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2 11:25최종 업데이트 26.05.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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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관전 요소
- 유권자는 손에 잡히는 동네 일꾼 즉 지역밀착형 과제해결 후보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는 약속 지키는 후보는 과연 누구인가
- 부산 북갑 유권자가 묻는 한 가지: 대선급 인파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당선 뒤에도 남을 건가'
- 일본의 실패가 말해주는 공약의 조건은 큰 구상보다 먼저 골목의 위험을 줄이는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 안전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유권자가 청중석이 아니라 골목 현장에 스스로 참여하는 공간이 마련되었는가
- 과연 노후 인프라·교통·재난 대피를 묻는 6·3 선거에서 진정 승리한 지방자치체는 어디인가
3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하정우 전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3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하정우 전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5월 10일 부산 북구 덕천동은 선거운동 기간이 본격화되기 전인데도 이미 선거판의 한복판 같았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국민의힘 박민식,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같은 날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박 후보와 한 후보 사무소는 덕천동 젊음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걸어서 10분 남짓 떨어져 있었다.

'청와대로 가겠다'와 '구포시장 친구' 사이

한 후보 쪽은 인파가 먼저 말을 했다. 덕천역 주변부터 줄이 이어졌고, 건물 입구는 행사 전부터 통제됐다. 현장 보도에 따르면 한 지지자가 "청와대로 가라"고 말하자 한 후보는 "북갑에서 승리해 청와대로 가겠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보궐선거 현장이라기보다 대선 전초전처럼 보였다는 묘사도 나왔다.


박 후보 쪽은 당의 무게를 실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들이 대거 참석했고, "진짜 북구 사람"이라는 구호가 반복됐다. 동시에 캠프 밖에서는 "보수끼리 싸우지 마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보수 단일화 압박과 내부 경쟁의 피로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

하 후보 개소식은 앞의 두 장면과 달랐다. 참석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구포시장에서 만났다는 '독서실 친구', 모교 동문, 지역 원로들이 얼굴을 보탰다. 큰 함성보다 오래된 인연이 먼저 보이는 자리였다. 화려한 세몰이와 조용한 동네 선거가 한낮 덕천동에서 나란히 펼쳐진 셈이다.

그날 시민들이 궁금해한 것은 한 가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는 후보자는 누구

정치는 큰 말로 시작하지만, 표는 작은 불편에서 움직인다. 선거사무소 앞을 지나는 시민이 묻는 것은 "누가 더 유명하냐"가 아니다. "당선되고 나서도 여기에 있을 사람이냐"다. 이 질문은 특히 보궐선거에서 더 날카롭다. 임기가 짧고, 지역 현안은 오래 묵어 있기 때문이다.

북구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국가 비전만이 아니다. 구포시장 주변의 주차와 보행 안전, 덕천동 일대 교통 흐름, 노후 주거지 점검, 학교 앞 어린이 안전, 폭우 때 배수와 대피, 고령 주민의 돌봄 동선 같은 문제다. 골목의 위험은 중앙정치의 구호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비가 오면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사고는 허술한 곳에서 먼저 난다.

선관위 일정상 후보 등록은 5월 14~15일, 공식 선거운동은 21일부터 선거 전날까지 이어진다. 말하자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다. 후보들의 공약집이 굳어지기 전, 유권자가 먼저 질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기준은 단순한 인지도나 정당 지지율로 좁혀서는 안 된다. 누가 지역의 문제를 목록으로 만들었는가. 누가 예산의 출처와 집행 순서를 적었는가. 누가 당선 뒤 100일 안에 주민 앞에서 진척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약속하는가. 유권자는 그 답을 보고 싶어 한다.

일본의 실패가 남긴 질문

공약이 빈 약속으로 끝나는 과정은 대개 비슷하다. 큰 구호가 먼저 나오고, 재원과 행정 절차는 나중으로 밀린다. 선거가 끝나면 약속은 부처와 의회와 예산 사이에서 흩어진다. 일본의 경험은 이 대목에서 꽤 차갑다.

2009년 일본 민주당은 '정권교체'의 열기 속에 고속도로 무료화, 아동수당 확대 같은 매력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재원 마련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은 선거 전부터 나왔다. 집권 뒤에는 세수 감소와 지출 구조조정의 한계가 겹쳤고, 상당수 공약이 축소되거나 뒤로 밀렸다. 유권자가 느낀 배신감은 몇 년 뒤 정권 심판으로 돌아왔다. 좋은 의도도 계산표가 없으면 신뢰를 잃는다.

오사카 행정통합, 이른바 오사카도 구상도 다른 교훈을 남겼다. 대도시의 중복 행정을 줄이겠다는 논리는 그럴듯했다. 그러나 오사카 시민들은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 주민투표에서 모두 반대했다. 2020년 투표는 반대 69만 2996표, 찬성 67만 5829표의 근소한 차이였다. 표 차이는 작았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제도 개편이 주민의 일상 언어로 번역되지 못하면 대형 개혁도 문턱을 넘기 어렵다.

