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KBS부산총국에서 개최된 부산시장 후보자 법정토론회.
KBS뉴스 부산 갈무리
KBS부산총국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심각한 공정성 훼손 및 관리 부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비공개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방송 전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캠프에 사전 유출한 중대 비위가 드러난 데 이어, 부산시장 후보 법정토론회에서는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반입 금지 전자기기인 '거짓말탐지기'를 제지하지 않아 토론회가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선거 보도의 핵심인 중립성과 토론회의 공정성을 모두 놓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넘긴 보도국장… 이를 받은 전직 KBS 국장
먼저 여론조사 결과의 사전 유출입니다. KBS는 지난 5월 21일부터 25일까지 부산 지역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26일 오후 5시 1분에 결과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는 보도되기도 전에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캠프로 넘어갔습니다.
유출 당사자는 다름 아닌 선거 방송을 총괄하는 이상준 KBS부산 보도국장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국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직후, 박형준 캠프의 공보위원장인 정은창 전 KBS부산방송총국장에게 자료를 넘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유출은 한 번이 아니라 두 차례나 이루어졌습니다. 공영방송의 지역 보도 최고 책임자가 자사 출신이 있는 특정 선거 캠프에 비공개 정보를 상납한 셈입니다.
이는 단순한 일탈을 넘어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여론조사기준 제12조는 최초 공표 예정 일시 이전의 자료 유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무상 취득한 비밀 누설을 금지하는 KBS 취업규칙과, 미공개 자료의 사적 이용을 막는 방송강령 및 윤리강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입니다.
더 큰 문제는 KBS 경영진의 태도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박장범 사장과 김대홍 보도본부장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당사자가 유출을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직무 배제나 징계 등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노조의 폭로가 없었다면 그대로 묻힐 뻔한 사건이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선거 보도와 개표방송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특정 정치세력과 유착해 비공개 정보를 전달했다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라며 엄중한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박장범 사장의 침묵을 겨냥해 "해당 보도국장을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 절차에 즉각 착수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특히 과거 이른바 '파우치 대담' 논란을 겪었던 박 사장을 향해 "선거 여론조사 자료 유출도 스리슬쩍 넘어가는 사장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공보국 김기표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태를 "무자격 언론인과 국민의힘의 추악한 유착관계가 드러난 명백한 정언유착"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공영방송이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해 공정성을 무너뜨린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사당국은 진상규명을 위해 조속히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자격을 상실한 박장범 사장은 즉각 사퇴하고 국민의힘은 석고대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협의 없이 반입한 물품 제지하지 않고 진행한 KBS부산
▲5월 26일 열린 부산시장 후보자 법정토론회에서 정이한 개혁신당 후보가 갑자기 거짓말탐지기를 꺼낸 모습. 해당 물품은 사전에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뉴스 부산 갈무리
이러한 가운데 KBS부산을 둘러싼 잡음은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법정토론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지난 5월 26일 열린 부산시장 후보 마지막 토론회에서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는 주도권 토론 중 돌연 '거짓말탐지기'를 꺼내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에게 사용 의향을 묻는 돌발 행동을 벌였습니다.
사태 발생 후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위법은 아니다, 제재 규정이 없다"라고 밝혔고, KBS부산 역시 "사전 협의가 없었다"라고 고지했습니다.
이러한 돌발 행동은 곧바로 상대 진영의 정치적 공세의 빌미가 됐습니다. 다음 날인 27일,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캠프는 논평을 통해 "(전 후보가) 정이한 후보의 거짓말탐지기 제안도 끝내 거부했다"며 "법적 효력이 없더라도 330만 시민 앞에 떳떳함을 증명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책 검증의 장이어야 할 토론회가 네거티브 선동의 도구로 전락한 셈입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거짓말탐지기 사태를 꼬집으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선관위와 KBS부산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단체는 "가뜩이나 후보 간 비교 검증이 부족한 지방선거에서 법정토론회마저 파행으로 만들었다"면서 "선관위와 KBS부산은 유권자에게 사과하고 강도 높은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공영방송의 생명은 공정성과 신뢰입니다. 지금 KBS부산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돕는 공영방송의 역할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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