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8 14:40최종 업데이트 26.05.28 14:40
  • 본문듣기
2025년 9월 4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임박했다는 전망들이 나오는 가운데, 방북의 주된 목적이 두만강 하구 개발이라는 27일 자 대만 <연합보>의 보도가 있었다. 두만강을 경유한 동해 진출권 확보가 중국의 현안이 되어 있는 작금의 현실을 반영하는 보도다.

두만강 연안에도 중국 영토는 있다. 하지만, 중국 땅은 두만강 입구 약 17킬로미터 앞에서 끝난다. 이 구간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동해 진출은 제약을 받고 있다.


그래서 영토 변경이 생기지 않는 한, 중국은 북·러의 협조를 얻어야만 두만강을 거쳐 동해로 나올 수 있다. 북·중·러의 결속이 유례없이 강화된 지금 이 기회를 이용해 그런 협조 시스템을 확보하고자 하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위 보도에 반영돼 있다.

곤경에 빠진 러시아, 이 틈을 엿보는 중국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은 수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육로를 이용하는 방식에서는 중국이 이미 성과를 거뒀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듬해인 2023년 6월 1일부로 블라디보스토크항 이용권을 얻어냈다. 중국 헤이룽장성(흑룡강성)이나 지린성(길림성)에서 육로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달한 뒤 동해로 빠져나오는 통로는 이렇게 확보됐다.

덕분에 헤이룽장성이나 지린성 기업들은 평양 서쪽의 랴오둥반도(요동반도)까지 가서 다롄항이나 잉커우항을 이용하던 종래의 번거로움을 많이 덜게 됐다. 중국이 블라디보스토크항 이용권을 확보한 직후인 2023년 7월에 발행된 <성균차이나브리프> 제68호는 향후 예상되는 경제적 변화를 이렇게 예측했다.

"그동안 중국 동북지역에서 남부지역으로 화물을 운송하려면 다롄과 잉커우까지 1000km 가량 이동해야 해서 육로 운송비 부담이 컸다. 그러나 헤이룽장성의 쑤이펀허와 지린성의 훈춘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불과 200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육상 운송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 있다." -최선경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원 책임연구원 <중국의 동해 진출과 북중러 접경 지역의 가능성>.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심화로 인해 북한과 중국의 상호의존도가 한층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의 상호의존도 역시 높아졌다. 이런 정세를 이용해 중국이 신속히 챙기고 있는 것이 동해 진출권 확보다.

중국은 러시아의 곤경을 특히 더 활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 해도 유럽과 러시아의 묵은 갈등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이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뿐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도 그에 못지않게 부각됐다. 점차 확실해지는 것은 유럽과 러시아가 한 지붕을 이고는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 밖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러시아로부터 중국은 블라디보스토크항 이용권부터 신속히 확보했다. 그런 뒤 지금은 북·러 양국의 협력하에 두만강 하구 통과권까지 얻어내려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반구 정책(신먼로주의)으로 대서양동맹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유럽 지도자들은 자주 안보를 역설하며 새로운 유럽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위협을 명분으로 '유럽연합(EU) 대 러시아'의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에서 지속성이나 안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는 서쪽이 아닌 동쪽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극동지역과의 물류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지금 이 나라 앞에 놓인 급선무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북·중 양국과 밀착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동해 진출'을 노리게 된 배경이다.

중국의 동해 진출이 막혀 있는 지금의 현실은 청나라가 겪은 제국주의 침략의 산물이다. 본래 청나라는 동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가리키는 하이선와이(海参崴)라는 중국식 지명이 존재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약 70킬로미터인 우수리스크를 지칭하는 솽청즈(雙城子)라는 중국식 지명이 존재하는 것이 그 같은 과거 역사를 웅변한다. 19세기 중반만 해도 이곳은 중국 땅이었다.

그랬던 것이 러시아로 넘어가면서 중국의 동해 진출이 막힌 것은 제2차 아편전쟁(애로호사건)이라는 세계사적 사건 때문이다. 청나라는 1840년 제1차 아편전쟁 패전으로 국력과 위상이 크게 실추했다. 이런 청나라가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1856년에 제2차 아편전쟁까지 겪게 됐다.

영국·프랑스가 일으킨 이 전쟁으로 인해 청나라가 또다시 곤경에 빠지자, 이를 이용해 한몫 크게 챙긴 나라가 러시아다. 러시아는 종전을 중재해 주고 그 대가로 하이선와이를 포함한 연해주 땅을 할양받았다(청·러 베이징조약). 부동항을 얻기 위한 러시아의 동북아 진출은 이로써 획기적 성과에 도달했다.

동북아 진출에 대한 러시아의 열망은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시베리아 극동연구> 2008년 제4호에 실린 홍웅호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연구교수의 논문 '러시아의 연해주 진출과 개발의 역사'는 오성 이항복이 출생한 1556년에 벌어진 일을 이렇게 기술한다

"러시아가 최초로 동아시아로 진출한 것은 1556년 이반 4세가 우랄산맥 서쪽 지역에 있던 카잔한국을 멸망시키고 마침내 우랄산맥을 넘어 시베리아 방면으로 팽창하면서였다. ······ (중략) 이 시기 러시아의 시베리아의 진출은 영토 팽창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피 획득이라는 경제적 이유였다. 광활한 시베리아벌판의 여우와 수달, 곰 등의 모피는 시베리아 서부 러시아는 물론 유럽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던 상품이었다."

모피 획득을 목적으로 극동 진출을 개시한 러시아인들은 청나라가 제2차 아편전쟁으로 곤경에 빠진 틈을 활용해 도와주는 척하며 영토를 가로챘다. 이 때문에 동해 연안의 영토를 잃은 청나라는 동해와 북태평양으로 나가는 통로를 잃게 됐다.

중국의 동해 진출까지 대비해야 되는 상황

2025년 4월 30일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두만강 자동차 교량 착공식이 북한 라선시와 러시아 하산에서 동시에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

지금 상황은 제2차 아편전쟁 때와 정반대다. 이번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발이 묶이고 세계적 차원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를 활용해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협력을 약속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항 이용권을 확보하고 두만강 하구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1860년에 러시아가 연해주를 확보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은 동해 진출권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의 북중러 협력 구도가 심화돼 중국의 동해 진출이 자유로워지면, 중국 동북지방의 물류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이 지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또 중국의 북극해 진출도 유리해진다. 그래서 동해 진출은 중국의 국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독도가 있는 동해에서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남해함대, 동중국해를 담당하는 동해함대와 더불어 보하이만(발해만)과 한국 서해를 담당하는 북해함대를 두고 있는 중국이 동해를 자유로이 출입하게 되면 이곳을 관할하는 새로운 함대를 필요로 하게 된다. 현재 논의되는 북극함대는 이런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새로운 중국 함대가 동해를 근거로 활동하게 되면 독도의 바다에 대해 이해관계를 갖는 나라가 총 6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북한은 물론이고 일본·미국·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 동해를 마음대로 누비게 된다.

중국의 두만강 하구 이용과 동해 진출은 이처럼 한국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중국과 북·러 3국 사이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발언권이 제약되고 있다. 이것이 한국을 곤란케 만드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바다 건너 남의 일처럼 방관만 할 수도 없는 사안이 바로 이 문제다. 중국의 동해 진출로 인한 새로운 안보환경에 적극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지금 한국의 과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