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기획노트, 산책사서가 시인이셨나요?
이인자
이제 도서관 산책을 마칠 시간이 되었다. 밖에는 여전히 세찬 봄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꽤 요란했다. 그 빗소리 만큼,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이 내게 남긴 여운도 오래 머물렀다.
얼마 전에 즐겨보던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일명 '모자무싸'가 종영했다. 수많은 명대사가 화제가 되었는데, 브라이튼 도서관에 대한 글을 쓰던 중 한 대사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멋지다'라는 건 알겠는데, '근사하다'라는 건 어떤 의미냐는 물음이었다.
새로 지은 도서관은 대부분 멋있다. 거대한 자본으로 지어진 세련된 디자인은 사람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근사한 도서관은 조금 다른 힘으로 만들어진다. 이를테면 정말 세상에 없던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하는 감각, 도시와 자연을 연결하는 상상력 같은 힘 말이다.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은 내게 그런 공간이었다. 지나치게 세련되었다는 선입견과 달리, 직진해야만 할 것 같은 삶의 방향과 속도를 잠시 멈춰 세우는 공간. 빌딩 숲 한가운데에서 아무 대가 없이 쉬어갈 수 있는 산책길 같았다. 그래서 이 도서관이, 아주 근사했다. 오래 오래 잊히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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