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3 16:01최종 업데이트 26.05.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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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이틀 앞둔 11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광장이 평소처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승패를 묻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엇을 얻어낼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디까지 물러설지, 관세와 희토류를 둘러싼 거래가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상회담은 늘 그렇게 읽힌다. 누가 웃었고, 누가 양보했으며, 누가 더 많은 것을 얻었는가가 먼저 뉴스가 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그런 방식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왜 미국은 여전히 중국을 굴복시키지 못하는가. 왜 중국은 미국의 혼란과 실수를 자기 승리로 바꾸지 못하는가. 이번 회담은 두 강대국의 힘이 아니라, 서로를 이기지 못하는 두 강대국의 한계를 드러내는 자리다.

강대국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상대에게 관세 몇 퍼센트를 더 물리거나, 정상회담 뒤 발표문에 유리한 문구 하나를 넣는 일이 아니다. 그런 성과는 중요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진짜 승리는 상대가 자기 규칙 안에서 움직이게 만들고, 다른 나라들이 불안할 때 자기 질서에 기대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미국도 중국도 아직 서로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수 있지만 중국을 자기 질서 안으로 되돌려 놓지 못한다. 중국은 미국의 빈틈을 볼 수 있지만 세계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지 못한다. 두 나라는 서로에게 상처를 줄 힘은 있지만, 그 뒤의 질서를 자기 방식으로 다시 세울 힘은 충분히 갖지 못했다.

미국이 중국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위해 베이징으로 향하기 전 백악관을 떠나며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P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관세, 금융, 기술통제, 군사력, 동맹망을 쥐고 있다. 중국을 흔들 수 있는 수단은 충분하다. 문제는 그 힘을 안정된 질서로 바꾸는 능력이 약해졌다는 데 있다.

트럼프식 외교는 상대가 미국의 다음 수를 쉽게 계산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관세를 갑자기 올리거나 낮추고, 특정 품목을 협상 카드로 삼고, 정상회담 자체도 압박 수단처럼 활용한다. 상대가 불안해할수록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어디까지 올릴지, 반도체 수출통제를 어디까지 넓힐지, 대만 문제에서 어떤 말을 꺼낼지 계속 계산해야 한다.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 상대를 흔들고, 시장을 긴장시키고, 협상장 안에서 압박을 만든다. 문제는 그 압박이 중국만 흔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다음 행동을 계산할 수 없게 되면 동맹국도, 기업도, 시장도 함께 방어적으로 움직인다.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 편에 단단히 서기보다, 미국의 결정이 불러올 충격까지 함께 피하려 한다.

바로 여기서 미국의 힘은 한계를 드러낸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수 있지만, 그 압박에 다른 나라들이 안정적으로 기대도록 만들지는 못한다. 관세와 제재는 중국을 긴장시키지만, 동시에 동맹국과 기업에는 미국도 언제든 비용을 넘길 수 있는 나라라는 신호를 준다.

예측 불가능성이 협상장 안에서는 압박이지만, 국제질서 안에서는 신뢰 비용이다. 미국은 중국을 흔들 수 있지만, 흔들린 세계를 다시 자기 질서로 묶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만든 불확실성이 동맹국과 시장에도 함께 전가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힘은 중국을 긴장시키지만, 그 긴장을 미국 중심의 질서로 수렴시키지 못한다.

중국이 미국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

1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밖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환영식을 지켜보고 있다.EPA 연합뉴스

그렇다고 미국의 이런 한계가 곧 중국의 승리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빈틈을 볼 수 있고, 그 빈틈을 활용할 힘도 갖고 있다. 세계 제조업과 공급망에서 중국을 빼고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희토류, 핵심 광물의 흐름을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이 흔들릴수록 중국은 자신을 더 안정적인 경제 파트너처럼 내세울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힘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중국은 많은 나라를 자기 경제에 의존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나라들이 자발적으로 중국 질서에 기대게 만들지는 못한다. 의존과 동의는 다르다. 중국산 제품과 중국 시장은 필요하지만, 중국의 규칙과 정치 방식까지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의 경제력은 세계적 흡인력으로 곧장 바뀌지 않는다.

중국의 생산력도 같은 문제를 낳는다. 중국은 압도적으로 많이 만들 수 있지만, 그 물량이 세계시장에 쏟아질수록 다른 나라 산업에는 위협으로 다가간다. 값싼 중국산 제품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각국 정부와 기업에는 일자리와 산업 기반이 밀려난다는 불안으로 다가간다. 중국의 공장은 중국의 힘이지만, 동시에 세계가 중국을 경계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쥔 공급망 카드는 강력하지만, 그것을 압박 수단으로 자주 꺼낼수록 다른 나라들은 대체 공급망을 찾기 시작한다. 중국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 불편함을 중국에 대한 신뢰로 바꾸지는 못한다.

