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4 11:58최종 업데이트 26.05.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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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가 쓰는 지방선거 관련 칼럼입니다.[편집자말]
대전시의회 본회의 장면(자료사진).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번 지자체 선거에선 약 4천 명 이상의 당선자가 나온다. 광역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광역자치단체장 17명, 시장, 군수나 구청장 같은 기초단치자체장 227명을 뽑는다. 그리고 광역의회의 의원 900명가량, 기초의회의 의원 3천 명 가량을 뽑는다.

선거에서 유독 관심을 받는 지역들이 있다. 소위 '전국구급' 정치인들이 출마한 지역이나 (이번 선거에선 평택을 보궐선거와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가 그렇다.) '대권도전 로드'로 여겨지는 광역단체장 선거가 대표적이다. 서울시장은 예로부터 '소통령'이라 불릴 만큼 대표적인 '차기 대권'의 경유지였고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는 현 대통령 역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쌓은 행정가로서의 역량이 이른바 '효능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예산을 사용하며 조례와 제도를 만들고 행정 실무를 지휘하는 광역 단체장은 정치인이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자기 역량을 단련하거나 입증할 수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가시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로 여겨지는 셈이다.

반면 도무지 관심 받지 못하는 선거도 있다. 기초단위 의회 선거, 인구 소멸과 고령화가 당면 과제인 지역의 군수 선거, 어쩌면 일상에 가장 밀접한 일을 해내고 있는 구청장 같은 기초단체장 선거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우리 마을의 구의원이나 시의원 후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물론 내가 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선거 공보물이 날아오기 전까지는 이들의 정책과 비전은커녕 이름조차 알기 어려운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북한산 자락 불광동(우리 동네다)에서 부산 북구 갑에 출마한 압구정동 출신 정치인이 만덕동에 집을 구했단 소식은 빠삭하게 들을 수 있지만, 정작 우리 마을에 출마한 구의원 후보는 이름조차 듣기 어렵다.

거물급 정치인들과 마을에서 처음 출마하는 정치신인들에 대한 관심도의 차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이 무관심이 빚어내는 결과다. 앞서 말했듯 우리의 삶을 바꾸는 더 실질적인 영향력은 우리 마을의 정치에서 발생한다.

생활임금조례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 부산지역의 노동단체가 6일 부산시청 앞을 찾아 내년도 생활임금 관련 공식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김보성

생활임금조례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다. 청소 노동자와 시설관리 노동자, 돌봄 노동자와 공공 위탁 노동자들의 임금은 상당 부분, 이 제도에 의해 결정된다. 중앙정부가 아니라, 바로 우리 동네 지방정부가 결정하는 임금이다. 생활임금조례는 단순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법정 최저임금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현실의 생활비를 공공이 보장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지방정부가 지역 노동시장의 '모범 사용자'로서 최소한의 노동 기준을 제시하는 셈이다. 실제로 생활임금 기준은 법정 최저임금을 끌어올리고 민간 사용자들의 임금인상 기조를 만드는 데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생활임금조례는 2013년 경기 부천시에서 최초 제정된 것을 시작으로 2026년 3월 현재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131곳에 제정됐다. 광역단위에선 2022년 경상북도를 마지막으로 17개 광역 지자체 모두가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했다. 광역 단위에서는 생활임금제도가 사실상 보편화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기초 단위로 내려가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서울, 광주, 대전, 경기, 세종, 제주는 기초단위까지 조례가 모두 제정됐지만 경남, 경북, 대구, 강원은 조례 제정 비율이 매우 낮다. 조례를 제정해 놓고도 운영하지 않는 지자체도 7곳에 이른다.

청년 유출과 고령화가 심각한 군 단위 지역일수록 공공 노동과 돌봄노동의 비중은 높아진다. 민간의 양질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군청과 복지관, 공공시설과 돌봄센터가 사실상 지역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는 구조다. 생활임금제도가 광역단위에서는 보편화됐지만 정작 제도가 절실한 기초단위에서 오히려 도입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활임금은 각 단위의 생활임금위원회가 제정한다. 위원회의 구성은 지자체마다 다른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동자위원의 참여 여부다. 민주노동연구원이 2026년 4월 발표한 워킹페이퍼에 따르면 "자료가 확인된 생활임금위원회 109곳 중 노동자위원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65곳, 배제된 위원회는 44곳"이다. 노동자위원이 참여하는 65곳의 지자체 중에서도 노동자위원 비중이 20%를 넘는 곳은 39곳, 60%에 달한다. 노동자위원 비율이 30% 이상인 곳은 광주광역시, 광주 광산구, 전남 목포시 3곳뿐이다.

