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5월 31일 오후 서문시장을 찾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추 후보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조정훈
박씨가 이날 오후 4시에 도착해 약 20분간 머문 뒤 떠난 서문시장 안 깊숙이 들어가 보니 여론이 꽤 엇갈렸다. 직전 박씨를 향한 과열을 고려했을 때 의외의 반응도 쏟아졌다.
박씨가 떠난 직후 처음 마주한 최아무개(50대 후반 여성)는 기자가 "박근혜" 석 자를 꺼내자마자 "다 싫어하지. 장사 망했다고 하지 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묵고살라 카면 팔아야 되는데 (지지자들만 왔다가) 다 지나가 뿔잖아. 시끄럽고. 북 치고, 장구 치고. 뭐가 좋다고 저리 난리고."
최씨는 단순히 장사가 안 돼 불만을 가진 게 아니라 박씨가 전국을 돌며 국민의힘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모습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는 "저 여자 정신 못 차리고 있다"며 "어찌됐던 간에 탄핵된 사람이 국민통합을 위해 조용히 자중하고 있어야 하는데"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구·경북만 도는 게 아니고 다른 데 다 간다매. 그니까 (사람들이) 미쳤는갑지(라고 말하지)"라며 "옆에 있는 유영하 이런 사람들도 나쁜 사람들이다. 이용하는 거잖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경기를 보고 있던 다른 여성 상인도 "정치 그만하시면 안 됩니까? 이제 그만하시고 조용히 있으시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연세도 있으시고 감옥에도 갔다 오셨으니 조용히 노후를 그냥 마무리하셨으면 좋겠는데, 괜히 이제 끼어드는 모습이 보기에는 안 좋다, 솔직히."
잠옷 장사를 하고 있는 박아무개(50대 남성)씨도 "참 한 번 하고 갔으면 됐지(지난 5월 23일 대구 칠성시장에 간 것을 지칭, 기자 말) 맨날 찾아와가 사람들 몰리가 엉망진창이 되는데"라고 질색했다.
"나 정말 싫어요. 안 왔으면 좋겠어요 제발. (박씨가) 싫다고 말하기는 그런데 아휴 참 줏대 없이 흔들리는 그런 사람이 대통령 해갖고 참 그래요. (근데) 내 여기 서문시장에서 이런 이야기 하면 칼 맞는다. 칼 맞아."
박씨가 "칼 맞는다"고 말한 것처럼, 박씨를 찬양하는 상인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앞서 만난 최씨 옆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신아무개(60대 초반 남성)씨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보려고 모인 사람들을 보니 아직 보수는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의 민심 그 자체이니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활복을 파는 정아무개(50대 여성)씨는 "장사 때문에 오늘 (박씨를) 보러 가진 않았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 오시면 (국민의힘 선거에) 당연히 도움이 되지에. 옛날부터 저는 엄마 같은 느낌, 친정 느낌, 짠한 느낌이 들어 (박씨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불 가게의 박아무개(40대 여성)씨도 "박근혜 언니를 뽑았다. 박 대통령 존경합니다. 지지합니다"라고 밝혔다.
속옷 장사를 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보던 남성 상인(60대)도 "당연히 박 대통령이 선거를 지원하는 게 좋다"며 "(장사가 안 된다고 싫어하는 상인들이 있던데) 국가를 위해 그러면 안 된다. 국가가 문제지 장사가 문제냐"라고 말했다.
[수성못] 대구 토박이 한 줄 평 "국힘 급한가 봐?"

▲파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6.3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5월 31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못을 찾았다.
소중한
박씨 도착 약 10분 전인 오후 7시 20분께, 수성못 일대는 시민들과 취재진·유튜버로 북적였다. 많은 인원이 몰리며 이동조차 수월하지 않았다. 산책하던 시민들 사이에선 "왜 길을 막는 것이냐", "이러다 사람들 다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이후 박씨가 모습을 보이자 일부 시민들은 인파 때문에 산책로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70대 대구 토박이 여성은 "국민의힘이 마음이 급해 박 전 대통령을 부른 것 아니냐"며 "추 후보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최근 지지율을 보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비등비등한 거 같다. 누가 당선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 독주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같은 당이 계속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국민의힘 내부 싸움을 보는 것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산책하던 30대 여성 주민은 "박 전 대통령이 오는지도 몰랐다"며 "추 후보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도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별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60대 택시 기사는 "추 후보가 여론전에서 아슬아슬하니까 박 전 대통령을 불러낸 것 아니겠냐"며 "박정희 향수에 젖어있는 시민들에게는 효과가 있겠지만, 택시에 타는 손님마다 '이번에는 바까야 한다', '이번에는 김부겸'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털어놨다.
반면 수성못 인근에서 만난 60대 남성 두 명은 "박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실제로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허리가 굽은 모습을 보니 박정희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가) 보수 결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추 후보 지지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씨를 촬영하던 60대 대구 출신 여성 역시 "박씨를 보려고 다른 지역에서 왔다"며 "이렇게 유세에 나서면 추 후보에게도 도움이 될 거 같다"고 전했다.
▲ '소방서 앞 떡하니' 추경호 선거운동 차량 [서문시장 간 박근혜]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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