중국식 정치 질서 역시 많은 나라가 자발적으로 따르고 싶어 하는 보편 모델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결국 중국은 세계를 공급할 수 있지만, 세계를 설득하지는 못한다. 중국은 강한 국가지만, 아직 매력적인 질서는 아니다.

승부 없는 정상회담

그래서 베이징의 정상회담은 승부의 자리가 되기 어렵다. 미국은 중국을 완전히 굴복시킬 수 없고, 중국도 미국의 빈틈을 패권의 기회로 바꾸지 못한다. 두 나라는 서로를 압박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한다. 바로 이 모순 때문에 정상회담은 승리의 선언보다 불안의 관리에 가까워진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망과 희토류 공급망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도 중국이 가진 영향력을 계산해야 한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의 관세가 어느 선에서 멈출지, 반도체 수출 통제가 어디까지 갈지, 대만 문제에서 미국이 어떤 언어를 쓸지 확인하려 한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의 우호가 아니라, 미국의 압박을 계산 가능한 범위 안에 묶어두는 일이다.

따라서 회담 뒤 농산물이나 보잉 항공기 구매 약속이 나오더라도 그것을 곧바로 미중 화해로 읽기는 어렵다. 그런 합의는 숫자로 보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유용하지만, 두 나라 사이의 근본적 불신을 없애지는 못한다.

희토류와 반도체는 더 이상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안보의 언어가 되었고, 대만 문제에서는 문장 하나가 힘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 이번 회담은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의 회담이 아니라, 서로를 완전히 이기지 못하는 두 강대국이 불안을 관리하는 회담이다. 그리고 강대국들이 불안을 관리할 때, 그 비용은 두 나라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중이 관세, 희토류, 반도체, 대만, 중동 문제를 서로 거래하고 조정하는 순간, 그 여파는 주변국으로 번진다. 한국은 그 주변부에 있는 나라가 아니라, 그 여파가 직접 닿는 나라다.

한국은 미중 관계가 나빠질 때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두 나라가 갑자기 가까워질 때도 긴장하는 나라다. 대만, 반도체, 희토류, 중동 에너지, 대중 수출, 조선과 방산까지 한국의 주요 이해가 미중 협상의 옆자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미중이 서로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이해가 자동으로 반영된다는 보장은 없다.

미중 갈등이 격해지면 한국은 선택을 압박 받고, 미중 거래가 깊어지면 한국은 자기 이해가 빠진 합의를 걱정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에 위험한 것은 미중 갈등만이 아니다. 한국의 이해가 빠진 미중의 거래도 위험하다. 미중이 서로를 이기지 못해 불신을 관리하는 시대에는, 중간에 선 나라들이 더 정교하게 자기 자리를 계산해야 한다.

냉전이 아니라 헤징의 시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 공군의 대형 전략 수송기인 C-17 글로브마스터 III가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촬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AFP 연합뉴스

냉전은 줄을 세우는 질서였다. 어느 진영에 설 것인가가 세계정치의 가장 큰 질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미중 경쟁은 그렇게 단순하게 둘로 갈라지지 않는다. 지금 많은 나라는 강대국을 선택하려는 것이 아니라, 강대국이 만든 위험을 피하려 한다.

미국은 필요한 보호막이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었다. 중국은 필요한 제조망이지만, 깊이 기대기엔 위험한 힘이 되었다. 그래서 각국은 어느 한쪽에 서기보다, 두 강대국 모두를 이용하면서도 두 강대국 모두와 거리를 남겨두려 한다.

국제정치에서는 이런 위험 분산의 태도를 헤징이라고 부른다. 한쪽에 모든 것을 걸지 않고,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위험을 나누는 방식이다. 냉전의 세계가 진영을 고르는 세계였다면, 지금의 세계는 위험을 분산하는 세계에 가깝다.

앞으로 도래할 시대는 한 강대국이 다른 강대국을 대신하는 시대가 아니라, 강대국을 끝까지 믿지 않는 시대다. 안보와 무역, 기술과 에너지는 한 진영 안에 묶이지 않고 여러 갈래로 얽힌다. 각국은 줄을 서기보다 거리를 잴 것이고, 충성을 약속하기보다 위험을 나눌 것이다. 이것이 베이징 정상회담 너머로 보이는 다음 세계의 윤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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