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9 10:21최종 업데이트 26.05.29 10:24
청소년 교육감 공약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자치교육사회적협동조합 길잡이

교육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교육감은 한 지역의 학교교육 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어떤 교육감이 선출되느냐에 따라 학교 현장의 분위기, 교육청의 예산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학생들이 매일 마주하는 학교의 모습은 교육감의 철학과 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는 여전히 '깜깜이 선거'라는 말을 듣는다. 유권자조차 후보자의 공약을 제대로 알기 어렵고, 교육감 선거가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토론되지 못한 채 선거가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후기 청소년으로 선거권을 갖고 있지만, 정작 학교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은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내는지, 그 공약이 자신의 학교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지난 5월 23일 인천에서 열린 '청소년 교육감 공약 포럼'은 특별한 시도였다. 이 자리는 학생이 직접 교육정책을 제안하고 후보자에게 질문하는 자리였다. 학생들이 교육정책의 소비자가 아닌, 제안자로 나선 것이다.

학생들이 묻고, 후보자들이 답한 포럼

자치교육사회적협동조합 길잡이는 지난 5월 23일, '청소년 교육감 공약 포럼'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포럼에는 인천시교육감 후보 3인이 전원 참석했다. 청소년들은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졌고, 자신들이 직접 정리한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이날 1부에서는 청소년들이 5개 주제로 나눠 원탁토론을 진행했다. 의제는 ▲입시 부담과 진로·진학 ▲학생자치와 학교 민주주의 ▲학교폭력과 마음건강 ▲교육격차와 학교 밖 청소년 ▲기후위기, AI와 다양한 배움 ▲교육감 선거권과 사회참여 등으로 구성됐다. 모두 사전에 청소년들이 선택한 관심 주제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학교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말하고, 해결 방향을 정리했다. 치열한 원탁토론을 거친 후 정책제안문으로 다듬었다.

2부에서는 후보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청소년들은 AI 시대 진로 전환의 유연성, 교육격차 해소와 대입 형평성, 학생자치 예산, 학생 의견 반영 구조 등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를 직접 물었다. 질문은 거창한 이념보다 생활에 가까웠다. "진로를 바꾸어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는가", "학생회의 의견은 실제로 학교 운영에 반영될 수 있는가",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청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같은 물음이었다.

그 질문들은 학생들이 학교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있는지 보여줬다. 학생들은 막연히 "학교가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불편함과 불안을 언어로 꺼냈고, 후보자에게 실행 가능한 답을 요구했다.

핵심 요구는 '학생과의 소통'

이날 학생들의 주요 요구를 한 단어로 정리하면 '소통'이었다. 학생들은 더 화려한 정책보다, 자신들의 의견이 실제로 반영되는 구조를 요구했다. 학생자치가 형식적인 회의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랐고, 진로교육이 생활기록부와 입시 경로에 갇히지 않기를 바랐다. 마음건강 지원도, 학교폭력 대응도, 교육격차 해소도 결국 학생의 목소리를 얼마나 가까이에서 듣느냐의 문제로 이어졌다.

이는 기존의 어른 중심 교육 담론과는 사뭇 다르다. 어른들은 교육정책을 말할 때 예산, 제도, 성적, 경쟁력, 운영의 효율성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논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말한 것은 더 직접적이었다. "학교에서 내 의견이 존중받고 있는가", "내가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 "진로를 바꾸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가", "학생회가 실제 권한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좋은 교육감의 자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좋은 교육감이 많은 공약을 내는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학생의 삶을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사람, 현장의 언어를 정책의 언어로 바꿀 수 있는 사람, 학생을 교육정책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함께 논의할 시민으로 대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학생이 모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교육정책에는 전문성과 책임이 필요하다. 다만 학생이 빠진 교육정책은 현장을 잃기 쉽다. 학교를 매일 살아가는 사람의 말이 빠진 정책은 아무리 잘 설계되어도 실제 학교생활의 감각과 어긋날 수 있다.

정책은 현장과 멀리 있으면 안 된다. 학생들이 매일 마주하는 등교 시간, 수업 방식, 진로 상담, 학생회 운영, 학교폭력 대응, 상담실의 문턱, 시험과 평가의 방식이 모두 정책이다. 학생들은 그 정책을 매일 몸으로 겪는다. 그렇다면 학생의 목소리는 정책 수립 과정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 길잡이의 도전

이번 포럼을 기획한 자치교육사회적협동조합 길잡이도 주목할 만하다. 길잡이는 청소년 자치와 교육정책 참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교육 협동조합이다. 발기인과 주요 구성원은 모두 후기 청소년과 고등학생이다. 인천청소년자치학교 '은하수학교'에서 자치를 경험한 청소년들이 졸업 후 청년 길잡이교사로 활동했고, 이제는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형태로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길잡이가 이번 포럼을 준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소년이 교육정책의 당사자라면, 청소년 스스로 공론장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에서 청소년은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아직 투표권이 없더라도, 학교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말할 권리가 있다.

자치학교에서 말하는 자치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동료와 토론하고,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경험이었다. 길잡이는 그 경험을 지역 교육정책의 장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청소년이 학교 안 프로젝트를 넘어 교육감 후보에게 질문하고, 정책제안서를 전달하고, 이후 모니터링까지 이어가겠다고 나선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교육 실천이다.

이런 시도는 청소년을 보호와 교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에 균열을 낸다. 청소년은 지금 자신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존재다. 물론 모든 청소년이 처음부터 완성된 정책 언어를 갖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공론장이 필요하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문제를 묶고, 근거를 찾고, 제안으로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포럼은 그 과정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앞으로 길잡이는 청소년 자치교육, 정책 참여, 공론장 운영, 학교 밖 자치교육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포럼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청소년 정책 모니터링과 후속 공론장으로 이어진다면, 교육 제도 수립에서 청소년 참여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학생 없는 교육정책은 가능하지 않다

이번 포럼이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학생 없는 교육정책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생은 교육정책의 '대상'으로 많이 불렸다. 학생을 위한 정책, 학생을 보호하는 정책, 학생을 지원하는 정책은 많았다. 하지만 학생과 함께 만드는 정책은 아직 부족하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학생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에서 "학생과 무엇을 함께 만들 것인가"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감 후보들이 학생 앞에 앉아 답한 장면은 중요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장면을 만든 학생들의 힘이다. 학생들은 모르지 않았다. 말할 자리가 부족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정책으로 연결되는 경험이 부족했다.

교육감 선거는 어른들만의 선거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학교의 오늘과 내일을 결정하는 선거다. 그렇다면 그 학교를 살아가는 학생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놓여야 한다. 포럼에 참여한 학생들은 물었다.

"우리 이야기도 교육정책이 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교육감 후보자 뿐 아니라 교육청,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교육을 말하는 모든 어른이 함께 답해야 한다. 학생을 교육의 주체라고 말해왔다면, 이제는 그 말에 걸맞은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청소년 교육감 공약 포럼을 준비하고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기사에 담긴 내용은 행사 현장에서 확인한 발언과 필자의 관찰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청소년의 교육정책 참여가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정책 논의와 선거 과정에 반영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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