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01 09:35최종 업데이트 26.06.01 15:04
지난 5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이 무너져 공사관계자 3명이 사망하는 등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29일 오전 붕괴사고가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를 철거하는 현장.권우성

철도는 지역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반 시설인 동시에, 도시 공간을 물리적으로 단절하고 교통 및 토지 이용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이었다. 철도 지하화는 철도로 인해 단절된 도시 공간을 재연결하고 도시 기능이 통합적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도시 구조 전환 전략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최근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지상 철도와 그 상부를 지나는 노후 인프라가 시민의 안전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이다. 사고 직전까지 KTX와 무궁화호 열차가 붕괴 현장을 통과했다는 점은, 지상 철도가 단순한 도시 공간의 단절 요인을 넘어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임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철도 지하화는 단순한 기반시설 정비 사업이 아니다. 철도 지하화는 철도부지와 그 주변을 고밀도의 복합용도로 개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도 노선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단절되었던 도시 공간을 재연결하여 도시 기능이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공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상 철도가 지하로 이전되면 철도로 인해 단절되었던 물리적 장벽이 해소되고, 분절되었던 생활권과 상업권이 다시 하나의 연속된 도시 공간으로 재편될 수 있다.

그러나 철도 지하화는 하나의 수단일 뿐, 모든 지역과 모든 노선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다. 도시의 밀도, 토지 이용 특성, 재정 여건에 따라 지하화, 고가화, 데크화 등 다양한 철도 입체화 방식을 검토하고 적용하여야 한다. 핵심은 지하냐 고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철도 시설과 도시 공간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통합하여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도시 구조로 발전할 것인가이다. 따라서 철도 입체화는 교통공학의 문제라기 보다는 공간계획, 도시 안전 및 도시재생과 같은 더 포괄적인 의제로 재정립되어 전개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의 보편적 원칙은 사회·경제·환경 요소의 통합적 접근을 강조한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환경 개선에 국한되지 않으며, 안전 보강, 인구 변화 대응, 고용 및 주거 안정, 문화 고양, 삶의 질 개선 등 다양한 사회적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포괄적 접근을 전제로 한다. 철도 입체화는 단절된 도로망과 보행 네트워크를 회복하고, 분절된 생활권과 상업권을 재연결함으로써 도시 공간 전반의 통합과 유기적 연결을 촉진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상 철도를 지하 또는 고가로 이전한 이후 확보되는 공간은 주거·업무·상업·공공 기능을 재배치할 수 있는 도시 공간의 전략적 자산이 된다. 철도 입체화가 도시재생의 일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교통 계획과 토지 이용 계획을 연동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확보된 공간의 역할 변화에 따라 위계와 기능 배치가 재구성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공정성과 포용성을 핵심 원칙으로 한다. 이는 철도 입체화로 발생하는 개발 이익이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지역사회 전반의 삶의 질 향상으로 환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철도부지 입체 개발 과정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저소득층 배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원과 같은 공공시설, 생활 SOC의 전략적 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철도 입체화로 창출되는 공간과 수익은 사업 재원 조달 수단을 넘어, 도시 기능의 균형적 배분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정책적 장치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은 주민 참여와 역량 강화가 필수 조건이다. 철도 입체화 역시 주민자치를 기반으로 한 상향식 참여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지역사회 의견 반영이 소홀할 경우 도시 공간의 물리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익의 불균등한 배분 등의 문제로 지역사회를 분열시킬 위험을 내포하게 된다. 따라서 공공·민간·시민이 참여하는 파트너십과 입체화에 따른 공간 개발을 위한 단일 목적의 전담 조직을 통해 계획 수립, 실행, 관리 등 전체 과정을 통제하도록 하여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철도 입체화 사업은 개별 구간의 개발을 넘어 도시 전체 계획과 연계되어야 하며, 국비·지방비·민간 자본을 결합한 다층적 협력 구조를 통해 개발 재원과 이익의 분배를 공정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으나, 현행 법·제도적 구상과 접근은 여전히 철도 노선과 시설의 '지하화'라는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이를 단순한 토목 사업을 넘어 '공간 맥락에 맞춘 철도 입체화'이자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도시 안전망 구축'의 관점으로 재편해야 한다.

모든 철도 노선이 지하화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할 재정적 여력도 없다. 노선별로 구간이 가진 도시적 맥락과 주변의 밀도, 토지 이용 특성, 재정 여건을 면밀히 분석하여 지하화, 고가화, 데크화 등 다양한 입체 개발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특별히, 도심 고밀 지역의 열차 통행이 잦으며, 노후 기반 시설과 인접하여 재난 위험이 상존하는 구간은 반드시 선제적 입체화 대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원오 민주당 후보는 경부선 지하화를 중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하화 논의의 중심에 있는 경부선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 구간이자 서울역북부역세권 개발사업 대상지와 긴밀히 맞닿아 있는 경의선 구간 역시 철도 입체화 대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6.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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