노동자위원 비중은 생활임금조례의 적용과 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같은 워킹페이퍼에서는 "노동자위원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구간부터 평균 생활임금이 의미 있게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된다"라고 지적했다. 즉 생활임금 조례를 만들고 적용하고, 생활임금 수준을 결정하고 실제로 지급하는 모든 과정이 '누가 위원회에 들어가는지', '누가 발언권을 갖는지', '누가 예산을 승인하고', '누가 조례를 설계하는지'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즉, 생활임금, 다시 말해 지역에 사는 우리의 일상을 결정하는 '노동소득'이 지방 정치의 결과물이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뽑는 군수, 군의원, 구청장, 구의원이 우리의 '월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란 얘기다.

병원 가는 버스

충북 보은군도 2025년 7월 1일부터 농어촌버스 무료운행을 시행하고 있다.보은군

서울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가 몇 분 늦는 것이 뉴스가 되지만, 어떤 군 단위 지역에서는 하루 한두 번 다니는 버스가 삶의 문제다. 읍내 병원으로 가는 길이고, 장에 가는 길이고, 복지관과 보건소로 가는 길이다. 무엇보다 이웃과 공동체로 연결되는 거의 마지막 남은 길이기도 하다.

2023년 경북 청송군은 전국 최초로 농어촌 군내버스를 무료화했다. 버스를 무료화한 후 승객이 20~30%가량 늘었다. 버스비가 무료가 되자 사람들은 더 자주 읍내로 나가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고, 장을 보고, 장에 간 김에 국밥을 먹고 막걸리를 한 잔 마셨다. 주왕산에 가는 사람도 늘었다. 이동이 늘어나자, 사람 사이의 연결도 조금씩 살아났다. 버스비 무료화에 따른 예산 증가액은 크지 않다. 청송군의 경우 무료 버스 운영에 드는 예산은 3억 원가량이다. 반면 무료 버스로 주민들의 이동과 경제활동이 늘어나 발생한 군내 경제 효과는 3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청송군의 뒤를 이어, 의령, 완도, 진천 등에서 무료 버스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모두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공공 교통의 적자운영은 언제나 시장 논리의 먹잇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싼 요금으로 누구나 어디든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공 대중교통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그 적자 폭이 거듭 커지면서 한동안 지자체들은 버스 노선을 줄이고 없앴다. 그리고 그에 맞춰 지역 안에서의 유기적 네트워크도, 삶의 연결도 사라져갔다. 병원으로, 농협으로, 읍내 사는 친구네 집으로 가는 길이 끊기면서 지역 공동체의 삶도 함께 사라져갔다.

인구와 의료시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에는 병원도, 의사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일수록 오히려 더 많은 의료가 필요하다.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동네 보건소와 방문간호 시스템 같은 생활밀착형 공공의료는 소멸해 가는 지역에선 사실상 마지막 안전망에 가깝다.

청송의 무료 버스 정책을 설계하고 조례로 만들고 예산을 책정하는 것은 청송군과 청송군의회다. 이를 벤치마킹하는 의령과 완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공공 보건지소에 의료 인력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결정도 군의회가 한다. '우리 지역의 어르신들이 아플 때 편하게 보건소까지 갈 수 있게 하겠다. 누구네 집 차 빌려 타지 않고, 버스 타고 아무 때고 갈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군수나 구청장이다.

결국 병원 가는 버스를 남길 것인가, 없앨 것인가 역시 지방정치의 문제다. 그리고 그 결정은 누군가에겐 단지 교통정책이 아니라, 병원에 갈 수 있는 삶과 갈 수 없는 삶의 차이가 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질문

우리는 늘 중앙정치 이야기를 한다. 누가 대권주자인지, 누가 누구를 공격했는지, 어느 정치인이 어디로 출마했는지 귀신같이 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동네 구의원이 누군지는 잘 모른다. 우리 마을버스 노선을 줄인 사람이 누군지, 생활임금 조례를 반대한 사람이 누군지, 보건소 예산을 깎은 사람이 누군지는 더 모른다. 하지만 삶은 대개 뉴스 속에서 무너지기보다, 마을에서 조용히 불편해지는 방식으로 무너진다.

정치란 거대한 현수막보다 우리의 질문 속에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지?"라는 질문. 그러니 이번 지방선거에선 거물 정치인의 현수막만 쳐다보다가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은 우리 동네 구의원 후보 이름도 한 번쯤 검색해 보고, 군수 후보가 병원 가는 버스를 없앨 사람인지 남길 사람인지 정도는 물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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