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6 17:48최종 업데이트 26.05.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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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14일의 베이징 미중정상회담에 관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25일 자 보도가 한국에도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본의 국방비 증액을 문제 삼으며, 그 자리에 없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비난했다. 국빈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흥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일본 국방비 증액 등은 사전에 합의된 의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시진핑은 이런 문제들을 거론하면서 일본의 재무장·재군사화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다카이치 내각의 방위비 증액은 중국이 아닌 북한의 위협 때문이라며 화제를 돌렸다고 한다.

중국을 자극하는 일본의 태도

중국의 군사적 팽창도 만만치 않으므로, 일본에 대한 시진핑의 경계심은 생뚱맞은 느낌을 주는 측면이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수년간 일본이 보여준 군사적 행보는 중국인들에게 부담을 주고도 남을 만하다.


아베 신조 총리의 퇴임(2020.9.16.) 이후로 아베만큼 강력한 지도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의 군사적 팽창은 이와 다르다. 아베 신조 때보다 유리해졌다는 평가를 가능케 하는 징표들이 존재한다.

윤석열 정권의 한일 군사협력 추진으로 인해 자위대의 행동반경이 넓어졌을 때인 2022년 12월 16일,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3대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반격능력 보유'를 천명했다. 그날 외무성 당국자는 '반격능력은 전수방위원칙 하에서 행사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일본은 전적으로 수비에 치중할 것이라는 발언을 언론에 흘렸다.

하지만 이 '반격능력'은 적의 공격을 받은 경우뿐 아니라 적이 공격에 착수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행사할 수 있다. 공격을 먼저 준비한 쪽은 상대방일지라도 실제로는 먼저 공격하는 쪽은 일본이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종래의 전수방위원칙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점에서 반격능력 천명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기존에 중국군과 일본군은 일종의 모순(矛盾)관계였다. 전수방위원칙에 얽매이지 않는 인민해방군은 '창'이고, 그에 얽매이는 자위대는 '방패'였다. 하지만 반격능력 보유로 인해 전수방위원칙이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일본 군대는 '창'으로 변모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중·일 두 군대를 '모모'관계로 만들어 대립을 한층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기시다 내각 때 그 같은 반격능력을 천명한 일본은 다카이치 내각이 들어선 이후에는 한술 더 뜨고 있다. 다카이치는 총리로 선출된 당일인 지난해 10월 21일, '3대 안보문서의 조기 개정을 지시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기시다 때보다 강력한 안보 원칙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다카이치 내각은 핵무기의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한 비핵 3원칙도 재검토하고 있다. 또 일본판 CIA인 국가정보국의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대신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26년도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9%다. 기시다 내각이 정한 '2027년까지 2% 도달'에 근접한 수치다.

다카이치는 지난해 11월 7일에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한다'며 대만 사태에 개입할 의사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대만 문제를 매개로 중국과 맞설 최소한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면 이런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일본의 '패기'가 시진핑을 긴장시키며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상이 한층 높아지는 최근에 이르러 대부분의 나라들은 중국 앞에서 신중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조심스러운 듯하면서도 과감하게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3년간의 동향을 돌아보면, 일본이 입으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꽤 구체적으로 중국을 건드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1월 4일, 일본 방위성은 육상자위대를 기동운용부대로 개편해 난세이제도로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밑의 규슈섬 남단에서 대만까지 이어지는 남서 도서지역에서도 육상자위대가 활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지역에서 일본군과 충돌할 만한 군대는 현재로서는 단 하나, 인민해방군뿐이다.

그해 2월 5일, <산케이신문>은 동중국해-대만-남중국해에 걸쳐진 제1열도선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 위해 일본과 미국이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동해안 대부분을 미사일로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일본이 숙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보도였다.

2024년 2월 21일에는 방위성이 오키나와현의 육상자위대 주둔지에서 지대함미사일연대를 발족시켰다. 3월 1일에는 대만 동쪽 도서지역에서 인력과 물자를 수송할 자위대 해상수송군이 신설될 것이라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그해 7월 4일에는 해상자위대 호위함 스즈쓰키호가 상하이 남쪽의 저장성(절강성) 주변 해역을 유유히 항해했다. 자위대 군함이 중국 영해를 침범했던 것이다. 뒤이어 9월 25일에는 해상자위대 호위함 사자나미호가 중국 정부가 가장 민감해하는 수역인 대만해협에 진입했다. 자위대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이때가 사상 처음이다.

2025년 1월 2일에는 대만 유사시에 대비한 자위대 해상수송군이 조만간 발족한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4개월 뒤인 지난 2월 24일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대신이 '2031년 3월 이전에 육상자위대 방공 미사일을 오키나와현에 배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4월 6일에는 일본이 사정거리 2000~6000킬로미터 미사일 개발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베이징에서 도쿄까지는 대략 2200킬로미터다. 모스크바에서 도쿄까지는 대략 7500킬로미터다. 러시아 본토를 견제하기에는 부족하고 북한을 견제하기에는 과도한 이 미사일 개발이 어디를 겨냥하는 것인지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달 17일에는 자위대 함정이 대만해협을 또다시 통과했다. 시진핑의 신경을 자극하는 일을 점점 더 자연스럽게 벌이는 일본군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일본의 군사력 팽창, 중국엔 눈엣가시

지난 4월 16일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다른 아시아 국가 정상들과 함께 에너지 복원력을 주제로 한 ‘아시아 제로 배출 공동체(AZEC) 플러스’ 온라인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EPA/연합뉴스

미국이라는 '창'이 점점 무뎌지는 지금, 일본이라는 또 하나의 '창'은 점차 날이 서고 있다. 이는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에서 대만을 지원하는 세력의 역량이 점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창'이 아직은 건재한 상황에서 '일본 창'이 예리해지고 있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두 개의 창에 대해 거의 대등한 관심을 할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일본의 군사력 팽창은 중국의 통일전략에 지장을 주고 있다.

또 대만·오키나와 라인에 대한 일본의 군비 증강은 동아시아 전체의 국방비 지출을 증가시킴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재정 부담의 대부분을 중국이 떠안게 만든다. 이 라인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가장 돈을 많이 쓰게 되는 국가는 당연히 중국이다. 시진핑이 다카이치에 대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일 만한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및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가자 전쟁과 이란 전쟁을 계기로 세계질서가 더욱 동요하면서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던 미국은 이란을 건드렸다가 베트남전쟁 때만큼이나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다. 거기다가 미국은 기분 내키면 동맹국에서 미군을 뺄 수도 있는 나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도 발을 뺄 수 있는 나라로 비치고 있다.

이로 인해 각자도생의 생존 방식이 절실해지는 가운데, 독일과 더불어 일본이 재무장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을 억누르는 토대 위에서 구축된 현존 세계질서는 더욱 거세게 동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대만 문제에 과감히 개입하는 방법으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그래서 시진핑이 트럼프 면전에서 다카이치를 비판하며 목청을 높이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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