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6 10:20최종 업데이트 26.05.2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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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를 보인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직장인들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오늘의 폭염은 더 강력합니다. 이 더위는 말 그대로 '재난'입니다. 폭염과 온열질환으로 인한 피해 유형은 다양합니다. 노인, 유아 등의 인명 피해, 취약계층의 건강 악화, 야외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 농·축·수산물 고사 및 폐사로 인한 재산 피해,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국가 인프라의 과부하까지 다양한 문제가 있습니다.

2025년 여름은 평균기온 25.7℃를 기록하며 기상 관측 이래 역대 1위 무더위였습니다. 평년 대비 폭염일수가 18.7일 더 길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역대 최장기간인 46일 동안 범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운영했습니다. 총력 대응한 결과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약 14.6% 감소했습니다. 올해도 다시 준비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번 6~8월은 평년('91~'20년)보다 높을 것입니다. 이는 북인도양과 북태평양 온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한국 동쪽 고기압성 순환이 강하게 발달합니다. 이 경로를 따라 고온다습한 열대 온난 기류가 쏟아질 것입니다.

강수량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6월과 7월은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8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온만 높은 '건조한 폭염'이 아니라, 고온다습한 찜통더위'가 오래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열대야 현상도 심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기온은 고령층, 취약 주거지 거주민들의 회복력을 크게 떨어트립니다.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밤에도 더운 날이 많을 것입니다.

경보 단계 나누고 기상특보 구역 세분화하고

정부는 올여름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정밀 예보 시스템 구축, 재정 조기 투입, 취약 대상 맞춤 안전 관리, 생활밀착형 대피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첫째, 기상특보체계 개편입니다. 위험 정보를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기상청과 협력해 폭염 경고 체계를 고도화했습니다. 기존의 '주의보-경보' 2단계 특보 체계에서 최상위 단계인 '폭염 중대 경보' 단계를 신설, 3단계로 개편했습니다.

또 밤 최저기온이 25℃ 이상 계속될 때 발령되는 '열대야 주의보'를 신설했습니다. 열대야 주의보'가 발령되면 밤 시간대 건강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심야 시간까지 상황 관리 체계를 돌릴 수 있습니다. 야간 무더위 쉼터도 더 빠르게 가동합니다.

둘째, 신속한 재정 지원 및 '예보 현장 작동성'을 강화합니다. 정부는 '폭염 대책 기간' 한 달 전, 지난 4월 15일 전국 17개 시도에 '폭염 대책 비용' 300억 원을 나눠줬습니다. 지난해 150억 원 대비 2배로 증가한 규모입니다. 이 돈은 무더위 쉼터의 냉방기 긴급 수리, 노후 정비, 그늘막이나 스마트 쉼터 등 폭염 저감 시설 정비와 보강에 쓰였습니다.

또한 기상 특보 구역을 전국 183개에서 235개로 세분화했습니다. 같은 시군 안에도 지형이나 바다 인접 여부에 따라 온도 차가 큽니다. 그에 따른 왜곡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셋째, 취약 대상별 3대 분야, 10개 유형 맞춤형 안전관리입니다. 올해 폭염 안전관리 최우선 대상은 '취약계층'입니다. 신체적·경제적·사회적 3대 분야에 따라 10개 유형으로 구체화합니다.

먼저 신체적 취약 대상(취약 노인, 장애인, 기저질환자)입니다.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분들을 위한 대책입니다. 현재 생활지원사 3만 7000여 명(1월 기준)은 독거노인 등 어르신 56만 6000여 명을 주 2~3회 찾아가고 있습니다. 특보 발령 시 '매일 방문'으로 주기를 단축합니다.

다음은 경제적 취약 대상(수급자, 고독사 위험자, 노숙인·쪽방 주민)입니다. 정부는 쪽방 상담소를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고, 야간 긴급 잠자리 대피소를 무더위 쉼터와 연계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취약 대상(농업인, 사업장·이동 근로자, 야외활동자) 관련 대책입니다. 기온이 급등하는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농작업 중지를 안내하고 안전을 살피기 위해 '온열질환 예방 요원 7백여 명(26년 5월 기준)'을 현장에 배치합니다. 더해서 드론 순찰대도 가동합니다. 건설·조선업 등 옥외 작업장에는 온습도계와 보냉 장구(쿨키트)를 지원하며, 체감온도 33℃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하는 의무 규정을 지키는지 점검합니다.

넷째, 생활밀착형 무더위 쉼터 다각화, 저감 시설 인프라 다각화입니다. 기존 경로당 위주의 무더위 쉼터는 어르신들의 전용 공간이라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금융기관(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시중은행 등 10개사), 철도기관(한국철도공사 등 8개사), 대형 유통사(이마트) 등 19개 민간 기업·기관과 협력하여 전국 1만 2,000여 개소(26년 4월 기준)에 달하는 생활밀착형 쉼터를 확보했습니다. 이제 은행 창구나 지하철 역사 대합실이 국민 누구나 시원히,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일상 안전 구역이 됩니다.

