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8 14:20최종 업데이트 26.05.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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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오르며 예년 기온을 웃돈 4월 15일 서울 광화문역 네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시민들이 그늘막 아래 모여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여름부터 기후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초에 서울대학교 기후연구팀이 인공지능(AI) 기후 전망 모델 결과에 근거하여, 연말에 슈퍼 엘니뇨 가능성을 지적했다. 슈퍼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수온이 평시보다 2도 높은 상태를 말한다. 한반도 더위의 가장 큰 원인이다. 4월에 세계기상기구도 올해 중반에 강한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공식 발표하였다.

엘니뇨나 라니냐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기후를 지배하는 전 세계의 해수 온도가 평상시와 달라진다는 말이고, 그것은 곧 세계 곳곳에서 평상시와 다른 이상 기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말로 이해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는 이유, 즉 바다가 육지를 지배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해양의 열용량이 대기보다 1000배나 많기 때문이다. 해수 온도 분포는 육상의 기온과 강수량을 지배한다. 올해 여름과 그 이후의 기후를 지배할 해양 상황과 그에 따른 우리나라의 기후 상황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봄부터 이상고온이 발생한 원인

4월부터 기후가 심상치 않을 조짐이 보인다. 올해 우리나라의 4월 기온을 두고 기상관측망이 제대로 정비된 1973년 이래 3번째로 높았다는 기상청 발표가 있었다. 4월 19일에 서울에서 일 최고기온 29.4℃를 찍었는데, 이것은 같은 날 역대 1위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5월 중순 예상 기온이 30도에 이르는 건 이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

봄부터 이상고온이 발생한 원인으로, 기상청은 '북대서양 진동이 양의 위상을 보이면서 상층 편서풍 파동이 남북 방향으로 뱀처럼 크게 굽이치며 사행(蛇行)한' 사실을 들었다. 이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북대서양 진동'이란 대서양에서 북극권에 가까운 곳(북위 60도 부근)에 있는 아이슬란드 저기압과 그곳보다 훨씬 남쪽(북위 30도 부근)에 있는 버뮤다(또는 아조레스) 고기압 사이의 기압 편차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올해 4월의 경우엔 아이슬란드 저기압의 중심 기압이 평소보다 더 낮았고, 버뮤다 고기압의 중심 기압은 더 높았다. 이를 '양(positive)'의 대서양 진동이라고 부른다.

그 결과로 한반도에서는 편서풍 파동이 북쪽으로 치우쳐서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어 맑고 건조한 날이 많았고, 남쪽에서 고온의 공기가 유입될 수 있었다. 이처럼 어느 지역의 기후는,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현상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 이를 '원격 상관'이라고 부른다.

5월 기후예측시스템(GloSea6) 해수면 온도 편차기상청

최근 서구 언론에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제임스 한센 교수가 올해 여름 극한 기후를 우려한 게 화제가 되었다. 그는 1988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하여 당시에 기승을 부린 극한 기후의 원인이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에 있다고 증언함으로써, 인류의 기후변화 대응에 큰 물길을 내어주었던 인물이다.

이에 앞서 전 세계의 유력한 기후 연구 기관들은 올해 지구 온도가 몹시 높겠지만 역대 2번째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센은 기존의 기후모델로 보면 안 된다고 한다. 그는 기존 모델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가 유발하는 지구 온도 상승효과(기후 민감도라고 함)를 실제보다 둔감하게 전망한다고 지적했다.

한센 교수가 한 주장을 요약해 본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고, 그에 따른 지구 평균 온도 상승도 수치 모델의 전망보다 훨씬 가팔라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구 평균 온도가 높아지면 통계의 특성에 따라서 극한 고온의 강도와 출현 일수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이는 폭염 피해의 급격한 증가를 의미한다. 정리하면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서 국지적으로 극한 폭우와 극한 가뭄 출현 가능성이 덩달아서 높아진다는 얘기다.

극한 기후를 가져올 또 다른 원인

지난 4월 27일 일본기상협회는 "장마 종료 후에 더위 상황 급변? 엘니뇨 현상에 더하여 또 하나의 해양열 환경 변동"이라는 보도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제목의 부제로 "장마 종료 후에 더위가 갑자기 심각해질 위험성, 가을까지 늦더위가 길게 이어질 가능성, 열대 해양 상황에서 읽는 올해의 경향"을 달았다. 이 문제를 살펴보자.

