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 도착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손을 내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북미 대화의 사전 합의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북미 대화는 필요할 수 있지만, 한반도 군사질서, 평화체제, 제재, 주한미군 문제까지 한국과의 조율 없이 정해져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 확장억제, 연합훈련, 제재 완화, 핵 동결 문제에서 한국 동의 없이 넘을 수 없는 선을 미국과 미리 확인해야 한다. 한국을 지나쳐 한반도 질서를 정하는 대화는 평화가 아니라 위험한 우회로가 된다.
그다음 필요한 것은 의제의 분리다. 방위비, 주한미군, 연합훈련, 확장억제, 제재 완화, 핵 동결은 서로 다른 성격의 문제다. 돈으로 다룰 문제, 군사 억지로 다룰 문제, 비핵화 협상으로 다룰 문제를 한 장부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
한반도에서 위험한 거래는 나쁜 조건의 거래만이 아니다. 다른 성격의 문제를 한꺼번에 묶는 순간, 한반도 안보는 큰 거래의 부속 항목으로 밀려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외교적 안전판을 넓혀야 한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심축이어야 하지만, 한반도 문제를 미국 대통령 한 사람의 거래 감각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일본, 유럽, 호주 등과의 안보·경제 협력, 유엔과 다자 외교, 중국과의 소통 채널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미국이 흔들릴 때 한국도 함께 흔들리지 않으려면, 동맹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동맹을 받칠 외교적 다리를 더 세워야 한다.
동맹은 신뢰 위에서 오래 간다. 그러나 신뢰는 맹목과 다르다. 미국과의 협력은 한국 안보의 핵심 축이지만, 동맹국 대통령의 충동까지 전략으로 불러줄 필요는 없다. 한국이 지켜야 할 것은 동맹 그 자체이지, 미국 대통령의 즉흥성을 전략으로 해석해 주는 태도가 아니다.
트럼프를 읽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그의 괴팍함이 아니다. 괴팍함은 때로 전략처럼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그 괴팍함 뒤에 정교한 계산이 없을 때다. 그 순간 예측 불가능성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 무능의 다른 얼굴이 된다.
한국은 트럼프의 숨은 전략을 찾는 데서 출발하면 늦다. 그의 머릿속에 없는 큰 그림을 상상할 것이 아니라, 계산 없는 권력이 한반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전제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무능이 전략처럼 포장되어 한국 안보를 흔들기 전에, 우리의 안전장치를 먼저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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