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전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시는 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을 개정하며 '연애'를 '이성교제'로,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바꿨다. 단어 하나를 바꾸는 행정 행위가 특정 존재를 지워버리는 선언이 된다. 이 개정은 몇 차례의 TF 회의로 졸속 처리되었다. 유네스코가 권고하는 포괄적 성교육 기준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결정이 그렇게 통과되었다.
2024년 경기도에서는 '선정성'이라는 모호한 잣대로 2500여 권이 넘는 성교육 도서가 학교 도서관에서 사라졌다. 눈을 가린다고 해서 존재하는 세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악성 민원에 밀려 아이들의 알 권리를 차단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교육 행정이 스스로의 철학과 책임을 내던진 '자기 포기'이자 민주주의의 후퇴다.
교육 행정의 수장은 교육 전문가여야 한다. 교육 정책은 합리적 연구와 철학에 기반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동성애 교육'이 실제로 어느 학교 어느 교과서 몇 쪽에 있는지 당신은 단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 당신들이 추방하겠다는 실체는 무엇인가?
존재하지 않는 적과 싸우는 데 교육 행정의 에너지를 쏟는 동안, 진짜 현안들은 방치된다. 당장 우리 직업계고 아이들의 안전한 일자리와 취업률, 고교학점제 안착, 추락한 교권과 현장의 행정 부담,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 교육까지. 34년 차 교장인 내가 매일 마주하는 현장에는 '유령 추방'보다 훨씬 시급하고 본질적인 과제들이 쌓여 있다.
요즘 유튜브 채널 '쓱~보고가'의 랩 가사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만들었다는 곡 <혐오는 정의가 아니다>의 한 소절이다. "혐오는 멋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 타인의 눈물 위에 민주주의는 쓸 자리가 없다. 민주주의는 사람답게 살자는 약속이다." 선거철 거리마다 혐오를 내거는 정치인들에게, 그리고 그 소음에 노출된 유권자 모두에게 이 가사는 서늘하게 묻는다. 당신이 지키겠다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켜야 할 교육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진짜 아이들을 지키는 길은 존재를 지우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이 '모든 국민'에 예외는 없다. 성별도, 배경도, 성적 지향도 교육받을 권리 앞에서는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모든 학생이 배제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환경, 그것이 헌법이 명령하는 교육의 표준이며, 새로운 교육 수장이 반드시 만들어야 할 교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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