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소니픽처스코리아
자아비대증이 만연한 시대에 이런 우정을 말하면, 요즘 유행하는 포스트휴머니즘에 기대어서 케케묵은 인간주의에 매여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과연 '인간'의 의미, 인간이 다른 인간과 맺는 관계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바로 이 질문을 파고든다. 같은 인간도 아닌 서로 다른 존재 사이에 과연 이해와 우정과 희생은 가능할까?
미국의 SF 작가 앤디 위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헤일메리>는 지나친 낙관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을 정도로 관계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제목부터가 생각거리를 던진다. 제목이 된 '헤일메리 Hail Mary'는 미식축구에서 경기가 끝나기 직전에 패배 위기에 몰린 팀의 쿼터백이 마지막 수단으로 던지는, 성공 확률이 거의 없는 롱패스를 가리킨다. 영화에서는 위기에 처한 인류가 우주로 던진 마지막 롱패스를 가리킨다.
<헤일메리>에서 과학교사인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는 기억을 잃은 채 우주선 안에서 깨어난다. 나중에 드러나는 진실이지만, 그레이스가 지구로 귀화할 가능성이 없는 우주로 떠난 이유는 어느 날 태양계에 나타난 미지의 생물체인 아스트로파지 때문이다.
아스트로파지는 태양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습성이 있어서, 태양은 급속히 차가워지고 지구는 수십 년 안에 빙하기를 맞고 인류는 멸종하는 상황에 처한다. 연구 결과 주변 항성 중 유일하게 에너지를 잃지 않는 타우세티에 문제를 해결할 단서가 있다고 판단하고, 그레이스를 비롯한 세 사람을 타우세티에 보내기로 결정하지만 그레이스만 살아 남는다.
이 임무가 얼마나 절박한지는 그레이스가 점차 기억을 회복하면서 알게 되는 진실에서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거부 의사와는 무관하게 그가 책임질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적으로 우주선에 태워졌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몇 명의 희생 정도는 괜찮다는 시각이 작동한다. 이런 시각은 영화에서 그레이스가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내리는 중요한 선택과 대조된다.
하지만 이런 얘기도 영화의 고갱이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환대와 우정의 의미를 다룬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레이스는 우연히 같은 목적으로 타우세티를 찾아온 외계 존재 로키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각기 두 행성의 운명을 건 임무를 수행한다. "너도 멀리서 왔구나? 나도 멀리서 왔어." 이들이 만나는 과정은, 특히 인간이 아닌 로키의 입장에서는 많은 배려를 전제한다. 로키는 두 우주선을 연결하는 통로가 그레이스에게 맞지 않자, 상대방에게 맞는 새로운 통로를 새로 짓는다.
로키는 그의 입장에서는 처음 만나는 낯선 존재인 인간에게 많은 수고를 기울인다. 상대가 자신을 해칠지 어떨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로키는 상대의 특성을 섬세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 양해하고 양보한다. 처음에 로키에게서 온 초대의 메시지를 받고 모르는 외계 존재가 자신을 공격할지 모른다고 두려워했던 그레이스와는 다른 태도이다. 로키는 조건을 걸지 않는 환대를 보여줬다. 그리고 참된 우정은 그런 환대의 마음에서 나온다. 자신의 이익과 계산만을 앞세우고 그에 따라서 가까이할 상대와 그렇지 않은 상태를 나누는 이 시대의 효율만능주의와는 구분된다. 지금 붕괴해 가는 학교에서는 찾기 힘든 모습이다.
서로를 살리는 우정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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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지구에 있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구성원이 그레이스가 얻은 정보를 얻고 그의 희생을 촉구 혹은 강요할 때 로키는 다른 선택을 한다. 로키는 자신 몫의 아스트로파지를 그레이스에게 나눠주면서 지구로 돌아가라고 한다. 그 대신에 자신은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친구를 위해 그걸 감수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로키가 위기에 처한 그레이스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장면이다. 로키가 사투 끝에 깨어났을 때 그레이스는 로키가 갇힌 유리공을 끌어안는다.
로키가 보여준 환대를 그레이스는 이어서 돌려준다. 작별을 한 뒤 그레이스는 로키의 우주선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뒤늦게 발견한다. 그리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지구로 돌아가는 행선지를 바꾼다. 그레이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둘이다. 그 하나는 그레이스가 애초에 부여받은 임무를 완수하고 지구를 구한 영웅이 되어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헤일메리>가 오직 인간의 시각에서만 사태를 바라봤다면 로키는 인간 영웅의 귀환에 따라오는 부수적 희생자 정도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많은 SF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철저한 인간중심주의의 시각이다. 다른 선택지는 로키를 구하고 자신은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고 우주에서 헤매다 최후를 맞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여기서 다수 지구의 인류와 친구의 생명 사이에서 친구를 구하겠다는 일종의 윤리적 결단을 내린다.
그런 결정에서 <헤일메리>는 주인공의 이름인 그레이스(grace)가 뜻하듯, 종교적 가치인 '은혜(grace)'를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자신을 희생하려 했기에 둘 다 살게 된다. 둘은 지구가 아니라 로키의 고향인 에리드 행성으로 간다. 로키는, 그리고 에리드 행성인들은 그레이스를 위해 특별히 만든 거주 유리관을 설치해준다. 로키는 그곳에서 에리드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된다. 우정의 결실이다.
원작자 앤디 위어는 어느 인터뷰에서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한다. "위기의 순간에 사람들은 함께 모여 서로를 돕는다. 그리고 그것이 본질적으로 인류로서 우리의 모습이다. 그저 현재 우리 모습에 대한 나의 믿음일 뿐이다." AI 시대가 되었든, 앞으로 어떤 새로운 기계문명이 전개되든, 인류가 겪는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서로를 돕는" 마음, 환대와 우정의 마음이다. 자신의 이익과 효율만이 지고의 가치가 되어버린 시대에 <헤일메리>는 다시 환대와 우정이 어떻게 서로를 살리는지를 새롭게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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