를 털어내고 실종된 액젓을 부활시켜, 레스토랑의 고급 타파스 소스로, 미래 경제의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 그것은 수천 년간 한 번도 단절되지 않고 장독에서 장독으로, 어머니의 손끝으로 이어져 온 한국의 가내 발효가 향후 전 세계 미식 시장에서 얼마나 압도적인 부가가치와 문화적 폭발력을 지닐 수 있는지를 예언하는 신호였다.
'세계의 발효를 찾아 나선 여정'의 겨우 출발선에 선 우리는 분명한 답을 얻었다. 발효는 과거의 맛을 보존하는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의 역사와 자연, 사람의 시간을 푸드테크와 결합해 미래 산업으로 다시 빚어내는 힘이라는 사실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가 바엘로 클라우디아의 가룸을 고고학 연구와 지자체 행정, 관광과 블루 이코노미로 연결하려는 모습은 한국의 로컬과 한식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우리도 장독대에 남아 있는 전통 발효를 단순한 향토 음식이나 사찰음식, 보존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한식 발효의 세계화는 로컬의 진화를 견인하는 무기다. 현대 글로벌 미식의 종착지는 결국 인공적인 자극을 걷어내고 대자연의 시간 속에서 길어 올린 깊고 우아한 맛의 정수, 즉 감칠맛의 세계다.
고대 로마인들이 생선의 피와 내장 속 자가분해효소로 세상을 흔들었던 프리미엄 가룸을 갈망했듯, 현대의 세계적인 스타 셰프들은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채 수년간 장독에서 은은하게 단백질을 글루탐산과 아미노산으로 녹여낸 한국의 액젓과 장류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 경이로운 천연 감칠맛과 풍미는 더 이상 변방의 소스가 아니라, 인류 문명이 오랜 결핍과 기다림 끝에 찾아낸 천연 프리미엄 식재료의 결정체다.
경주와는 1만km가 넘는 지구 반대편 스페인 남단 지브롤터 해협에서 조바심마저 느꼈다. 대학이 지역 고유의 미생물을 연구하고, 정부가 지역의 발효문화를 관광과 산업, 수출로 확장하며, 발효기업이 이를 푸드테크 기반의 프리미엄 식재료로 세계 식탁에 올릴 때, 소멸해 가는 지방의 농어촌은 고부가가치 발효 산업 클러스터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경주의 장독, 남해의 멸치, 전남 신안의 천일염, 장인의 손맛과 시간이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일 때, 발효는 지역 발전의 강력한 '산업 언어'가 될 수 있다.
세계 식문화를 선도하는 힘은 거대한 공장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로컬적인 재료와 시간, 자연의 미생물이 만들어낸 깊은 감칠맛에서 비롯된다. 가장 오래된 장독의 시간을 가장 현대적인 푸드테크 시스템과 연결할 때, 한국의 전통 발효는 변방의 향토 음식이 아니라 세계 미식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세계의 발효'를 찾아 떠난 길은 결국 다시 한국의 장독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것이 바엘로 클라우디아의 가룸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메시지였다. 이제 이 여정은 스페인의 깊은 산골짜기, 고립과 가난이 빚어낸 발효의 마법이 숨어 있는 치즈와 하몬의 산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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