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9 16:36최종 업데이트 26.05.2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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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의회 선거에서 '노동' 이슈는 핵심 의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일상적으로도 지역 작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제외하면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노동조합이 투쟁하는 데도 드물다. 그런데 마트산업노동조합(아래 마트노조)은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무를 지키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지자체 의회를 대상으로 투쟁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마트노조는 전국에 9명의 후보를 배출했다. 그중 한 사람인 김선경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사무국장을 4월 21일 아침, 선거운동 현장인 압구정역 인근에서 만났다.

마트 의무휴업일 투쟁에서 배운 지자체 의회의 무게

2000년대 대형마트들은 연중무휴·24시간 영업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쳤다.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중소유통업, 소상공인의 불만이 높아지자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에 영업시간 제한 조항이 처음 도입되었다. 지자체 조례를 통해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야간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공휴일 중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일부 지자체에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했다. 마트 노동자들은 건강권과 사회적 휴일 보장을 근거로 주말 의무휴업 유지를 주장했지만,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논의에서 배제되었다. 그래서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마트노조 후보들의 1번 공약은 일요일 의무휴업을 지키는 것이다.

2026.3.31.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선경 이마트지부 사무국장.마트산업노조

"가장 중요한 계기이자 목표는 일요일 의무휴업이지요. 양은영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대구경북본부장이 대구광역시의회 비례의원으로 출마했어요. 대구는 2023년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주말에서 평일로 바뀐 곳입니다. 가장 앞서 개악이 이루어져서 우리가 집중 투쟁도 했던 곳이죠. 대구는 진보 정치가 발붙이기 쉽지 않은 지역입니다. 그런 대구에서도 조합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있다고 봅니다. 조합원들에게 진보당 당원 하자는 얘기는 어려워도, 우리가 시의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하면 공감해 주시는 거죠."

서울시의회도 2024년 '유통업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분쟁에 관한 조례'에서 의무휴업일을 공휴일 중에서 지정한다는 내용을 아예 삭제해 '월 2회의 의무휴업일'로 바꿔버렸다. 2023년 서초구가 먼저 일요일 의무휴업을 평일로 바꾼 데 이어, 이후 동대문구, 중구, 관악구에서도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의회 내에서 어떻게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알기조차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시의원 한 명만 있어도 소식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법에서 정한 '이해당사자'에 마트 노동자, 노동조합은 해당이 안 된다면서 우리를 아예 논의에서 배제한 거잖아요. 그런데 진보당 구청장이 있는 울산 동구에서는 우리 노동조합을 이해당사자로 규정해서, 마트 의무휴업과 관련한 논의에 우리가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동구청장과 울산 동구 내 마트노조 지회장이 협약서를 썼고요.

시의원 한 명만 있어도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어요. 수원은 진보당 시의원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의회 내 흐름도 미리 알 수 있었고 대응도 훨씬 잘할 수 있었어요."

조합원들과 '정치'를 이야기하기

노동조합 내에서 정치 토론이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마트노조는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9명이 출마를 앞두고 있다. 특정 정당 후보가 대부분이지만, 정치와 관련된 조합원들의 관심이나 지지가 없다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마트노조에서 신규 조합원 교육할 때, 정치 얘기를 꼭 하려고 노력했어요. 세상이 왜 우리에게 정치적 관심을 못 두게 하냐? 노동자는 정치하지 말라는 거다.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되지 못하게 하는 거다. 이걸 넘어서기 위해 우리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각자 자기 사업장 투쟁에 갇히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결국은 법을, 정치를,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 법은 우리가 목소리 내지 않으면 보호해 주지 않는다. 노조로 힘을 모아 정치에 밀접하게 관여하면서 우리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교육하죠."

노동자 출신 의원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같은 말은 아니다. 하지만 조합원들과 선거와 정치를 얘기하며, 정치세력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처음에는 투표 안 하는 조합원들도 많았어요. 선거 날 마트가 쉬지 않잖아요. 마트노조 포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하죠. 심지어 마트는 더 바쁜 날이에요. 선거일이라 장 보러 오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일하다가 잠깐 나가서 투표하고 온다고 하면 보내주지만, 굳이 나가서 투표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죠. '난 정치 몰라, 난 정치 관심 없어'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노동조합의 노력으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4월 21일 아침 압구정역에서 선거운동 중인 김선경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사무국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마트 의무휴업일 의제 외에 지자체 의회가 노동자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앙정부 중심의 노동정책 안에서도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이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 받는 마트노동자 입장에서 더더욱 그렇다.

"울산 동구에서는 '하청노동자 지원 조례'도 만들었잖아요. 서울시 생활임금도 부럽고 더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노원구에서는 진보정당 구의원이 생긴 뒤, 요양보호사, 미화노동자가 사용하는 휴게실, 샤워실, 화장실을 개선하고 신축했다고 들었습니다. 노원구 돌봄노동자 권리보장 및 처우 개선 조례도 만들었고요. 작은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노동자 권익이나 처우 문제에서는 지자체가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트 조합원들도 모두 비정규직이잖아요. 비정규직, 특고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열심히 투쟁해도 한계가 많고 결국은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트노조에서는 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선거 나가겠다고 했을 때도 '결국 정치하려고 노조 한 거야?' 하고 백안시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우리가 지방의회에도 국회에도 진출해야 한다는 열망을 표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최근 학교비정규직노조에서 오랫동안 투쟁해 왔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됐잖아요. 조합원이 국회의원이 되어서 실제로 법 개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요. 노동자가 정치해서 법이 바뀌고, 실제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나니까, 조합원들이 자신감도 생기고 기대가 커지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당선이 목표는 아니다. 다만 자신이 생각하는 노동자 정치에 조합원들, 노동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진보정당의 득표율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것이 목표다. 거기서 세상을 바꾸는 정치가 다시 시작되길 기대한다.

"조합원들이 저 같은 사람 보면서, 투표해야지, 진보정당에 후원도 해야지 생각하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5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최민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6.3 지방선거

이 기사는 연재 2026 지방선거,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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