먼저 적도 북태평양의 상황이다. 지난 겨울부터 라니냐 현상에 가까웠던 해수 온도 분포가 사라지고, 동부 해상의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엘니뇨로 전환) 아직은 전망이 불확실하지만, 높게 전망하는 모델은 늦여름 정도에 강력한 슈퍼 엘니뇨 단계로 발달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 이 지적은 세계기상기구도 동의하고 있다.

다음으로 인도양의 해수 온도 변화 경향 전망이다. 현재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상시 수준 또는 약간 낮은 상태이다. 이런 해엔 장마 전선의 북상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장마가 일찍 끝날수록 그해 여름은 폭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마의 종료가 곧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에 해당한다.

현재 인도양의 해수 온도 분포는 '양의 인도양 다이폴 상태(서인도양 해수면 온도는 높고 동인도양은 낮아지는 현상)'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즉 평소와 다른 '동저서고(東低西高)의 온도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적도 인도양의 해수 온도는 평상시엔 대기 대순환 바람의 특성으로 북태평양과 반대로 동쪽(인도네시아 부근)이 고온이고 서쪽(북아프리카 부근)이 저온이 된다. 그런데 올해 여름을 지나면서 평상시와 반대로 서쪽이 고온이 되고 동쪽이 저온이 되는 상황(양의 인도양 다이폴 상태)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도양 동쪽에서 하강 기류가 발달하고, 그 영향으로 중국 화남 지방 해상에서는 상승기류가 발달한다. 그 상승기류의 일부는 인도양이 아니라 위로 동아시아(한국, 일본 등)로 이동했다가 하강한다. 이 하강 기류가 동아시아에 지독한 폭염과 늦더위를 만들어 낸다. 남쪽의 더운 바람과 습기를 한국까지 배달하는 통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탁월하였던 대표적인 해가 1994년이다. 김일성이 사망했던 1994년은 한반도 불볕더위의 해이기도 하다. 1994년은 2018, 2024년과 더불어 역대급 폭염의 해였고, 무엇보다도 늦더위가 대단했다. 인도양 다이폴 현상 자체도 1994년 동아시아 폭염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일본의 연구자가 발견하였다.

인도네시아 앞바다 온도를 주목하라

4월 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쪽 끝에 자리잡은 반다아체 외곽의 다룰 이마라에 비구름이 몰려 있다.AFP 연합뉴스

그래도 올해 여름 더위를 뜨겁고 오래가게 할 '양의 인도양 다이폴' 출현과 슈퍼 엘니뇨로의 발달 여부에 대해선 아직 불확실하다. 일본 해양 연구 개발 기구(JAMSTEC)의 장기 전망도 양의 인도양 다이폴을 제기하고 있지만, 기상과 해양은 수시로 흐름이 급변할 수 있다. 지금은 우려하는 단계이다.

우려가 현실이 될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우선 한 가지 있다. 앞으로 한두 달 남반구에서 적도로 부는 남동무역풍이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먼바다에서 강해지는가를 주목해서 봐야 한다. 인도양의 해수 온도 분포가 그것의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이다.

슈퍼 엘니뇨로의 전환 여부에 대해서도 단언하기 어렵다. 예측 모델에 따라서 적도 태평양의 서부와 동부 해역의 '수온 편차 전망'이 3도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말이다.

기후 전망은, 예보 유효기간(2주)보다 먼 훗날에 어떤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다루는 것이다. 기후 연구 기관과 기후학자들이 올해 여름부터 극한적인 기후가 도래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고도화된 수치모델의 결과와 관측 자료를 통해 봤을 때 그럴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경고에 대해서 아직 불확실하니 더 지켜보자고 하면 안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는 기후 재해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미친다는 점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피렌체의식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firenzedt.com/news/articleView.html?idxno=32957

필자 김해동은 계명대학교 환경학부 교수이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 교사를 꿈꾸어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기상학 전공으로 석사,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연구관을 거쳐 계명대학교에서 교수를 시작했다. 이미 1993년에 ‘기후변화에 따른 한국과 일본의 농업 생산량 변동 연구’를 일본과 공동으로 수행하였고, 기후변화와 도시 열섬 연구에 집중하여 ‘비사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초중고 교육과정과 고교 환경 교과서 집필, 각종 시험의 출제에 참여하였다. 여러 국가기관의 자문위원과 시민단체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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