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5 18:40최종 업데이트 26.05.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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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 ‘받들어총’ 조형물과 1인 시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권우성

"이 모양이 받들어총(총을 수직으로 드는 동작)이라면서요. 근데 꼭 건너편 주한미국대사관을 향해서 받들어총 경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별로예요." (50대 남성, 광화문 직장인)

"지금도 광화문 광장은 (여러 설치물들 때문에) 시야가 막혀 있는데 이걸 또 끼워 넣는 게 맞는가 싶습니다. 광장이 아니라 전시관에 했어야 맞지 않나..." (50대 여성, 광화문 직장인)

지난 12일 준공식을 연 지 4일째, 15일 오후 광화문 광장 한쪽에 들어선 '감사의 정원'을 근처를 거닐던 시민들 상당수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광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현장학습을 온 10대 청소년들도 아직은 새로 들어선 '받들어 총' 조형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여행 가이드들도 세종대왕상(King Sejong)에 대해 설명을 한 뒤 직진해 곧장 경복궁으로 향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내 ‘조선어학회 한글말 수호 기념탑’에서 바라본 (가까운 순서) 한글 글자마당, 감사의정원 ‘받들어총’ 조형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건물 대형 스크린에는 '한강버스' 홍보영상이 상영되고 있다.권우성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시장 임기 중 추진해 완공한 '감사의 정원' 사업의 적절성이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측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 군대사열을 연상시킨다"라며 세금 낭비라고 공세를 펴고 있고, 오세훈 후보 측은 "보훈을 다짐하는 역사적 상징물"이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감사의 정원'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겠다며 의원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14일) 윤건영·고민정 의원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는 김남근·오기형 의원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 ‘받들어총’ 조형물과 1인 시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권우성

시민들은 '감사의 정원'일 들어선 위치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 동료와 산책 나왔다는 30대 초반 남성은 "감사를 표하는 건 알겠는데 이게 꼭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고, 함께 온 30대 남성도 "200억 넘게 들었다더니 들인 돈에 비해선 별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온 한 50대 여성도 "이건 여기 광장이 아니라 전쟁기념관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6.25 전쟁 참전국에 감사의 의미를 담은 조형물이지만 외국인들도 '받들어 총' 모양의 석재 조형물 건립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프랑스에서 여행 왔다는 60대 여성 두 명은 조형물을 배경으로 해 함께 셀카를 찍었으나, 다가가서 물어본 결과 조형물이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다. 이들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not that bad)"면서도 "각 나라 국기가 옆에 그려져 있기에 기념으로 찍어봤지,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 상징물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감사한 건 알겠는데 여기여야 하나" 되묻는 시민들

오 후보는 시장 임기 중 6.25 전쟁 참전 22개국에 감사를 표하겠다는 취지로 예산 약 207억을 들여 석재 조형물 23개와 미디어 전시관을 포함한 '감사의 정원' 사업을 추진했다. 추진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발견돼 정부와 마찰이 있었고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시민단체들은 광화문 광장과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 후보는 지난 12일 준공식에 참여해 "내외국인이 어울리는 광화문광장이야 말로 '감사의 정원'이 가장 빛날 장소"라고 축사했다. 이 축사 내용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서울시가 올린 영상에서는 삭제된 상태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감사의 정원' 사업 총공세에 나섰다. 앞서 릴레이 1인 시위의 첫 번째 타자로 나섰던 윤건영 의원은 지난 13일 채널A 방송에 출연해 "광장은 오 시장 앞마당이 아니고 시민들 것인데, 공론화도 없이 시민들 모르게 진행이 됐다"며 "감사를 표하는 건 좋은데 왜 광화문이어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접해있는 세종로공원에 세워진 '조선어학회 한글말 수호 기념탑'.권우성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내 ‘조선어학회 한글말 수호 기념탑’과 한글 글자마당. 그 뒤쪽으로 광화문광장내 세워진 감사의정원 ‘받들어총’ 조형물과 세종대왕동상이 보인다.권우성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앞에서부터)세종로공원 한글 글자마당과 광화문광장내 감사의정원 ‘받들어총’ 조형물, 세종대왕동상.권우성

이날 현장에서 만난 고민정 의원(오세훈10년심판본부 본부장)은 "뒤쪽 한글기념비와 세종대왕상을 이 조형물이 가로막고 있는 모양새"라며 "디자인이 새로운 것도 아니고 전쟁기념관에도 똑같은 조형물이 있어, 절차와 내용 모두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광장은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고 탄핵을 이뤄낸 민주주의의 성지다. 광장은 민주당의 것도, 국민의힘 것도 아니다"라며 "60.9%, 즉 시민 10명 중 6명이 이 정원 조성에 반대했는데도 강행한 건, 오 후보 말처럼 공존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 ‘받들어총’ 조형물과 1인 시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권우성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 ‘받들어총’ 조형물과 1인 시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원오 후보가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받들어총' 조형물을 만져보고 있다.권우성

이날 오후엔 정원오 후보가 직접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1인 시위에 나선 정진현 한글학회.조선어학회 선열 유족회장은 정 후보와 만나 "조형물이 조선어학회 선열 33인 기념탑과 세종대왕상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오 시장에게 이전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정 후보는 "제가 볼 때도 광장은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이 위치가 과연 타당한지 많은 시민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계신다"라며 "제가 당선이 되면 참전국에 감사를 담으면서도 광화문 광장을 살려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 공론화를 통해 해결해 가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정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사의 정원은 졸속 추진, 위법 논란 등 많은 논란에도 강행됐고 선거 전에 급하게 (준공식이) 진행됐다"라며 "지금 위치는 적당하지 않은데 많은 시민이 제게 전쟁기념관 이전을 제안해주고 있다. 제가 당선되면 어떤 방법이 옳은지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6.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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