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개표사무원들은 깊은 밤이었지만 누구 하나 서두르는 기색 없이 수천, 수만 장의 투표지를 반복해서 확인했다.
뉴스피치 최병조 전문기자
자정을 넘기면서 마침내 당선자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개표 상황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세종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강미애 후보가 초반부터 앞서 나가는 반전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반전의 순간에도 개표장 안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고 엄숙했다. 섣부른 환호도, 탄식도 없었다. 그저 한 장 한 장의 투표지가 묵묵히 분류되고, 확인되고, 집계될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겼다. 개표장은 선거의 끝을 알리는 자리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마지막 과정이라는 것을.
투표가 시민의 소중한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라면, 개표는 그 의사를 왜곡 없이 정확하게 받아 적는 행위다. 민주주의는 선거 당일 투표함의 뚜껑이 닫히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 투표함 속에 담긴 주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고귀한 뜻을 끝까지 확인하고, 또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완전해진다.
새벽이 깊어가는 개표장, 투표지 더미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길들 사이에서 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가장 정직하게 작동하는 현장을 지켜보았다.
그날 내가 본 것은 단순한 행정적 개표 작업이 아니었다. 수많은 주권자의 선택을 온전히 존중하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땀방울, 그리고 그 과정을 공개된 공간에서 투명하게 검증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 그 자체였다.
모두가 잠든 밤, 어두운 투표함의 빗장이 풀리고 나서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 투표가 끝난 한밤중에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지치지 않고 깨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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