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0 06:47최종 업데이트 26.05.20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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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이 전북특자도의회 앞에서 조례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보공개센터

전북 완주군 상관면에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짓겠다는 업체가 허가를 신청하면서 처리 용량을 하루 48톤으로 적었다. 전북자치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상 소각시설의 대상 기준이 '1일 50톤'이라는 사실을 알고 2톤을 줄인 것이다. 150m 거리에 요양원이 있고, 1km 안에 주민 3000여 명이 사는 곳이었지만, 환경영향평가는 받지 않아도 됐다.

경북 포항 청하면에서는 주민 4700명 중 4160여 명이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90% 넘는 주민이 소각장 설치에 반대했고, 포항시도 세 차례 허가를 반려했다. 그러나 업체가 낸 행정소송에서 시가 패소했고, 이후 어떤 공고도 없이 공사가 시작됐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해당 업체에는 전직 공무원 3명이 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사전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포항시는 '정보 부존재', 대구지방환경청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비공개를 결정했다.

경북 영주에서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 운동이 시작된 지 올해로 만 4년이 됐다. 그동안 3000여 명이 거리 집회에 나섰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 2~3년씩 이어졌다. 업체가 패소해도 재허가 신청이 다시 들어온다. 이런 싸움이 경북 봉화, 고령, 안동에서도, 전북 정읍과 김제에서도, 충북 청주에서도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쓰레기는 왜 농촌으로 가는가

5월 6일 경북도의회 앞에서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 공약 채택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정보공개센터

쓰레기는 도시를 피해 면 단위 농촌으로 몰린다. 주민의 수가 적고 고령화된 지역을 노리는 것이다. 농촌 주민을 보호해야 할 행정은 무기력하거나, 오히려 사업자 편을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에는 광역지자체 차원의 환경영향평가 조례 자체가 없다. 인접 경남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소각시설이 경북에서는 심사 없이 허가가 난다. 그 결과 경북 경주시는 전국 의료폐기물의 15%가 몰리는 지역이 되었다. 경주시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의 40배에 달하는 양이다. 병원이 몰려 있어 의료폐기물을 많이 발생시키는 서울이나 대구, 인천, 대전, 울산 등 광역 대도시에는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이 아예 없다.

전북에서 반복되는 '48톤 꼼수'도 같은 구조다.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조금만 비껴가면 정밀 검증 없이 허가가 난다. 전주에서는 하루 84톤의 고형폐기물을 태우는 시설이 '보일러'로 이름을 바꿔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갔고, 정읍에서는 하루 552톤 규모의 소각시설이 '산업단지 내 화력발전소'로 분류되어 평가를 완전히 면제받았다.

인허가 과정은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된다. 관련 위원회에 사업자는 참석하지만 주민은 회의가 열리는지조차 알 수 없고, 회의록은 모든 결정이 굳어진 후에야 공개된다. 알 수 없으면 막을 수 없다. 막을 수 없으면 피해를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폐기물 산업은 규제의 허점을 노리고, 시설의 이름을 바꾸고,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는 꼼수로 굴러간다. 전국에서 폐기물 시설, 환경오염 시설과 싸우고 있는 주민들은 이러한 꼼수와 싸우고 있다.

