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7일 당시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자립준비청년 지원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우에게 부모와의 단절은 어떤 의미에서는 보호였다. 부모를 기억하지 않으니 부모가 돌아올 자리도 없었다. 그러나 모든 자립준비청년이 그 단절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연결돼 있으면 그 줄을 타고 퇴소 후에 또 다른 청구가 시작될 수 있다.
자립준비청년 제도는 퇴소 시점에 정착금을 지급하고, 이후 5년간 자립수당 월 50만 원을 5년 동안 지급한다. LH 주거 지원도 연결되고 기초생활수급비로 연계되면서 의료혜택까지 보장받는다. 숫자로 보면 그 연령대에 결코 적지 않은 액수에 주거와 교육 문제까지 해결되는 촘촘한 구조다.
그러나 이 돈이 누구에게 흘러가는지를 추적하는 제도는 존재하되, 작동하지 않았다. 일부 청년의 경우 갑자기 생긴 큰돈을 갑자기 나온 사회에 적응도 하기 전에 탕진하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정착금 수령 후 원가정으로부터 금전 요구를 받았는지, 실제로 지급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는 없다. 퇴소 이후 자립지원 상담 창구는 존재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은지는 독립 초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냥 혼자 부딪혔죠."
부동산 계약, LH 신청, 생활비 관리, 원가정과의 문제, 모두 22살이 혼자 감당해야 할 목록이었다. 시설은 단체생활의 규칙을 가르쳤다. 하지만 혼자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든지 가끔씩 찾아오는 과거로부터의 자신을 지키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선우가 살던 B복지재단 시설은 소규모 가정형이었다. 은지는 80~90명이 한 건물에서 생활하는 집단시설이었다. 하나는 종교법인이 운영하며 후원이 풍부했다. 다른 하나는 10년 이상 자리를 지킨 복지사들이 위계를 만들었다. 아동복지법 제3조는 '아동은 가정 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양육되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80~90명이 함께 사는 공간이 가정과 유사한 공간인지에 대해 국가는 오랫동안 대답이 없었다.
어떤 시설에 배치되느냐는 아이가 결정하지 않았다.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자립정착금이 달라지고, 어떤 원가정을 가졌느냐에 따라 퇴소 후 위험이 달라진다. 아이는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선우는 인터뷰 중에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저는)운이 좋은 케이스죠."
선우가 자란 시설 환경은 전국에 있는 230여 개소의 아동양육시설 중에서도 최상위로 꼽힐 만한 곳이다. 은지가 자란 시설이 가장 보편적인 환경이다. 선우가 말한 '운이 좋은 케이스'라는 문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현상이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현실이다.
은지는 잘 살고 있다. 헬스와 필라테스를 하고, 4000만 원이 넘는 돈을 불리기 위해 편의점 알바와 근로 장학생을 병행하며 학교에 다닌다. 은지는 강하고 독립적이다. 선우도 잘 살고 있다. 자립지원금과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을 하지만 아끼고 절약하며, 알바도 하지 않는데 100만 원씩 저축한다. 선우는 매우 밝고 긍정적인 청년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청년의 삶은 건강하다. 이것은 제도의 성공인가. 아니면 두 청년의 타고난 생존력인가. 두 질문의 성격이 다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인터뷰어로 많은 자립청년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을 깊게 들여다봤지만 선우와 은지의 삶은 가장 높은 수준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연한 기회에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두 청년의 삶을 들여다봤다. 이 나라는 좋은 시설을 만난 아이나 나쁜 시설을 만나 아이 모두에게 지자체의 형편에 맞는 지원금을 지급하고 독립을 요구한다. 원가정이 찾아오든 오지 않든, 선배로부터 돈이 지켜지든 빼앗기든, 부동산을 계약할 때 주의해야 할 것과 수천만 원이 넘는 목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들은 지원 완료된 통계로만 기록될 뿐이다.
여기 기록된 22살 두 청년의 삶은 그래서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해줘야 할 말은 다행이라는 말이어서는 안 된다. 당연하다는 말이어야 한다. 응당 그래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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