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02 12:04최종 업데이트 26.06.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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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가 쓰는 지방선거 관련 칼럼입니다.[편집자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이틀 차인 지난 5월 30일 오전 충남 계룡시 엄사면주민자치센터 2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주권 정부' 출범 1년을 맞았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모든 정부는 '국민주권 정부'다.

새삼스럽게 '국민주권 정부'를 꺼내 든 이유를 모르진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을 주권자인 국민의 힘으로 막아내고 주권자인 국민이 다시 세운 정부라는 뜻을 담고 싶었을 터다. 아울러 국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섬기며 주권자의 뜻을 국정에 담아내겠다는 의지도 함께.


이른바 '빛의 혁명'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치르는 첫 선거여서일까, 이번 지방선거를 12·3 내란 세력을 심판하는 선거라 여기는 국민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이번 선거는 비상계엄을 일으킨 정치세력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주장에 공감하느냐는 물음에 55%가 그렇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3000명에게 물은 조사).¹

대통령이나 고위 관료가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다시는 정부와 국회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국민주권의 가치, 민주주의의 원칙이 위태로워지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번 선거는 지난 3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우리들의 삶터라 할 수 있는 3551개 읍·면·동에서 '주민자치'를 실현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 처음 치르는 지방선거이기도 하다. '국민주권'이라는 큰 원칙을 우리들이 살아가는 저마다의 삶의 터전에서 '주민자치'라는 원리로 실현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뽑는 선거라는 뜻이다.

'주민자치'의 원년으로 기록될 2026년

우리나라는 '제도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는 하나, 읍·면·동의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자치의 눈으로 보자면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 멀다. 우리 헌법(117조)은 '①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자치의 권한을 오로지 '지방자치단체(장)'에만 부여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는 사실상 단체장과 공무원에 의한 자치일 뿐 주민의 자치는 설 자리가 없다.

게다가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가능케 할 생활 단위라 할 읍·면·동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군사정부가 법인격마저 해체하는 바람에 60년 넘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말단 행정 단위로만 머물러 있다. 저마다의 읍·면·동 처지에 맞는 혁신적 정책을 도입하거나 예산을 편성할 권한도 없다.

그러다 보니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방의원에 이어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장도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읍·면·동 주민으로서 느끼는 '자치'의 효능감은 낮을 수밖에 없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지방선거 때 말고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마땅치 않아서다.

게다가 '무투표 당선'도 적지 않아 그나마 있는 권리조차 쓸모가 없어지곤 한다(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광역·기초의원 모두 무투표 당선이 예정돼있다).

2013년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시작될 때만 해도 머지않아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읍·면·동에서 풀어야 할 공동의 문제(의제)를 발굴하고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들. 하지만 그 뒤로 주민자치회는 무려 13년 동안이나 시범사업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면서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주민자치회는 비로소 정식 기구로 거듭나게 되었고, 이는 1990년대에 지방자치제도가 되살아난 것에 견줄 만한 의미 있는 사건이다. 바뀐 법은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순탄치만은 않을 주민자치회의 앞날

지난 2025년 9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5 풀뿌리자치 전국주민행동주민주권시대, 다시 주민의 목소리를 듣다'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주민자치'는 철저하게 묻혔다. 집으로 날아온 그 많은 선거공보물 어디에도 '주민자치회'는 보이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지역의 행정과 의회를 책임지겠다는 이들이 정작 '주민자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주민자치법제화전국네트워크'를 이끌어온 황종규 동양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도 걱정이 없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번 "법 개정으로 '주민자치가 구조화되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지금부터가 주민자치회를 어떻게 설계하는가가 정말 중요하다"고 밝혔다. 주민자치회가 모든 읍·면·동으로 확대되고 자치회 위원이 몇 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주민자치가 저절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황 교수는 먼저 오는 10월 법 시행을 앞두고 지자체마다 조례 제정에 나설 텐데 행정안전부의 표준 조례를 참고해 각 읍·면·동의 상황에 맞는 실행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없던 길을 새로 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먼저, 주민자치회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부터 정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17조는 "주민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주민의 대표 기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려면 주민의 의사를 형성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하고, 주민 의사 형성에 필요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지금도 주민자치회가 지자체 조례에 따라 읍·면·동의 사무 일부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전면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무를 위탁할지, 그에 따른 예산은 어디에서 마련해 어떻게 나눌지 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특정 사업(프로그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론 어림도 없다.

주민의 의사를 형성한 뒤엔 이를 주민총회에서 의결하고, 구체적 정책과 사업으로 만들어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니다. 지방정부와 의회가 힘을 보태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따라서 민과 관 그리고 의회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 주민과 공무원·의원들 모두 부지런히 공부해 가며 시행착오를 겪어나갈 수밖에 없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공교롭게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 만에 치르는 선거다. '12·3 내란 세력 심판' 같은 굵직한 의제도 중요하지만, 지역엔 저마다 해결해야 할 지역만의 의제들이 많다. 저출산·고령화의 골이 깊어져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서울·수도권 밖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모든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주민이 스스로 해법을 찾아 풀어갈 수밖에 없다.

13년 만에 온전히 서게 된 '주민자치회'가 부디 기지개를 켜고 힘차게 첫발을 내디딜 수 있길 빈다. 그래야 '국민주권'이라는 단단한 뿌리에서 '주민자치'라는 꽃이 활짝 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지역에 필요한 건 '주민자치 정부'다.
덧붙이는 글 ¹이번 조사는 웹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1.8%p(95% 신뢰수준)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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