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명 정도의 선관위 직원들이 전국에 17개 시·도와 250여 개 구·시·군,? 3천5백여 곳의 읍·면·동 선관위를 관리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조직구성도
그러면 1만 4천 개가 넘는 투표소는 누가 관리할까. 투표 당일 현장을 지키는 사람의 절대다수는 선관위 직원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차출된 일반 공무원, 교직원, 공공기관 임직원들이다. 결국 평상시 예닐곱 명짜리 구·시·군 선관위 하나가, 관할 구역의 수십 개 투표소와 그날 하루 동원되는 수백 명의 낯선 인력을 한꺼번에 지휘해야 하는 구조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발생하거나 지침에 작은 구멍이라도 생기면 현장 통제가 단숨에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컨대 이번 일은 어느 한 사람의 실수라기보다, 가느다란 상근 조직 위에 선거 때마다 거대한 임시 조직을 얹어 굴리는 방식 자체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민주화 이후 지난 40여 년간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감시받고 견제받지 않으며 자기들끼리 섬처럼 살아온 결과, 현실감각과 위기대응 능력이 제로에 수렴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인력을 더 뽑아서 될 일이 아니다…지방행정조직 책임 아래 둬야
혹자는 '선관위 인력을 더 뽑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력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 이건 답이 될 수 없다. 사실 시·도, 시·군·구 선관위가 선거와 선거 사이 하는 실질 업무는 선거관리 실무가 아니라 규제와 단속이다.
비교하기 좋은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에도 지방마다 상설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다. 그러나 그 지역위원회는 헌법이 아니라 법률상 기구이고, 위원은 그 지역 의회가 뽑는다. 일본의 지역 선관위는 우리나라처럼 별도의 상설 사무국, 선거관리 업무만 전담하는 별도의 인력을 두지 않는다. 선거관리 실무는 지방행정조직이 직접 한다.
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 선거관리 실무는 지방행정조직이 집행을 책임지고, 다양한 공공기관 근무자와 사전 교육을 받은 일반시민들이 참여해서 선거 사무를 함께 진행한다. 중앙선거관리기구가 헌법기관이든 법률기관이든 상관없이 일선 집행 조직은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다.
반면 우리는 그 위계 전체를 헌법에 올려놓았고, 지방정부와 완전히 분리된 하나의 독립 조직을, 중앙선관위에서 시·도, 구·시·군을 거쳐 읍·면·동에 이르기까지 수직으로, 그것도 늘 가동되는 상설기구로 만들어두었다. 이런 형태는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투표소 관리 등 선거관리 실무는 지방행정 및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담당하지만, 이들은 평소 선관위 직원들과 만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다 선거 때가 되면 선관위 직원 몇 명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10명도 안 되는 시·군·구 선관위 직원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업무 흐름에 맞게 배치하고 연결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선관위의 변명)이라도 발생하면 위기 대응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디도스', '소쿠리', '용지 부족'이라는 황당한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선관위는 말 그대로 '위원회'의 구조로 두고, 투표 관리 업무는 지방행정조직의 업무로 지정해서 지방행정조직의 책임하에 진행하도록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래야 지방행정조직에 대한 일반 행정감독처럼 감시와 견제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현행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과 함께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선관위... 개헌이 필요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7일 오후 ‘지방선거 관련 전현직 총학생회 대표 간담회’를 열고 전현직 총학생회장 10여 명을 만나 “이번 사태는 저로서도 황당하다”며 “참정권 침해이자 민주주의의 기본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연합뉴스
1960년 3·15 부정선거의 상처가 생생하던 시절, 권력자의 자의적 선거 훼손을 막기 위해 선거관리 기구가 제2공화국 헌법에 처음 담겼다. "선거의 관리를 공정하게 하기 위하여 중앙선거위원회를 둔다... 중앙선거위원회의 조직, 권한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 제2공화국 헌법이 헌법기관으로 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뿐이었다. 그런데 1961년 군사쿠데타 이후 민정이양 단계에서 만들어진 1963년 헌법에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내용이 처음 삽입되었다.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이 성안했던 제3공화국 헌법에 '각급 선관위'가 들어가야 했던 이유는, 제108조의 독소조항 때문이었다고 추정한다. "선거운동은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에 정한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때부터 정당과 정치인, 시민들의 선거 관련 정치활동은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아래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대목이 왜 독소조항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위 문장을 이렇게 바꿔보라. "선거운동은 법률에 정한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어떤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제3공화국 헌법 입안자들은 정치인과 시민의 정치활동을 상시적으로 통제·관리할 기구가 필요했고, 제2공화국 헌법처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만으로는 이 필요를 충족할 수 없었기에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 기구로 격상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희한한 헌법 조항의 삽입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이런 기원을 가진 기관이, 유신헌법,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헌법에 이어 1987년 민주헌법까지 그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것이다. 현행 헌법이 규정한 '각급 선관위' 업무는 제3공화국 헌법의 그 업무와 동일하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각급선거관리위원회'의 주 업무는 유권자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성실한 투표 사무가 아니라 '선거운동의 관리' 업무다. 그런데 그 기관이 지방행정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선거 사무를 총괄하게 하였으니, 이런 사달이 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민주주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유한 기능이 무엇인지, 이 기능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만들기 위해 어떤 제도 디자인이 필요한지, 그 제도 내용 중에 헌법에 들어가야 할 내용과 법률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공론화를 진행해 보자.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본인
필자 소개 : 서복경은 1995년부터 정치학을 공부했고, 2003년 한국 정당과 선거를 주제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글로벌 수준에서부터 읍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당대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5년 동안 국회 공무원을 했고, 16년째 강의를 하고 있으며, 꽤 긴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거쳐 2020년부터 더가능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부소장, 소장을 거쳐 다시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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