전국에 설치된 고정식·스마트 그늘막 3만 7000여 개소(26년 5월 기준), 안개 분사 시스템(쿨링포그) 등 도로변 저감 시설에 대해서도 안전·위생 가이드라인을 강화합니다.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끼치거나 수질 불량이 없도록 점검하고 있습니다.

작은 노크 하나가 한 생명을 구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해 여름철 집중호우 및 폭염 대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훌륭한 대책을 세워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재난관리에서 정부의 정책이 반이라면, 이를 완성하는 나머지 힘은 개인의 자발적 참여와 지방정부의 실천력, 그리고 공동체 상호 돌봄에서 나옵니다.

먼저 개인 차원에서 할 일입니다. 폭염 상황에서 내 몸을 지키는 수칙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행동 요령은 결국 '그늘, 물, 휴식'입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햇볕을 피하고 시원하게 지내는 겁니다. 야외 활동이나 불가피한 이동 시에는 양산을 쓰거나 넓은 모자를 착용해 햇볕을 직접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시원한 물 마시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물이나 이온 음료를 섭취해야 합니다. 한낮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나 무더위 쉼터에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특히, 온열질환 증상(두통, 메스꺼움, 어지러움)이 느껴지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몸을 식혀야 합니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홀로 계신 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분들은 위험을 인지하더라도 대피하거나 냉방장치를 가동하기 어렵습니다. 비상 상황이 생기더라도 외부에 도와달라 말 못 하고 고립되곤 합니다.

'오늘 날씨가 무척 더운데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켜 두셨나요?'라는 안부 전화 한 통이면 됩니다. 문 앞을 지나며 살피는 작은 노크 하나가 소중한 한 생명을 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특히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역 자율 방재단', '이·통장'님의 세심한 관찰은 정부 행정이 미처 닿지 않는 구석까지 안전망을 뻗치는 원동력입니다.

단순하고 강력한 실천이 한데 모여

건설 현장, 물류 창고, 배달서비스 등 일선 노동 현장의 사업주와 관리자분께 당부드립니다. 폭염 특보를 단순한 날씨 정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특보는 '지금 건강을 위해 즉시 조치를 취하라'는 긴급 신호입니다.

폭염 중대 경보가 발령되면 사업주는 긴급 조치 작업 등을 제외한 모든 옥외 작업을 일시 중지하는 과단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온열질환에 취약한 농업인들께서는 가장 뜨거운 낮 시간대 논밭과 비닐하우스 작업을 멈춰주시고, 꼭 시원한 곳에서 휴식하셔야 합니다. 더불어 학교, 학원, 아동 및 청소년 시설에서도 폭염 특보 시 야외 체육활동이나 체험학습을 과감히 취소 또는 실내·단축 수업으로 바꿔야 합니다.

재난 대응의 성패는, 일선 현장 행정을 책임지는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호흡에서 갈립니다. 지방정부와 힘을 모아 관내의 폭염 취약 지역과 무더위 쉼터를 수시로 살피겠습니다. 다음 세 가지 핵심 행동 요령이 작동하도록 함께 발맞추겠습니다.

즉각적인 정보 공유가 필요합니다. 폭염 특보 시 한 명의 주민도 예보를 놓치지 않도록 정보를 공유해 주십시오. 재난 문자, 승강기 모니터, 마을 방송, 은행 ATM기 화면 등을 동원해 행동 요령을 지속적으로 전파할 것입니다.

'창의적인 쉼터 우수사례' 벤치마킹 및 사례 확산이 필요합니다. 서울의 '동행 목욕탕(야간 쉼터 및 샤워 지원)', 전주의 무료 식수 지원과 기부가 어우러진 '함께라면 쉼터', 연중 10℃를 유지하는 실내빙상장을 대피소로 개방한 '빙상경기장 쉼터' 등 우수사례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생 현장 안전 점검 및 작동 보완도 필요합니다. 형식적으로 등록된 무더위 쉼터 주소 좌표는 정확한지, 위·경도 좌표의 오류는 없는지, 쉼터의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현장에 나가 직접 눈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기후 위기 시대, 폭염은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하며, 서로 돌보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강력한 실천이 한데 모여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길 기대합니다. 함께 실천한다면, 얼마나 뜨거운 폭염이 오든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을 지킬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의 전문은 피렌체의식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firenzedt.com/news/articleView.html?idxno=32976

필자 김용균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방고시 2회 토목직으로 공직에 입문해 30년 가까이 주로 재난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행안부 재난대응정책과장,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총괄과장, 행자부 안전예방정책실장을 거쳐 지금은 자연재난대책실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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