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10 14:34최종 업데이트 26.06.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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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말했다.

"선배, 저 꿈이 워킹맘이에요."


순간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이고, 응원하는 마음 한 편. 왠지 모르게 적극 추천할 수만도 없는 마음 한 편.

그 후배는 지금 난임 치료 중이다. 일주일에 많게는 세 번, 출근 전 병원에 들렀다가 사무실로 온다. 예약을 해도 대기가 한 시간씩 밀리는 날이 많다. 그만큼 아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병원에 가면 느낀다.

후배는 오전 반차를 내고 갔다가 오후엔 바로 복귀해야 하니, 대기실에서 시계를 보는 시간이 초조하다. 주사를 맞고, 난포 크기를 확인하고, 난자를 채취하고, 이식 결과를 기다리고, 다시 출근한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거기다 이 상황을 팀에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의 문제도 있다. 휴가 이유를 매번 설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척 넘어가기엔 눈치가 쌓인다. 말해도 부담, 안 해도 부담이다.

난임휴가를 쓰다가 결국 난임휴직을 쓰고 나서 곧바로 임신한 경우도 있다. 직장과 임신 준비를 병행하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는 결과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걸 방증하는 게 아닐까. 아이를 낳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스트레스이듯, 어쩌면 그보다 임신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것부터 이미 기울어진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촘촘해진 직장 내 난임 관련 제도들

2025년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4만 8981명이다.unplash

워킹맘을 향한 꿈을 향해 가는 길이 이렇게 생긴 것이었을까?

숫자를 보면 이게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4만 8981명이다. 전체 출생아 25만 4457명의 19.2%다. 아이 다섯 명 중 한 명 꼴이다. 2022년엔 9.3%였다. 3년 만에 두 배가 됐다.(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6.5.14.)

최근 몇 년 사이 직장 내 난임 관련 제도도 빠르게 촘촘해졌다.

인공수정을 받는 날엔 최대 2일, 난자를 채취해 체외수정을 받는 경우엔 최대 4일의 난임치료시술휴가를 쓸 수 있다. 2025년 11월부터는 난임치료 안정휴가가 신설됐다. 시술 후 신체 회복을 위해 추가로 2일, 심리적 회복을 위한 휴가도 연 2일 따로 보장된다. 더 나아가 난임치료 휴직도 있다. 최대 2년까지 가능하고, 1년 이하는 월급의 70%, 2년 이하는 50%를 받는다.

그런데 이런 제도는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에 집중돼 있다. 상위법보다 훨씬 선진적인 수준이다. 결국 일반 사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난임휴가나 휴직의 진입장벽은 훨씬 높고 혜택은 적다. 그런데 아이 다섯 명 중 한 명이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나는 시대다. 과연 이게 맞는 환경일까.

머리로는 이해한다. 아마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런데 심정은 다른 경우가 많다. '저 정도까지?' 하는 반응이 솔직한 다수의 속마음일 수 있다. 얼마 전 양성평등 조직컨설팅을 하시는 노무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진짜 평등이라는 건 자연스레 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기울어진 저울을 먼저 수평으로 맞춰야 평등을 논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무거운 쪽을 덜어내든, 가벼운 쪽을 더하든 인위적인 조치가 필요해요. 그걸 특혜다, 역차별이다 하며 안 바꾸면 기울기는 영원히 그대로입니다."

어쩌면 저출생 시대에 난임휴가와 난임휴직의 강화는 기울어진 저울을 끌어올리는 인위적이지만 적합한 절차일 뿐이다. 다만 반대편 저울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겐 그게 불편하거나 어색할 뿐이다. 애초에 땅이 기울어져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제도엔 명분이 필요하고, 명분만으론 부족하니 강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바뀌기를 기다리다간 아무것도 안 바뀐다는 걸,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난임치료 안정휴가를 처음 들었을 때, '그것까지?'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잠깐 그랬다. 하지만 시술 결과를 기다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을 위한 이틀은 특혜가 아니다. 기울어진 저울을 조금 더 빨리 들어올리는 일이다.

워킹맘이 꿈인 후배를 응원하며

"제 꿈은 워킹맘이에요" 후배의 말에 순간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안유림

나는 사실 아이를 낳은 이후부터의 불평등을 써왔다. 임신 전의 고충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인지하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했고, 주목하지 않았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만이 경험하는 영역이고, 이제는 그 경험자가 점점 줄고 있다. 누군가의 경험치가 준다는 건 누군가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도가 준다는 것과 같다.

워킹맘의 고충은 워킹맘을 꿈꾸면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후배는 여전히 병원을 다닌다. 꿈이 워킹맘이라고 했다. 그 꿈의 입구가 이렇게 생긴 줄, 그때 알고 있었을까. 나는 꿈을 이룬 사람이다. 그리고 매일 그 무게를 느끼며 산다. 그러니 말려야 할지, 응원해야 할지 순간 고민했던 게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그 꿈을 꾸는 사람이 조금 덜 소진되는 세상. 최소한 시도조차 못하는 것만큼은 막아주는 세상. 그걸 만드는 일은 이미 꿈을 이룬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다는 것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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