처음부터 '꼼수' 차단해야

물론 주민들이 손 놓고 당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충남 예산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장 계획을 주민들이 끝내 막아냈다. 경남 창녕군에서는 폐기물 시설 입지 제한 규정을 조례에 신설해 주거지 반경 2km 이내에 폐기물 시설이 들어올 경우,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요건을 만들었다. 전북 익산시는 환경정책위원회 조례를 제정하여 유해 시설 인허가 절차를 거치기 전에 전문가들의 사전 심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 성과들이 공통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있다. 한 발짝 전진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소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각장 하나, 매립장 하나를 막으려고 마을 전체가 수년을 싸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가 갈라지고 개인들이 소진된다. 그리고 그 싸움이 끝나면, 같은 싸움이 다른 마을에서 다시 시작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일이 벌어진 다음에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행정이 움직여야 한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고 전국 80개 단체가 참여하는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7대 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조례의 내용은 각지의 주민들이 싸워 얻어낸 성과들을 모은 것이다. 충남 당진시의 사전고지 조례, 전북 익산시의 환경정책위원회 조례, 경남 창녕군의 군계획 조례처럼 이미 어딘가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제도들을 표준 모델로 만들어, 아직 싸움이 시작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미리 피해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핵심 내용은 이렇다. ▲ 환경 피해 우려 시설 인허가 신청 시 7일 이내 인근 주민에게 직접 고지하는 사전고지 조례 ▲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을 현행의 50% 이하로 낮춰 '48톤 꼼수'를 막는 환경영향평가 조례 ▲ 위원회 회의와 회의록을 상시 공개하는 투명성 조례 ▲ 이해관계 주민의 위원회 발언권을 보장하는 참여 조례 ▲ 인허가 전 환경정책위원회 사전 심의를 의무화하는 조례 ▲ 폐기물처리시설과 주거지·학교·하천 사이의 이격거리를 의무화하는 입지 조례 ▲ 피해 발생 시 지자체가 예비조사와 건강검진을 지원하는 조례다.

2개 정당은 침묵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에 대한 정당별 회신 결과정보공개센터

운동본부는 4월 21일 이러한 내용의 정책제안서를 10개 정당에 발송하고 4월 30일까지 입장 회신을 요청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7개 정당이 기한 내에 응답했고, 사회민주당은 기한을 넘겨 보도자료가 배포된 후에야 응답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기한 내 아무 답변도 내지 않았다.

기한 내에 회신한 7개 정당 중 노동당·기본소득당·진보당·녹색당·정의당 5개 정당은 9개 항목 전부와 중앙당 정책 채택, 운동본부와의 협약 체결에 모두 찬성했다. 운동본부는 5월 11일부터 협약 체결에 들어가 노동당(5.11), 진보당·기본소득당(5.12), 녹색당(5.14)과 정책협약을 마쳤다.

조국혁신당은 9개 중 7개에 찬성했다. 다만 이격거리 기준과 입지제한 강화 두 항목에 대해 "과도한 이격거리를 둘 경우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며 보완 후 추진 입장을 밝혔고, 정책협약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9개 항목 중 단 1개(환경피해 예비조사 및 주민 지원 조례)에만 찬성하고 나머지 8개에 '보완 후 추진' 입장을 밝혔다. 사전고지 조례에 대해서는 "기존 환경영향평가 공람 절차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이격거리 기준은 "기업활동 과도 제약", 환경영향평가 확대는 "중소기업 부담과 인허가 지연 우려", 회의 공개는 "비공개 예외 규정 필요", 주민참가 보장은 "심의 지연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민주당이 제시한 유보 사유들을 들여다보면, 조례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답변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먼저 사전고지 조례의 핵심 대상은 완주 상관면의 48톤 소각장처럼 환경영향평가 대상 자체가 아닌 시설들이다. 공람 절차가 없는 시설이라 '공람 절차와 중복'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회의 공개 조례에 대해서도 "비공개 예외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조례안에는 이미 예외 사유 7개 항목이 담겨 있다. 이격거리 기준에 대한 '공공처리시설 봉쇄' 우려를 들었는데, 이미 조례안에는 국가·지자체의 공익 목적 설치를 예외로 두는 조항이 존재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민주당 답변 어디에도 주민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인식이 없다. 대신 인허가 지연, 중소기업 부담, 기업활동 제약에 대한 우려만 있다. 답변서 말미의 "환경보호와 산업활동의 예측가능성, 지역 투자여건을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는 문장이 그러한 입장을 드러낸다. 농촌에서 직접 피해를 감당하고 있는 주민들의 자리가 없는 것이다.

농촌 주민의 요구를 외면한 정당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운동본부의 질의에 대해 아예 답변조차 내지 않았다. 폐기물처리 시설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갈등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수십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이미 농촌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쟁점이자 정치적 의제인데,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를 외면하는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각 정당의 답변은 결국 이들이 누구를 위해 지방자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인가를 보여준다. 경북도의회 앞에서 열린 주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가 경상북도가 '난개발과 환경오염의 대명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전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지방선거가 오랫동안 미뤄온 그 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골든타임에 각 정당이 어떤 답을 내놓았는지, 이제 유권자들이 직접 살펴보고 평가할 차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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