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상태 제한이 있는 노인이 제한이 없는 노인보다 주택의 편리성, 안전성, 규모 적정성에 불만족하는 비율이 더 높다.
보건복지부,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
돌봄과 주거를 함께 생각한다는 것은 다음의 네 가지 과제를 포함한다.
첫째, 돌봄이 이루어지기 적절한 주거공간의 마련이다. 방문요양, 방문간호, 재활, 식사 지원, 정서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그 서비스가 작동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너무 좁고 열악한 공간, 위생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공간, 서비스 제공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에서는 아무리 좋은 돌봄서비스가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돌봄은 서비스의 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돌봄이 가능한 공간이 함께 마련되어야 좋은 돌봄이 가능하다.
둘째, 개인의 기능 유지를 돕는 주거환경 개선이다.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바가 지역사회에서의 계속 거주와 자립적 삶이라면, 주거환경은 개인이 자신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문턱 제거, 안전손잡이 설치, 미끄럼 방지, 화장실 개조, 조명 개선, 냉난방 보완과 같은 변화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시설 입소나 장기입원을 늦추고, 일상생활의 독립성을 유지하게 하는 결정적 조건이 된다. 주거환경 개선은 복지의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예방적 돌봄의 중요한 수단이다.
셋째, 탈시설과 퇴원 이후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주거유형이 필요하다. 지역사회로 돌아간다는 말은 단순히 시설이나 병원을 나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돌아갈 집이 없거나, 집은 있어도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지역사회 복귀는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원주택, 중간집, 지역사회 전환주택과 같은 다양한 주거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주거는 단지 방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지역사회 안에서 온전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와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넷째, 공공주거 공급체계와 주거서비스 영역이 더 유연해져야 한다. 현재의 공공주거자원은 공급 기준, 대상자 범주, 운영 방식, 시설 기준 등 여러 측면에서 경직되어 있다. 물론 공공자원의 공정성과 안정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삶은 표준화된 틀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는 물리적 주택 공급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기존 주택의 개조가 필요하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주거와 돌봄서비스가 결합된 중간적 공간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돌봄 욕구와 주거자원을 능동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량을 확대하고, 사회적경제조직, 비영리기관, 지역 기반 주거서비스 조직 등 다양한 제3섹터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변화의 가능성은 나타나고 있다. 고령자나 장애인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지원하기 위한 특화형 매입임대주택은 공공이 주거자원을 제공하고 민간 또는 비영리 주체가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아직 규모와 제도적 안정성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러한 시도가 '주거를 돌봄의 기반'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집은 돌봄의 일부… 통합돌봄 논의에 주거를 중심에 둬야

▲통합돌봄이 시설 이용을 최소화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면, 가장 기본적인 공간은 결국 ‘집’이다.
KBS 뉴스 유튜브 갈무리
우리는 종종 현재의 제도적 한계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건 주거정책의 영역이다", "복지부 사업만으로는 어렵다", "공공임대주택 체계상 쉽지 않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라는 말은 현실적인 지적이지만 변화를 가로막는 언어가 된다.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요구, 가족돌봄의 약화, 1인·2인 가구의 증가, 기후위기와 재난의 일상화는 모든 돌봄의 조건을 바꾸고 있다. 이 변화 앞에서 기존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통합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주거 역시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돌봄이 병원과 시설 밖으로 나오려면, 사람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집이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살라고 말하려면,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주거는 안전하고, 접근 가능하며, 서비스와 연결되고, 개인의 존엄과 선택을 보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돌봄과 주거를 함께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의 복지국가가 무엇을 중심에 두어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다. 오랫동안 복지국가는 소득보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돌봄과 주거를 삶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으로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의 돌봄정책은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서비스가 실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집은 돌봄의 배경이 아니라 돌봄의 일부이다. 이제 통합돌봄 논의 안에서 주거를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에 놓아야 한다.
▲송아영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사회복지학과 부교수
본인
필자 소개 : 송아영은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부원장 및 한국사회정책학회 연구분과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거불평등·홈리스 상태, 주거 사회정책 및 서비스 등 취약계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주제를 탐색했습니다. 최근에는 통합돌봄체계 내의 주거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과 같은 돌봄과 주거의 연계 생태계, 기후재난 시대의 사회보장과 주거 대응 정책 등 기후위기와 주거복지 제도를 둘러싼 논의로 연구와 고민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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