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올드 오크> 스틸 이미지
영화사 진진
야라의 제안을 거절한 후, TJ는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간다. 그의 곁에는 유일한 가족, 반려견 마라가 있었다. 마라는 혼자 남은 TJ가 삶을 포기하려 할 때, 기적처럼 찾아와 그를 구원해 준 존재였다. 그런데, 참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찰나,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다. 마라가 근처에 있던 대형견에게 물려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마라를 처음 만났던 해변가에 묻어주고 돌아온 TJ. 슬픔에 잠긴 그를 찾아온 이는 다름 아닌 야라와 그녀의 엄마였다. 야라의 엄마는 상실감에 젖어 종일 외로웠을 TJ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건넸고, 밥을 비울 때까지 곁에 있어주었다.
얼마 뒤, 마침내 뒷방이 열렸다. 야라의 엄마가 건넨 밥심이 그를 움직였다. 모두가 약자고, 모두가 소외된 이 동네에서 같이 밥을 먹으며 굶주린 아이들에게 힘을 주겠다는 TJ의 진심이 마을 사람들에게 전달되자, 올드 오크는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연대를 하려는 거지, 자선 활동을 하려는 게 아니야.'
인종과 종교가 다르지만,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순간, 올드 오크의 문은 완전히 열렸고 그제야 진정한 공동체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홀에 모여 카스크 에일을 마시던 사람들도 일부를 제외하고 점차 '우리'가 되어갔다. 뒷방이 열리자, 배타적 정체성을 상징하던 맥주도 서로를 이어주는 본연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었다.
얼마 전, 한 대형 커피 회사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이벤트를 벌였다는 논란에 올랐다. 그 회사를 운영하는 그룹의 수장은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다'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생각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는 사실을(관련 기사 :
5·18단체, 정용진 사과에 "서로 이해하자?... 제2의 조롱이냐").
국가 폭력에 맞서 저항했던 광주가 있었기에, 지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당시 고립된 광주에서 시민들을 버티게 한 것은 어머니들이 나눈 '주먹밥심'이었다. 지난 12.3 내란 사태 때, 차가운 거리에 나온 시민들을 보호해 준 힘도, 역시 밥심이었다. 밥심은 재난과 폭력에서 우리를 지켜내 온 연대의 실존적 증거였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 스틸 이미지
㈜영화사 진진
<나의 올드 오크>는 난민들이 오크(참나무)로 만든 깃발을 들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더럼 거리를 행진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깃발에는 광부들이 지켜냈던 '용기, 저항, 연대'가 영어와 아랍어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깃발 아래서 갈등의 무대였던 '올드 오크'는 비로소 사라졌다.
이 행진은 1871년부터 존재했던 '더럼 광부 축제'를 재현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과 난민들은 서로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대오를 이루며 걷는다. 그들의 발걸음은 '우리'와 '그들'의 경계가 사라진 '진짜 공동체'를 상징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며 나는 5월의 광주가 떠올랐다. 양동시장 상인들이 나르던 주먹밥과, 더럼에서 소외된 이들이 함께 나누던 밥, 그리고 내란 사태 때 시민들을 위해 선결제한 빵과 커피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혐오와 조롱은 늘 존재해 왔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올바른 시민 정신과 묵묵한 연대였다.
이제는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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