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9 09:48최종 업데이트 26.05.19 09:48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지방자치단체에도 산업안전보건 책무가 있지만, 지방선거의 쟁점은 주로 지역 개발이나 부동산 얘기다. 지방선거에서 노동자의 요구와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 내가 사는 지역에서 노동자로서의 입장과 목소리를 가지고 출마하는 노동자 후보들이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노동조합 활동 중 해고당한 최효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사무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인천광역시 시의원으로 출마 선언을 하며, 동시에 커밍아웃도 했다.

4월 17일 최효 후보를 만나, 인천광역시가 노동자에게 어떤 도시여야 하는지, 시의원이 되었을 때 노동 현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노동자이자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정치를 통해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참여한 최효 사무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자를 '기계'로 보는 쿠팡에서, 나의 노동

최효 사무장이 겪었던 직장과 일터는 너무 많은 차별로 점철된 곳이었다. 대학에 다니면서, 또 졸업 후 여러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던 최 사무장에게 쿠팡 물류센터는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는, 철저히 분절된 노동을 하는 편한 일터였다. 하지만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노동으로 과로사한 장덕준 노동자, 그리고 2021년 발생한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보면서 여러 문제 의식을 느끼게 됐다. 이 사고들은 최효 사무장에게 '그게 나였을 수 있고, 내가 그곳에서 일했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져, 오랫동안 충격으로 남았다.

이 두 사건은 지금의 세상이 안정된 삶을 가진 사람들한테만 길을 열어 주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겐 꽉 닫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두려움이 들었고, 이 두려움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당시의 삶과는 다른 삶을 결심하게 하였다. 곧이어 쿠팡 물류센터에 노동조합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저는 일터에서 보통 정상 가족 중심, 이성애 연애가 전제되는 대화가 오가기 때문에, 사람들과 관계 맺지 않아도 되고 일만 하는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쿠팡에서 일용직으로 꽤 오랫동안 일했는데, 일하면서 '관리자랑 나는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저 사람과 나의 세계는 왜 이렇게 다르지?', '관리자 개개인은 인성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왜 일하는 사람들을 기계로 취급하려는 관점이 은연중 깔려 있지?'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했죠. 임종린 지회장님이 파리바게뜨 지회를 만들었다는 걸 SNS를 통해서 알게 되면서 거기서 많은 자극을 받았던 것 같아요. 3명만 있으면 노동조합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제가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성소수자 노동자의 삶에 직접 맞닿는 지역 정치

이번 인천시의회 시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에서 39명, 그리고 비례대표 6명을 뽑는다. 시의회에서는 지역 주민의 삶과 연결되는 조례를 제정하고, 주민 청원을 심사·처리, 시 정책을 감사·조사하며, 시 예산과 결산을 심의하는 책임이 있다. 그만큼 인천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자리이다.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고,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일터와 더불어 사회에서도 차별이나 배제당하지 않고 평등한 삶을 살게 하는 조례 제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 제시하는 공약 중 첫 번째가 '일터 내 차별 금지 조례 제정'입니다. 차별이나 혐오, 그리고 성폭력처럼 중대한 인권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그래서 그 사안이 회사에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을 때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다뤄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이런 사안 조사나 결정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일터 내 모두의 화장실 설치'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 사무장은 이번 인천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다.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일터는 성소수자 노동자들을 더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중삼중으로 불안정한 현실을 생각하며 한 이번 커밍아웃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선거에 출마할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사회적 소수자 얘기할 텐데 커밍아웃하지 않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커밍아웃하지 않아도 되지만,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물류센터에 저처럼 흘러 흘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거기엔 여러 맥락이 있는데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 자체를 당사자들도 당당하게 말하기 좀 부끄러워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데에는 이 사회가 육체노동을 하는, 그리고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류센터 노동 환경 역시 한몫을 할 텐데, '왜 이렇게 열악한가? 열악하기에 이 사람들이 또 부끄러워 하는 거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 끝에 커밍아웃까지 하게 된 거죠."

2026.3.17. 인천시의원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최효 사무장.노동당

이 외에도 쿠팡지회에서 해 왔던 여러 활동과 고민도 공약에 담겼다.

"물류센터 노동환경에서 우리 지회는 노조할 권리 보장, 직장 내 괴롭힘 근절, 휴게시간 보장 및 냉방장치 설치, 휴대폰 반입 보장 등의 노동환경개선을 요구해 왔습니다. 특히 물류센터에서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폭염과 혹한기 냉난방장치 설치, 그리고 휴게 시간 보장을 요구해 왔기 때문에 이 내용을 조례에도 반영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병수당과 유급병가제도 도입,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과 생활보장조례 제정 역시 인천시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공약이고요."

노동과 정치를 연결하는 도전을 꿈꾸며

최 사무장의 이번 출마는 소수 정당의 후보라는 점, 그리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모두 쉽지 않은 시도다. 그러나 최효 사무장에게 이번 출마가 일터나 사회에서 소수자들, 불안정 노동자들과의 연결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출마를 통해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활동 범위를 넓혔다는 것만으로 후보자 스스로에게도, 또 물류센터의 성소수자 노동자들에게도 반향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올해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퀴어 당사자들을 많이 만나고, 함께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어요. 이번 선거 출마와 커밍아웃을 계기로 물류센터 당사자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우리 지회는 안전한 공동체라는 것을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5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6.3 지방선거

이 기사는 연재 2026 지방선거,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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