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01 12:14최종 업데이트 26.06.0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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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는 손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오전 울산 울주군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범서읍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기표를 마친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21세기가 된 지도 오래지만, 적지 않은 대한민국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부정부패 척결'이 절박한 과제로 언급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은 막강한데, 제대로 된 감시·견제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당 지배가 오래된 지역일수록 정당 간의 감시·견제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 지역일수록 부패가 만연하기 쉽다.

오죽하면 이번에 경북 영주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의 슬로건이 '부정부패 척결'일까? 지역에 들어오려는 납폐기물 공장에 반대하다가 시장, 도의원, 시의원 후보로 출마하면서 '납공장 문제 해결'과 '부정부패 척결'을 내건 것이다.

각종 인·허가권도 부정부패와 연결될 수 있어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장은 '제왕적'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중앙정부나 공천권자의 눈치는 봐야 하지만, 지역 내부에서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권, 예산편성권, 각종 인·허가권을 독단적으로 휘두르면, 누구도 제어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막강한 권한은 부정부패로 연결되기 쉽다. 과거에는 '사무관 승진에 수천만원' 같은 얘기들이 떠돌았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그 측근 등이 인사와 관련해서 뇌물을 받았다가 처벌받은 사례들이 여럿이었다. 이런 일들은 워낙 음성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과연 지금은 지방공무원 승진 인사가 깨끗해졌을까?

수의계약도 문제이다. 자신의 선거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수의계약을 주는 행태가 여러 군데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뉴스타파> 보도에 의해 국민의힘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가 4년간 울산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그의 지지 모임 회원들과 울산시가 맺은 수의계약 건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지지모임 임원이 대표로 있는 한 업체는 김두겸 시장 취임 전까지는 울산시와 단 한 건도 수의계약을 맺은 적이 없었는데, 김 시장 취임 이후 4년간 88건 11억 6400만 원이 넘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업체는 수의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정도면 감사기관에 의한 감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지모임측은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의혹이 "명백한 허위"라면서 순수한 팬클럽임을 강조했고, 김두겸 후보 측 관계자는 "어떤 관여를 하거나 지휘를 하는 위치에 있었다라든지, 금전적인 문제가 관여해 있다라든지, 그런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 편집자 말)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각종 인·허가권도 부정부패와 연결될 수 있다. 인·허가 중에는 해 줘도 되고 안 해줄 수도 있는 '재량행위'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그 과정이 투명하지도 않고, 지역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가 숱하다. 그래서 난개발이나 환경오염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주민들과 시민·환경단체들은 '사전고지 조례'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리도록 하고, '환경정책위원회'같은 심의기구에서 인·허가 여부를 전문적·독립적으로 심사하도록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런 제안이 반영된 지방자치단체들은 극히 드물다.

지방의회도 부정부패에 오염

그나마 지방자치단체장을 견제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지방의회이다. 그러나 지방의회 자체가 부정부패에 오염되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방의원들이 국외 공무출장을 다녀오면서 항공료를 조작해서 세금을 빼먹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렇게 유용된 예산은 18억 원에 달한다.

2024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 발표(2022년 1월~2024년 5월, 243개 지방의회 국외 출장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해 드러난 이 비리는 전국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를 의뢰한 경찰관서만 87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경찰이 수사중인 지역이 많다. 그리고 이런 비리와 연루된 지방의원들 중 적지 않은 인물들이 이번에 또 출마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다. 지방의원들이 이권에 연루된 문제도 심각하다. 2024년 1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20개 지방의회에 대한 이해충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2년 동안 지방의원이나 그 가족과 연관된 업체들이 지방자치단체 등과 31억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부적정하게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개 지방의회를 샘플로 조사했을 뿐인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예를 든 사례를 보면, A시는 모 시의원 배우자가 33.3% 지분을 갖고 있는 업체와 194건 약 11억 5천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 정도면 심각한 이해충돌방지의무 위반이다.뿐만이 아니다. 지방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이권을 챙기려고 마음먹으면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지방의원에게 '부정부패 척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슬프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렇다.

지방자치의 제1과제는 부정부패 척결

6·3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5월 31일 제주시 도두동 무지개해안도로에서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제주도 선거관리위원회

부정부패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정부패에 물든 권력자가 주민들의 '삶'을 챙길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예산을 낭비하거나 인·허가를 잘못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사권을 남용하면, 그 눈치를 보는 공무원들이 제대로 행정을 할 리가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입게 된다.

그래서 지금 지방자치의 제1과제는 부정부패 척결일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유권자들은 부정부패와 연루된 의혹이 있는 후보자들을 걸러내야 한다. 그리고 선거 이후에도 부정부패에 대한 감시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에 바란다. 지방선거 이후에 지역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세워주길 말이다.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등 반부패 관련 기관들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지역의 대표적인 비리(인사비리, 인·허가비리, 수의계약 비리)에 대해서는 익명제보를 상시적으로 접수해야 한다. 풀뿌리가 부패하지 않아야 대한민국이 건강할 수 있다.

6.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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