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2024년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역대 최장 국민참여재판의 막이 올랐다. 시민 배심원 12명 앞에 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인간사냥을 당했다"며 검찰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8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선정 절차를 마친 뒤 오후 2시 30분께부터 본격 심리에 들어갔다. 본 배심원 7명과 예비 배심원 5명 등 총 12명의 시민 배심원이 법정에 앉았다.
이들은 앞으로 주말을 제외한 열흘 동안 이 전 부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지방재정법 위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등을 지켜본 뒤 유·무죄와 양형 의견을 내게 된다.
이화영 "검찰, 인간 사냥을 했다"
이날 혐의 전체에 대한 모두진술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는 배심원들을 향해 직접 말을 꺼냈다.
이 전 부지사는 먼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언급했다. 그는 "저는 3년 9개월째 수원구치소에 있다"며 "제가 지금 갇혀있는 곳은 한 평도 되지 않는 독방이다. 햇볕을 보지 못하고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아주 협소한 공간에서 우리에 갇힌 곰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부지사는 "처음에는 이 사건이 상당히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며 "오랜 시간 구치소에 있으면서 내가 왜 이런 상태인가 반성도 하고 성찰도 했다. 그러나 반성과 성찰 중에도 이 사건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수사의 목적이 자신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을 구속시키려고 저와 제 처, 아들, 이해찬 총리, 저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200회 이상 압수수색했다. 압수 물품이 5만 건이다. 그렇게 (검찰은) 인간사냥을 했다. 그 과정에서 수원지검 검사들이 '네가 살려면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진술을 하라'는 취지로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저와 관련해 조사하는 30건 이상을 모두 덮어주겠다고 했고, 반대로 이재명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으면 모두 기소해 평생 징역살이를 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전 부지사는 이번 사건에 포함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직권남용 관련 혐의 등도 "검찰의 압박 수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검찰에서 제대로 조사받은 바 없다"며 "피의자신문조서도 없고, 조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검사실 연어 술자리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국회 청문회 등에서 수원지검 조사 과정에서 술과 음식이 제공됐고 진술 회유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은 이를 허위 증언이라고 보고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부지사는 "제가 국회에서 수원지검 1313호 등을 포함해 검찰에서 있었던 일을 증언했다"며 "그 증언에 대해 법무부가 실태조사를 했고, 제가 국회에서 진술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내용을 국회에서 증언하고 폭로하니 위증이라고 기소한 것"이라며 "황당하고 모순된 상황에 대해 잘 판단해달라"고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주장에 곧바로 반박했다. 검찰은 "이화영 피고인은 저희 사건으로 구속된 것이 아니"라며 "검찰은 적법한 방법으로 조사하려고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부지사가 언급한 '진술 세미나' 주장에 대해서도 "그것이 어떤 세미나인지, 실제로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기 위해 말을 맞춘 것인지 이 사건 쟁점도 아니고 확인된 바도 없다"며 "피고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 "김성태, 이재명 몰라… 이화영 관여 없인 설명 안 돼"
이후 재판은 첫 번째 쟁점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넘어갔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공모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후원회에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설명에 따르면 공소사실은 크게 두 갈래다.
첫 번째는 2018년 지방선거 무렵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이재명 후원회에 후원금을 내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쌍방울 임직원과 배우자 등 11명 명의로 합계 800만 원이 후원됐다고 봤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목돈으로 하면 안 되고 100만 원씩 쪼개서 해야 한다", "특정 기업이 나서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고 개인이 한 것처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무렵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이낙연 후보와 경선하니 압도적으로 후원해야 한다", "첫날이 중요하다", "2억 원이 가능하겠느냐"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이 자신의 명의와 쌍방울 관계자, KH그룹 관계자 등의 명의를 활용해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김성태가 위법한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금을 기부했다는 사실 자체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며 "핵심은 김성태가 이화영의 요청으로 후원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김성태와 이재명은 서로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다"며 "이화영의 관여가 없었다면 김성태가 알지도 못하는 이재명을 위해 스스로 위법한 방식으로 후원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부지사가 직접 돈을 보내지 않았더라도 쪼개기 후원 방식과 후원 요청에 본질적으로 관여했다면 공동정범 또는 교사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영 측 "'삼인성호'… 물증 있느냐가 핵심"

▲청문회 나온 김성태-이윤환'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종합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맨 왼쪽은 이윤환 수원지검 여주지청 부장검사.
남소연
반면 이 전 부지사 측은 "쟁점은 김성태가 쪼개기 후원을 했는지가 아니라 이화영이 그것을 시켰는지 여부"라고 맞섰다.
류재율 변호사는 "김성태가 쪼개기 후원을 한 것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화영은 김성태가 쪼개기 후원을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얼마를 했는지 알지도 못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류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을 '삼인성호'에 비유했다. "세 사람이 말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변호인단은 김 전 회장과 쌍방울 관계자들의 진술이 반복되면서 마치 사실처럼 굳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류 변호사는 "김성태는 이화영이 후원금을 내달라고 했고, 쪼개서 보내야 한다고 했고, 첫날 압도적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고 진술한다"며 "그러나 이화영의 입장은 정반대다. 김성태에게 후원을 요청한 적도 없고, 쪼개기 후원을 교사한 적도 없으며, 김성태 측이 그런 방식으로 후원했다는 사실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야 알게 됐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이화영은 킨텍스 사장으로 있었고, 이재명 후원회에서 어떠한 지위나 역할을 맡지 않았다"며 "김성태와 후원 모금 시기에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류 변호사는 배심원들에게 "진술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험하지 않고서는 하기 어려운 진술", "일관된 진술"이라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취지다.
류 변호사는 "거짓말도 디테일하게 만들 수 있고, 여러 사람이 반복하면 진실처럼 보일 수 있다"며 "이 사건에서 정말 봐야 할 것은 물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화영이 김성태와 공모했다면 문자, 통화, 카카오톡, 이메일, 녹음, 메모, 명단 같은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오늘과 내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동안 그런 증거가 단 하나라도 있는지 꼭 살펴봐달라"고 배심원들에게 요청했다.
결국 첫날 오후 정치자금 혐의를 놓고 이뤄진 공방의 핵심은 명확했다.
검찰은 "김성태가 이재명을 알지 못하는데도 위법한 후원을 했다는 것은 이화영의 관여 없이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부지사 측은 "김성태의 진술 외에 이화영의 관여를 입증할 물증이 없다"고 맞섰다.
이날 오후와 야간에는 서증조사를 거쳐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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