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도 2025년 7월 1일부터 농어촌버스 무료운행을 시행하고 있다.
보은군
서울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가 몇 분 늦는 것이 뉴스가 되지만, 어떤 군 단위 지역에서는 하루 한두 번 다니는 버스가 삶의 문제다. 읍내 병원으로 가는 길이고, 장에 가는 길이고, 복지관과 보건소로 가는 길이다. 무엇보다 이웃과 공동체로 연결되는 거의 마지막 남은 길이기도 하다.
2023년 경북 청송군은 전국 최초로 농어촌 군내버스를 무료화했다. 버스를 무료화한 후 승객이 20~30%가량 늘었다. 버스비가 무료가 되자 사람들은 더 자주 읍내로 나가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고, 장을 보고, 장에 간 김에 국밥을 먹고 막걸리를 한 잔 마셨다. 주왕산에 가는 사람도 늘었다. 이동이 늘어나자, 사람 사이의 연결도 조금씩 살아났다. 버스비 무료화에 따른 예산 증가액은 크지 않다. 청송군의 경우 무료 버스 운영에 드는 예산은 3억 원가량이다. 반면 무료 버스로 주민들의 이동과 경제활동이 늘어나 발생한 군내 경제 효과는 3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청송군의 뒤를 이어, 의령, 완도, 진천 등에서 무료 버스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모두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공공 교통의 적자운영은 언제나 시장 논리의 먹잇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싼 요금으로 누구나 어디든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공 대중교통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그 적자 폭이 거듭 커지면서 한동안 지자체들은 버스 노선을 줄이고 없앴다. 그리고 그에 맞춰 지역 안에서의 유기적 네트워크도, 삶의 연결도 사라져갔다. 병원으로, 농협으로, 읍내 사는 친구네 집으로 가는 길이 끊기면서 지역 공동체의 삶도 함께 사라져갔다.
인구와 의료시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에는 병원도, 의사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일수록 오히려 더 많은 의료가 필요하다.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동네 보건소와 방문간호 시스템 같은 생활밀착형 공공의료는 소멸해 가는 지역에선 사실상 마지막 안전망에 가깝다.
청송의 무료 버스 정책을 설계하고 조례로 만들고 예산을 책정하는 것은 청송군과 청송군의회다. 이를 벤치마킹하는 의령과 완도에서도 마찬가지다. 공공 보건지소에 의료 인력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결정도 군의회가 한다. '우리 지역의 어르신들이 아플 때 편하게 보건소까지 갈 수 있게 하겠다. 누구네 집 차 빌려 타지 않고, 버스 타고 아무 때고 갈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군수나 구청장이다.
결국 병원 가는 버스를 남길 것인가, 없앨 것인가 역시 지방정치의 문제다. 그리고 그 결정은 누군가에겐 단지 교통정책이 아니라, 병원에 갈 수 있는 삶과 갈 수 없는 삶의 차이가 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질문
우리는 늘 중앙정치 이야기를 한다. 누가 대권주자인지, 누가 누구를 공격했는지, 어느 정치인이 어디로 출마했는지 귀신같이 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동네 구의원이 누군지는 잘 모른다. 우리 마을버스 노선을 줄인 사람이 누군지, 생활임금 조례를 반대한 사람이 누군지, 보건소 예산을 깎은 사람이 누군지는 더 모른다. 하지만 삶은 대개 뉴스 속에서 무너지기보다, 마을에서 조용히 불편해지는 방식으로 무너진다.
정치란 거대한 현수막보다 우리의 질문 속에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지?"라는 질문. 그러니 이번 지방선거에선 거물 정치인의 현수막만 쳐다보다가 끝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은 우리 동네 구의원 후보 이름도 한 번쯤 검색해 보고, 군수 후보가 병원 가는 버스를 없앨 사람인지 남길 사람인지 정도는 물어봤으면 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