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9 06:47최종 업데이트 26.05.1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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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정책실장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4.27연합뉴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으로 발생하리라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국민배당금으로 지급하자고 제안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후,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자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맹비난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이윤이 아닌 초과 세수를 활용하는 것이므로 사회주의가 아니며, 뻔히 예상되는 세수 증가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정부로서 마땅히 해야 할 고민이라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X(구 트위터)를 통해 "김용범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 세수를 국민 배당하는 방안 검토"라며 그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음해성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새로운 분배 질서의 필요성에서 출발한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엑스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을 기업의 초과이윤을 활용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데 대해 "여론조작용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2026.5.13이재명 대통령 X

그런데 이 논란은 사실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에 가깝다. 왜냐하면 김용범 실장의 제안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고 이미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진 내용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이 분명해지면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일자리의 부문 간 불균형도 심화할 뿐만 아니라 분배의 불평등이 심해질 수 있다. 이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제법 오래전부터 기본소득의 도입을 대안으로 주창해 왔다.

기술 혁신으로 급증하는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환수해 모든 국민에게 1/n씩 똑같이 분배하자는 내용이다. 해외의 기본소득 주창자 중에는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크리스 휴즈 등 첨단 기술로 엄청난 부를 일군 자본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과 김용범 실장의 차이는 김 실장이 기본소득이라는 용어 대신에 국민배당금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했고, 대상을 기업의 초과이윤이 아니라 초과 세수에 한정했다는 정도다. 국민의힘이 김 실장의 제안을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려면, 먼저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크리스 휴즈 등을 사회주의자로 규정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김용범 실장은 AI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자본주의의 질적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분배 질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 생각의 밑바닥에는 국민의힘 쪽의 얕은 '색깔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역사 인식과 미래 전망이 깔려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김 실장은 공정한 분배의 기준도 정확히 알고 있다.

다만, 자신의 제안이 AI 시대에 구조적 호황을 누리는 기업의 초과이윤을 분배의 대상으로 삼자는 것이 아니라, 호황에 따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초과 세수를 K자 격차 해소를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래서 애초의 문제의식과 부합하는 대안을 자신 있게 제시하지 않았다는 한계는 있다.

국민배당금, 공유부의 존재를 전제한다

공유부에 기초한 국민배당금 지급의 대표적 사례는 전남 신안군 등이 실시하는 햇빛바람연금이다.연합뉴스

초과 이윤이냐, 초과 세수냐를 둘러싼 쓸데없는 공방은 정쟁을 업(業)으로 삼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김용범 실장이 '배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배당이란 주식회사에서 주주에게 기업 이윤을 보유 주식 수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민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말은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해야 할 자산이 존재하고 그 자산에서 수익이 발생함을 전제한다.

과연 이런 자산이 실제로 존재할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개인이나 개별 기업에 귀속시킬 수 없고 국민 모두의 것으로 돌려야 할 자산이 있다. 공기나 환경, 천연자원이 대표적이다. 이미 사유재산이 되어 버려서 국민 모두의 자산이라고 하기 어려워진 토지도 원래는 전체 사회 구성원의 자산이었다. 인류가 축적해 온 지식, 법률과 제도, 수많은 시민이 일상에서 창출하는 방대한 데이터 등의 사회적 자본도 개인이나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자산이라고 봐야 한다. 이와 같은 국민 모두의 자산은 공유부(Common wealth)라고 불린다.

공유부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도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것이 옳다. 김용범 실장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국민배당금이란 바로 이런 의미를 갖는 것이다. 공유부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사유재산을 부정하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개인의 노력과 자본으로 만드는 소득과 자산은 철저하게 만든 사람에게 귀속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해외 학계에서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로 분류된다.

사실, 공유부에 기초한 국민배당금 지급은 김용범 실장이 말하기 전에 이미 한국 사회에서 시행되고 있다. 요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햇빛바람연금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주민 모두가 공유부라는 것을 알고 있는 햇빛과 바람을 활용해 수익을 얻는 재생에너지 생산 업체의 초과 이윤을 일부 환수해서 주민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배당금이다. 주지하듯이 햇빛바람연금은 국민의 반발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환영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오래된 신념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재명 대통령, 권혁기 의전비서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연합뉴스

김용범 실장이 새로운 시대의 분배 질서 구축이라는 자신의 문제의식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AI 산업의 초과 이윤 외에 어떤 공유부가 존재하는지, 거기서 발생하는 소득을 어떻게 공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에 대한 해답은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에 명쾌하게 제시한 바 있다. '기본소득 연계형 탄소세·토지세'가 바로 그것이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막아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실거주 1주택자 보유자나 무주택자를 보호하려면 긴급하게 전 국토에 대한 기본소득 토지세를 부과해 전 국민에게 균등 지급해야 한다."

"탄소배당을 도입한 스위스는 탄소 배출량을 1990년 100%에서 2018년 71%까지 감소시켰다."

"화석연료에 부과하는 세금 수익(탄소세)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 모든 국민이 건강한 환경에서 경제적 기본권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상의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했던 여러 발언 중 일부다. 대통령은 수년 전 이미 공유부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에 입각한 국민배당금 지급을 주창했던 셈이다. 대통령의 최고 정책 참모인 김용범 정책실장이 국민배당금을 제안한 것은 대통령의 내면에 흐르는 인식을 간파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21대 대선 후보로 나선 이후 과거의 생각을 표출하지 않은 채 실용주의를 표방해 왔지만, 한때 자신이 품었던 신념의 정당성을 통째로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왕 김 실장이 국민배당금을 제안했으니 그 개념의 배경이 되는 공유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고, 만약 그것이 옳다는 판단이 들면 대통령에게도 과거의 신념을 환기하는 용기를 발휘해 보는 것이 어떨까. AI 시대의 국민배당금은 색깔론으로 폄훼해도 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 아니라, 공유부의 권리를 회복함으로써 진정한 자본주의를 회복하는 동시에 자본주의의 거대한 전환에 대비하는 역사적 대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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