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오전 2시 30분 대구 두류네거리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소중한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고배를 마셨습니다. 선거 직후 일부 민주당 성향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대구 지역을 향한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지역 발전이 정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을 심판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불만입니다.
사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김부겸 후보 측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어느 때보다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지지율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이른바 '내란 사태'와 공천 잡음으로 얼룩지며 추락한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 민심의 이반이 감지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거 기간 내내 여론조사 지표와 유세 현장에서는 김 후보를 향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김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45.05%에 그쳤습니다.
12년 만에 5%p 상승... 과연 '선전'이라 봐야 할까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것은 김 후보가 과거 대구 지역에서 기록했던 득표율의 흐름입니다. 시계를 거슬러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를 보면, 당시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부겸 후보는 40.33%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얻은 45%와 비교하면 12년 전보다 5%p가 상승한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5%p가 오른 것도 의미 있는 변화라며 가능성을 거론합니다. 하지만 역대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경북, 경남, 부산 등 영남권 보수 강세 지역에서 이 5%p의 벽을 넘지 못해 최종적으로 패배한 민주당 후보들의 사례는 많습니다.
물론 김 후보에게도 압도적인 승리의 기억은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 후보는 62.3%라는 놀라운 득표율로 당선증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는 전국 민주당 당선자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이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큰 이변이었습니다.
당시 선거 상황을 복기해 보면 김 후보의 개인적인 전략과 외부 요인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김 후보는 당의 색채를 철저히 지우고 홀로 지역구 골목골목을 누비는 진정성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내부의 극심한 친박 공천 파동이 일어났고, 대구와 뚜렷한 연관성이 없는 김문수 후보가 상대 당 후보로 낙하산 출마를 하면서 대구 시민들의 표심이 김 후보에게 쏠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김 후보는 39.29%의 득표율에 그치며 뼈아픈 대패를 경험합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정권 심판론과 'TK 홀대론'이 지역 사회에 강하게 불어닥친 데다, 대구 수성 지역구에서만 4선을 지낸 탄탄한 조직력의 주호영 의원과 맞대결을 펼쳤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패배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것이 대구에서 민주당 간판을 단 후보가 가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선이라는 냉혹한 지적도 뒤따랐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이진숙 당선인은 59%를 득표했고, 대구시장 선거의 최종 승자인 국민의힘 추경호 당선인은 53%의 과반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보수 후보 모두 과반의 표심은 얻은 셈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후보의 득표율이 소폭 상승한 것은 온전한 지지세 확장이 아니라 상대 당의 악재 등 외부적인 요인에 기댄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운데)가 3일 오후 대구시당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추 후보 왼쪽에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 오른쪽에 이진숙 국회의원 후보(대구 달성군 보궐선거)가 앉아 있다.
전선정
임미애 "이젠 자신감이 없어졌다"... 현장의 짙은 패배감
이러한 수치 뒤에 가려진 현장의 절망감은 선거를 직접 지휘했던 지도부의 입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을 맡아 선거 조직을 최일선에서 이끌었던 임미애 의원은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무거운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임 의원은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에너지가 바닥을 보이는 느낌"이라며 "어떤 미사여구로 달래려고 해도 결국 진 것"이라고 냉정하게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이어 "회복이 잘 안 된다.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며 선거 패배가 남긴 짙은 여파를 솔직하게 드러냈습니다.
임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도 처음부터 김부겸 후보의 출마만으로 무조건 선거를 이길 것이라며 막연한 낙관론을 펼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대구의 바닥 민심이 분명하게 출렁이고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고 합니다. 임 의원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고, 이 출렁이는 민심을 온전히 받아안고 유권자들을 투표로 끌어낼 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은 후보가 준비되어야 했는데 딱 맞는 사람이 바로 김부겸이었다"라고 출마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임 의원은 "선거 전 과정을 지켜보면 후보께서 정말 잘 싸우셨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결국 졌는데 생각보다 표 차이가 크게 났다"라고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또한 "45%라는 숫자가 저희한테는 사실 좀 충격이었고, 이 결과를 딛고서 우리가 다시 시작하려니 이제 좀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대구를 향한 딜레마, 민주당의 다음 선택은
▲김부겸 후보가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 함께 대구를 바꿔가자며 지지를 호소했다.
성윤채
김 후보의 패배가 확정된 직후, 대구 지역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 창에는 "무슨 짓을 해도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는 안 되는구나"라며 깊은 탄식이 이어졌습니다. 유세 현장에서 김 후보의 손을 맞잡고 "이번이 아니면 안 됩니다. 꼭 당선되셔야 합니다"라고 눈물로 외쳤던 한 학생의 간절함도 끝내 견고한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제 시선은 2년 뒤로 다가온 총선, 그리고 4년 뒤 치러질 대선과 다음 지방선거로 향합니다. 민주당이 대구라는 난공불락의 요새에서 승리하기 위해 던질 수 있는 승부수는 많지 않습니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대구를 외면하고 타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는 방식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대구를 향한 전폭적인 예산과 조직 지원을 쏟아부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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