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의 사부가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선거운동 마지막 날 동성로 유세현장에서사부가를 부르는 모습
박영숙
나는 정치평론가도 아니고, 정치에 대한 전문적 식견도 없다. 그러나 일반 시민의 처지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짚어보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이번 대구에서 김부겸의 패배는 김부겸의 것이 아니다. 혹자는 지역주의 높은 벽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그 말은 맞다. 그러나 선거판에서는 디테일도 큰 영향을 끼친다.
대구 사람 중에 독재자가 된 사람도 많지만, 독재에 항거한 사람들도 많다. 이승만 독재에 가장 먼저 깃발을 든 2·28 의거도 대구에서 시작되었다. 박정희 유신 독재에 저항했던 인혁당 사건도 대구 경북의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위정자들이 파놓은 덫인 지역주의에 매몰되면서 그러한 흐름은 다소 약해졌지만, 아직도 그런 정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들이 스타벅스 다니잖아. 그런데 정부에서 불매에 앞장서서 지금 타격이 얼마나 큰지 몰라. 이 정권이 싫어. 그렇지만 김부겸이는 찍는다."
이웃의 지인이 내 권유에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스타벅스 불매 운동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경영자의 역사 관념 부재와 그릇된 역사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는 생각도 한다. 다만, 그것은 국민의 자발성에 맡겨놓는 것이 더 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와 집권당이 앞장 서고 조장하는 듯한 분위기는 반드시 그것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공소 취소 특검법 발의 시도 등 여러 가지를 예로 들 수 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집권당은 야당과는 다르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담담하게 균형자로서 지켜봐야 할 일도 있다는 것과 적절한 시점의 선택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일들은 시민들에게 현 집권당의 독선으로 비쳐서 이번 선거, 특히 대구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 대구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수십 년간 공들여서 쌓은 탑을 무너뜨리는 구실이 되었다.
대구에 미분양 아파트만 빼곡하게 세워놓고도 아직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버젓이 언론에 등장하는 전임 시장도 있다. 전임 시장의 탕진으로 시에 예산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당신을 닮은 박정희 동상만 덩그러니 세워놓고 서울 시민으로 돌아간 시장도 겪었다.
다시 '대구의 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선거운동 마지막 날 연설을 마치고 시민들을 향해 큰 절을 하고 있다.
박영숙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는 대구 선거라고 여겼고, 이번을 놓치면 금방은 다시 안 올 기회라고도 보았기에 최선을 다했다. 김부겸 후보도 그랬고, 대구의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도 그랬다. 유세장엔 2번 후보의 몇 배가 되는 자발적 시민들이 모였다. 그럼에도 2번 후보의 당선으로 끝나니 애석함과 비통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다시 '대구의 봄'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길 일러주신 어머님의 목소리. 아아아 아아아아아 그 목소리 그리워."
본인 정치 인생의 마지막 유세라며 울음 섞인 노래를 하던 그 목소리가 그립다. 험난한 정치판에서도 품위와 너그러움을 잃지 않던 그 모습이, 대구 시민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김부겸 후보의 사부곡은 끝났지만, 나의 사부곡 아니 대구 시민들의 애달픈 사부곡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동구 지묘동 보성아파트 앞에서 일명 '벽치기' 연설을 하고 있다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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