정치가 실패하는 순간은 약속이 작아서가 아니다. 약속을 실행할 구조를 만들지 못할 때다. 주민이 체감할 변화, 돈의 흐름, 책임자, 시간표가 빠지면 공약(公約)은 금세 공약(空約)이 된다. 일본의 실패학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실패한 공약은 다음 선거의 소재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정치 불신으로 남는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새 공약 몇 줄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안전혁명은 동네에서 시작된다

부산 북구에는 낙동강과 시장, 오래된 주거지와 교통 결절점이 함께 놓여 있다. 이 조건은 장점이면서 동시에 위험 관리의 숙제다.

굳이 안전을 선거의 부수 항목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기후위기, 감염병, 산업재해, 교통사고, 지역 소멸은 따로 움직이는 사건이 아니다. 서로 맞물려 주민의 삶을 흔드는 하나의 위험 사슬이다. 그래서 안전혁명은 재난 뒤에 현수막을 거는 일이 아니라, 평소의 행정과 예산을 바꾸는 일이어야 한다.

미래리스크 관리는 거창한 보고서에서만 출발하지 않는다. 구포시장 골목의 소화전 위치를 확인하는 일, 장마철 침수 지도를 갱신하는 일, 어린이 통학로의 불법 주정차를 줄이는 일, 노후 축대와 빈집을 정기 점검하는 일, 폭염 때 홀몸 어르신을 누가 찾아갈지 미리 정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이런 일은 중앙정부가 한꺼번에 해치울 수 없다. 지역을 아는 사람, 주민을 자주 만나는 사람, 행정의 작은 구멍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 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0일 오후 부산 북구에서 열린 박민식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박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등과 손을 맞잡고 있다. 2026.5.10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0일 오후 부산 북구에서 열린 박민식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박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등과 손을 맞잡고 있다. 2026.5.10연합뉴스



부산 북갑 후보들에게도 같은 숙제가 놓여 있다. 한동훈 후보는 큰 정치의 상징성이 강점이지만, 그 상징이 북구의 현장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박민식 후보는 지역 연고와 보수 기반을 내세우지만, 진영 결집이 생활 공약의 구체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하정우 후보는 동네 밀착 이미지를 보여주었지만, 선거구 내에서 낮은 인지도를 넘어 정책 실행 능력과 예산 확보 경로를 더 선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유권자는 어느 후보에게도 박수만 보내지 않는다. 이제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당선 뒤 매달 어느 동네에서 주민 보고회를 열 것인가. 구포시장 교통·주차 문제는 어느 기관과 언제 협의할 것인가. 학교 앞 안전 예산은 얼마를 확보할 것인가. 폭우와 폭염 대피 체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말이 아니라 표로 적힌 계획을 요구해야 한다.

공약가계부 없는 약속은 믿기 어렵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지역을 바꾸겠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장(지역)은 말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공약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근거, 즉 '공약가계부'가 필요하다.

공약가계부에는 다섯 가지가 담겨야 한다. 첫째,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필요한 예산을 어디서 조달할지 밝혀야 한다. 셋째, 어떤 법과 조례를 고쳐야 하는지 제시해야 한다. 넷째, 주민이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일정표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공약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주민에게 설명할 책임자가 명시되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출 때 공약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닌 주민과의 계약이 된다. 안전한 사회는 바로 그런 계약의 축적 위에 세워진다. 한 번의 거창한 공약보다, 작더라도 꾸준히 지켜지는 약속이 지역의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쌓여야 제도적 변화도 가능해진다.

참석자 소개하는 한동훈 후보
참석자 소개하는 한동훈 후보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10일 오후 부산 북구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북구 주민들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선거는 전국 정치의 풍향계로 읽힐 것이다. 부산 북갑은 그중에서도 더 큰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이 선거를 중앙정치의 전초전으로만 소비하면, 정작 북구 주민의 생활 문제는 다시 뒤로 밀린다. 유권자의 손에 잡히는 변화는 뉴스 화면의 인파가 아니라, 선거 뒤 고쳐진 길과 안전해진 골목에서 확인된다.

덕천동의 세 개소식은 각자의 장점을 보여줬다. 동시에 약점도 드러냈다. 대망론은 지역 책임을 증명해야 하고, 보수 결집은 생활 해법을 내놓아야 하며, 동네 밀착은 실행력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이번 선거의 가장 솔직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청중 앞에서 크게 말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당선 뒤에도 북구의 현장에 남아 문제를 끝까지 풀 것인가. 유권자는 손에 잡히는 지역밀착형 과제 해결 후보자를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파인에도 실립니다.글쓴이 김영근은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겸 인문학과동아시아문화산업과정 교수이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도쿄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취득한 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및 계명대학교 일본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AI시대의 안전경제학: 글로벌 불확실성 및 위기관리" 및 "북핵 리스크 관리와 국제안보레짐의 변용", 『포스트 제국주의』(공저), 『한일관계사 1965-2015. II: 경제』(공저), 『한일 관계의 긴장과 화해』(편저)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6.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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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김영근 교수의 안전혁명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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