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거 사전투표율
임병도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이 23.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의 사전투표율인 20.62%보다 2.89%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특히 보궐선거가 열리는 부산 북갑의 사전투표율은 25.57%로 집계되며 전국 14개 보궐선거 지역 중 5번째로 높은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14곳 중 5위라는 순위만 보면 압도적이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부산 지역 전체의 사전투표율 역시 21.29%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권자들의 높은 정치적 관심이 사전투표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사전투표율이 치솟으면서, 그동안 사전투표 거부를 독려하며 제도를 흠집 내 온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주장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투표 보이콧 자화자찬한 황교안... "치열한 다자구도 탓" 분석도
'한미부정선거 공동조사단' 박주현 변호사는 사전투표 첫날부터 "투표자 수 조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박 변호사는 "사전투표소 주변에 중국인 탑승 차량이 있는지 살피세요"라거나 "중국인이 운용하는 렌터카, 운반차가 투표지 운송에 동원된다면, 한국의 주권을 중국에 맡기는 꼴! 선관위 미쳤냐?"라는 글 등을 올리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후보 역시 사전투표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지속적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다 급기야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황 후보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사전투표율은 전국 23.51%, 전국 재보선 사전투표율은 24.12%인데, 평택을 재보선 사전투표율은 18.39%로 전국보다 현저히 낮다"면서 "제가 말씀드린 대로(사전투표 거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라고 썼습니다.
지역 정가와 정치 전문가들의 해석은 전혀 다릅니다. 평택을은 민주당 김용남 후보,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 진보당 김재연 후보,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 등 다수의 유력 후보가 출마한 최대 격전지입니다. 특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연일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지지세가 온전히 결집되지 않았거나, 부동층 유권자들이 본투표일까지 투표를 보류하고 관망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황 후보가 주장하는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전투표를 거부했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수사 거부 모스 탄, 한국 입국 후 부정선거론자들 만나

▲황교안 자유와혁신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후보와 모스 탄 리버티대 교수
황교안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국내 유튜버와 정치인뿐만 아니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해외 인사의 수상한 행보, 이에 발맞춘 음모론자들의 과격한 행동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미국 리버티대 모스 탄 교수는 한국에 입국해 지난달 29일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사전투표소를 방문하고 황교안 후보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그는 전한길씨와 전광훈 목사와도 연이어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전 목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방송을 통해 "모스 탄 교수가 한국에 온 이유는 부정선거를 감독하기 위해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모스 탄 교수가 현재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 살해 사건에 연루돼 소년원에 수감됐고, 그로 인해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라고 주장해 고발당한 바 있습니다. 모스 탄 교수는 경찰의 조사 요구와 소환 통보를 철저히 거부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모스탄 교수와 같은 이들의 선동이 음모론자들의 돌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때 서울 구로구 선관위 청사에서는 5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퇴근 시간 이후 '사전투표함을 감시하고 지키겠다'며 무단 진입해 사무실 문 앞에 누워 있다가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실제 투표함은 이들이 침입한 6층이 아닌 7층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같은 달 경남 하동군에서도 30대 남성이 사전투표함 보관소인 선관위 건물 외벽 가스 배관을 타고 2층으로 침입하려다 체포됐으며, 그는 부정선거 감시 단체 소속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5월 말 사전투표 기간에는 경기 화성시 선관위 청사에 자신들을 '사전투표 참관인단'이라고 속인 무리가 난입해 투표함을 강제로 촬영하겠다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또한 같은 기간, 태극기를 단 차량을 이용한 음모론자들이 화성시의 한 우체국 내부로 진입해 관외 사전투표지가 보관된 최고 보안 구역까지 들어가 거세게 저항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막무가내로 진입하려는 이들을 막아서던 선관위 직원이 몸싸움 끝에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외부의 선동이 범죄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입니다.
비상계엄이 남긴 상흔... "선거 신뢰 훼손 행위 엄벌해야"
▲2024년 12월3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선관위 서버를 가리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과거 부정선거 음모론은 선거철마다 으레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소수의 터무니없는 낭설로 치부됐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명분으로 삼아 비상계엄까지 선포하며 헌정 질서를 위협했던 초유의 사태를 겪은 지금, 이를 단순히 철없는 음모론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보수언론 역시 투표 참여를 통한 단호한 심판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동아일보>는 1일 자 사설 '사전투표 역대 최고… 부정선거 음모론 심판한 유권자들'을 통해 "지난 대선이 불법 계엄으로 인해 퇴행한 민주주의가 정상화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그 어떤 망국적 음모론도 다시는 발붙일 틈이 없도록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며 "더 많은 유권자가 주권을 행사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허위 정보로 민심을 어지럽히고 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던, 비열한 음모론을 확실히 심판하기 위해서라도 투표만큼은 포기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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