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9 17:33최종 업데이트 26.05.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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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 참여를 말하면서 정작 청년의 생활권 안에 투표소는 충분히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 대학도시 성북구를 중심으로, 대학 내 사전투표소 설치가 왜 필요한지 짚어봅니다.[기자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유성호

선거 때마다 선거에 관심 없어 보이는 청년 세대를 향한 잔소리가 쏟아진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세상이 바뀐다."
"청년의 한 표가 미래를 결정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 당당한 훈계 뒤에는 한 가지 본질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 정말 우리는 청년들이 투표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있는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었지만,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대학 내 사전투표소는 설치되지 않았다. 특히 대학이 밀집한 성북구의 현실을 보면, 이 문제는 더 이상 추상적인 '정치 참여 독려'의 차원이 아니다. 매우 구체적인 투표 접근권의 문제다.

대학가의 거대한 생활권을 외면할 것인가

대학이 밀접한 성북구는 고려대, 성신여대, 한성대, 국민대, 동덕여대 등 주요 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대학의 구성원 규모만 보아도 그 의미는 분명하다.

고려대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약 3만 2천 명, 교직원 약 5천 8백 명 규모다. 성신여대는 학생 약 1만 명, 교직원 약 3천 명, 한성대는 학생 약 8천 2백 명, 교직원 약 1천 명, 국민대는 학생 약 1만 6천 명, 교직원 약 2천 5백 명, 동덕여대는 학생 약 7천 1백 명, 교직원 약 6백 명 규모다.

단순 합산만 해도 학생 약 7만 3천 명, 교직원 약 1만 2천 9백 명이다. 모두 합치면 8만 6천 명에 가까운 대학 구성원이 성북구의 대학 공간 안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생활한다. 웬만한 지방 소도시 인구와 맞먹는 청년 유동인구이자 거대한 지식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거대한 생활권 안에 사전투표소가 충분히 들어와 있지 않다.

'행정구역'이라는 형식에 갇힌 투표권

물론 현행 제도상 사전투표소는 기본적으로 읍·면·동마다 설치된다. 행정구역 단위의 기계적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절차적 하자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투표권 보장은 단순히 '지도 위에 투표소 하나 표시하는' 형식적 행정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유권자가 실제로 어디에서 하루를 보내고, 어디로 이동하며, 어떤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청년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 공간이다. 특히 성북구처럼 여러 대학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지역 경제와 문화를 이끄는 중심 거점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대학 내 사전투표소 설치는 특정 집단을 위한 특혜가 아니다. 유권자가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곳에 투표소를 배치하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행정일 뿐이다.

특히 청년 유권자에게 사전투표는 사실상 유일한 투표 기회인 경우가 많다. 대학생 중에는 지방에서 상경해 자취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에게 선거일 당일 고향 주소지까지 내려가 투표하라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시험 기간, 빽빽한 전공 수업, 주말 아르바이트와 인턴십, 취업 준비 스펙 쌓기까지 겹치면 주소지와 상관 없이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만이 현실적인 투표 기회다.

'조금 먼 거리'가 청년의 투표를 막는다

그러나 사전투표소가 생활 동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 제도의 장점은 크게 줄어든다. 투표소가 '조금 멀다'는 말은 행정의 언어로는 사소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의 하루 속에서는 그것이 투표를 포기하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수업 사이의 짧은 공강, 아르바이트 출근 전의 한 시간, 시험 기간의 빠듯한 일정 속에서 투표소까지 따로 이동해야 한다면, 투표 참여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게다가 장애가 있거나 이동에 불편을 겪는 학생·교직원에게는 이 장벽이 배로 다가온다. 권리는 단순히 법전에 선언되어 있다고 해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행사할 수 있어야 권리다. 권리는 선언이 아니라 접근 가능성 위에서 완성된다.

대학 내 사전투표소 설치는 투표율 제고라는 공익적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카드다. 대학은 폐쇄된 섬이 아니다. 주변 상권, 주거지, 지하철역 및 버스 노선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열린 공간이다. 대학 내에 투표소가 마련되면 안팎을 오가는 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생활권 중심 투표소'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

또한 대학 안에 사전투표소가 설치되면 정치 참여의 공기도 달라진다. 강의실과 도서관, 학생회관을 오가며 투표소를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선거는 일상이 된다. "투표했어?"라는 짧은 질문이 오가고, 후보와 공약에 대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정치는 멀리 있는 권력의 일이 아니라, 내 등록금, 내 일자리, 내 주거, 내 교통, 내 지역의 미래와 연결된 문제임을 몸소 체감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

"청년에게 투표하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청년이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정치와 행정의 책임이다."

특히 지역 밀착형 정책을 다루는 지방선거일수록 청년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지방정부가 결정하는 주거, 교통, 청년 일자리 정책은 그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투표 접근성 장벽에 가로막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된다면, 지방정치는 결국 '청년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만다.

이제 선거 관리의 편의만을 기준으로 삼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북구처럼 대학이 밀집한 지역을 필두로 일정 규모 이상의 대학가, 기숙사 밀집 지역 등 청년 유동 인구가 집중되는 생활권에는 사전투표소를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해야 한다.

2030 세대의 정치 참여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들을 향해 투표소로 오라고 말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가 먼저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대학 내 사전투표소 설치는 청년의 한 표를 기다리는 행정에서, 청년의 한 표에 응답하는 행정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6.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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