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1 11:28최종 업데이트 26.05.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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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월 8일 어버이날이면 지하철 역사에 카네이션이 만개합니다. 출퇴근길에 카네이션을 사다 부모님께 선물하려는 사람들을 공략하려는 것입니다. 항상 뒤늦게 준비하는 저로서는 고마울 따름입니다. 덕분에 이번 어버이날에도 카네이션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이렇게 날을 정해주고 멍석을 깔아준 덕분에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고맙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부모 자식의 관계가 없는 분들은 어떻게 이날을 보내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지원을 하면서 이런 분들을 여럿 만나게 되었거든요.

결연장례 어르신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눔과나눔 활동가나눔과나눔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예비 무연고 사망자' 분들이 있습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여기에 해당할 수 있지만, 이 사실을 가장 우려하시는 분들은 주로 어르신입니다. 자녀가 없거나, 자녀와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자신의 장례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일하는 나눔과나눔은 2014년에 이런 걱정을 안고 사시는 어르신 열일곱 분과 장례를 약속했습니다. 돌아가셨을 때 우리가 정성껏 장례를 치를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약속이었습니다. 우리는 이걸 '결연장례'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어르신들은 굉장히 기뻐하셨습니다. 죽음과 관련한 불안 중 하나를 떨쳐낼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10년 넘게 관계를 이어오면서 '결연장례'는 단순한 약속 이상이 되었습니다. 장례를 약속하면서 시작된 관계는 생신날 함께 케이크의 초를 끄고, 명절과 어버이날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덕분에 어르신들은 나눔과나눔이 자신의 장례를 잘 치러줄 것이라는 믿음뿐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이들이 자신을 기억하고 애도해 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나를 기억하고 애도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결연장례 어르신의 분골을 자연장하고 있는 나눔과나눔 활동가나눔과나눔

10년 넘는 시간 동안 이별도 있었습니다. 열일곱 분의 어르신 중 아직 찾아뵙고 있는 어르신은 여섯 분입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입소하시면서 연락이 두절된 어르신을 제외하더라도 많은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다행히 가족분들이 직접 장례를 치르셨기에 나눔과나눔이 장례를 지원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로 장례를 치른 분들도 계십니다.

한 어르신의 장례가 생각납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동생분이 공영장례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아주 오래전 연락이 끊긴 후로 다시 만날 수 없었다고 말씀하신 어르신의 동생분께서는 어르신이 생전에 어려움 없이 잘 사셨는지 궁금해하셨습니다. 수년간 어르신과 함께해 온 시간이 있었기에 나눔과나눔의 활동가들은 어르신의 동생분께 어르신의 생전 사진들을 보여주며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위로를 건넬 수 있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와 고립사의 증가가 문제고 걱정이라는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통계도 구축되었고 여러 대응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립된 죽음을 빨리 발견하겠다는 것이 아닌, 고립을 예방하고 미리 대응하겠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기도 합니다.

명절과 어버이날 결연장례 어르신께 전달하는 용돈나눔과나눔

물론 현장에서는 예방이라는 과제 앞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고립된 사람을 어떻게 발굴하고 지원할 것인지 명쾌한 답안이 없으니까요. 이럴 때 '결연장례'처럼 죽음과 장례부터 시작해 삶으로 확장하는 방법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죽음을 걱정해 주고 기억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는 상태 역시 고립이라면, 죽음과 장례가 걱정인 어르신을 찾아서 함께 관계 맺고, 죽음 이후에도 혼자가 아닐 것이라는 인기척을 내는 일 역시 고독사 예방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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