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7 19:46최종 업데이트 26.05.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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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가 쓰는 지방선거 관련 칼럼입니다.[편집자말]

'개헌안 표결 무산'에 울분 토한 국회의장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개헌안 표결이 또다시 무산된 데 대해 울분을 토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남소연

2024년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략 중 하나는 개헌 저지선을 지켜달라는 읍소였다. 윤석열 정권 폭정에 총선판이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야당에게 200석이 주어지면 체제를 바꾸고 헌법에서 '자유'라는 말을 뗄 것이라며 개헌을 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읍소가 통했던 것일까?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었다.

108석의 힘을 제대로 과시한 건 12.3 계엄 책임을 묻는 2024년 12월 7일 1차 대통령 탄핵소추안 상정 때였다. 국민의힘에선 3명을 제외한 모든 의원이 집단 퇴장함으로써, 총 표수 195표로 탄핵소추안 정족수 200명에 미달해 투표가 불성립됐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원내 6개 정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필요 의결정족수 191명. 106명의 국민의힘은 반대당론을 세워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에게 읍소하여 확보한 탄핵과 개헌 저지선의 힘일까. 국민의힘은 내란 대통령 탄핵을 한 차례 막았고, 39년 만에 시도된 개헌을 무산시켰다.

눈물짓는 국회의장과 파안대소하는 국회의원

지난 8일 우원식 국회의장 발언 당시 웃고 있었던 김은혜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이 <민중의소리> 카메라에 포착됐다.민중의소리 유튜브

지난 8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 개정안 상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개헌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명하고 쟁점이 없어서 여야 간에 얼마든지 합의가 가능한, 사실상 내용에 반대가 전혀 없는 개헌안을 놓고도 개헌의 문을 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39년 만에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끝내 눈물까지 보였다.

그 시간 국민의힘 자리에서는 파안대소하는 의원 한 명이 카메라에 잡혔다. 22대 총선 하루 전날 "말해야 할 때 말하지 못하고 국민을 받들지 못한 점, 마땅히 채찍질 받겠다"라며 야권에 의해 개헌을 당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달라고 호소했던 김은혜 의원이다. 우원식 의장 눈물과 너무도 비교되는 함박웃음이었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정당과 무소속 의원 6명 포함 187명이 공동으로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무산됐다. 막을 명분이 아무 것도 없는 헌법 개정안이었다.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 넣자는 것, 비상계엄에 대해 국회 통제권 강화하자는 것, 국가 균형발전에 관한 의무의 명시하자는 것. 오랜 기간 정치권의 논의도 거쳤고, 국민 합의도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그런데도 헌법 개정안 상정을 막았다. 시대적 소명을 헌신짝처럼 버린 의회 폭거에 가까운 일이다.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약속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대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5·18 정신은 우리 헌법 전문에 반드시 수록되어야 한다고 공약했고, 취임 후 첫 5.18 기념사에서도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입니다"라고 했다. 2023년 5월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당의 입장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2024년 1월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 전문 수록에 단순히 동의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은혜 의원도 "언젠가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하게 된다면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들어가기를 바란다"라는 글을 SNS에 남기기도 했다. 그 의원이 헌법 개정안 상정을 막았고, 국회의장의 울분에 찬 발언에도 파안대소했다. 개헌 저지선을 가지고 헌법 개정안 상정을 무산시킨 국민의힘. 과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달콤한 공약으로 국민을 속였고, 2026년에는 그 약속을 걷어차며 승자가 된 것처럼 웃고 고함쳤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8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초청되었다. 윤석열 탄핵이 이뤄져선 안 됐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이 있었다. 장 대표는 "계엄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탄핵은 아니다"면서 "계엄이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어떤 혼란을 가져왔을지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제1야당 대표로서 정치 감각도, 시대정신도 잃은 듯한 망언이다.

윤석열은 군사 반란과 광주 학살을 자행한 전두환처럼 군을 동원해서 반대 진영을 숙청하려 했다. 윤석열이 곧 전두환이다. 내란을 여전히 감싸고도는 국민의힘 또한, 아직까지 살아남은 민정당의 모습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선거용 졸속 개헌이고 정략적 음모가 있기 때문에 이번 개헌안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기간 개헌특위를 구성해 자체적인 개헌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대통령 선거일에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동참을 압박했다. 숙의 과정 없는 졸속 개헌이라는 주장이 맞지 않는 이유다.

정략적 의도가 있다는 주장도 그렇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적극적이고 흔쾌히 개헌에 앞장섰더라면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한 과거와 내란 정당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씻을 수 있는 기회였다. 이재명 정권의 들러리가 되기 싫다는 얄팍한 정치 셈법이 역사와 국민에게 등 돌리는 고립을 자초한 것이다.

망월동 묘지에 무릎도 꿇지 마라

당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 앞에서 광주시민에 막혀 분향과 묘지 참배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배동민

지난 2월 국회사무처에서 시행했던 여론조사[1]에서 개헌 찬성이 68.3%로 나타났고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해야 된다는 여론도 77.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역사적 정당성, 국민의 요구,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독재 연장을 위한 술수"라고 말했지만, 대통령 중임제 등 논란이 될 만한 정치구조의 변경은 아예 개헌안에 담기지도 않았다. 부마항쟁·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고, 비상계엄이 언급되어 보수정당의 잘못이 각인되는 것, 국민의힘은 그게 두렵고 싫었던 게 아닐까.

또다시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을 맞는다. 국민에게 총을 겨누고 살육했던 자들, 군부독재 타도와 내란 대통령 탄핵에 나섰던 국민들. 대척점은 여전히 그대로다. 39년 만의 개헌 시도가 좌초되었다. 그러나 개헌은 시대적 사명이고 국민의 요구다. 이렇게 끝날 수 없다.

개헌 저지선에 막혀서 불가하다고? 당장은 그렇다. 그러나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진행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14곳이다. 14명의 국회의원이 새로 뽑힌다. 결과에 따라 개헌 동력이 새롭게 탄력받을 수도 있다.

5.18 민주화 운동 헌법 수록을 두고 숱한 거짓말을 해온 국민의힘. 더 이상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망월동 묘지에서 무릎 꿇는 모습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1] 국회사무처가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1만2569명 대상(온라인 조사 1만513명, 면접조사 2056명)으로 2월 5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조사 및 대면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0.9%p(95% 신뢰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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