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0 15:56최종 업데이트 26.05.10 15:56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성범 예비후보고창남

"제주 농민들은 육지 농민보다 1.5배 이상 비싼 물류비를 내면서도, 정작 도매시장에 가면 '나무 파렛트(팰릿)'를 쓴다고 대접을 못 받습니다. 대형마트 입점조차 거부당하는 이 서러움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제주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성범 예비후보가 서귀포 농수산물의 고질적 문제인 '물류 체계'를 정조준했다. 김 예비후보는 10일 서귀포항을 농수산물 특화 물류 전담 항만으로 육성하고, 전국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공공 공유 팰릿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파격적인 물류 혁신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왜 제주 농민은 1.5배의 물류비를 감당해야 하나

김 예비후보가 지적한 '1.5배의 물류비'는 제주 농가의 소득을 갉아먹는 가장 큰 범인이다. 육지 농산물은 산지에서 트럭에 실으면 도매시장까지 직행하지만, 제주의 농산물은 '섬'이라는 특성상 반드시 배를 타야 한다.

문제는 단순히 배 운임이 비싼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제주 물류는 항만에서 배에 싣기 위해 화물을 내렸다가 다시 싣는 '다단계 하역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규격이 일정하지 않은 나무 팰릿을 사용하다 보니, 기계화가 어려워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짐을 옮기는 이른바 '까데기(수작업 상하차)'가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여기에 항만 하역료, 공컨테이너 회수 비용, 그리고 육지 도착 후 재상차 비용이 겹겹이 쌓이면서 제주 농민들은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김 예비후보가 제시한 혁신의 첫 단추는 서귀포항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다. 현재 제주의 농산물은 항만에서 선박에 실리기 전, 팰릿을 해체하거나 다시 쌓는 소위 '까데기'라 불리는 인력 상하차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스란히 농가의 이중 하역비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예비후보는 서귀포항을 '로로선(Ro-Ro, Roll-on/Roll-off) 전용 항만'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로로선은 화물을 실은 트럭이나 지게차가 별도의 크레인 작업 없이 직접 배 안으로 운전해 들어가 짐을 싣는 방식이다.

"팰릿을 해체하지 않고 산지에서 쌓은 모습 그대로 선박에 바로 싣는 전용 접안 시설과 자동 하역 장비를 확충하겠다"는 것이 김 예비후보의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인건비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상하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산물의 멍듦이나 파손 등 품질 저하 문제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나무 팰릿은 가라"... '표준 팰릿 지원법' 제정 추진

김 예비후보의 눈은 항만을 넘어 유통의 표준화로 향하고 있다. 그는 현재 농가 소득 저하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비표준화된 물류 체계'를 꼽았다. 특히 위생에 취약하고 재작업을 유발하는 나무 팰릿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진단했다.

이를 위해 김 예비후보는 일명 '농수산물 표준 팰릿 지원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법안의 핵심은 제주 특산물에 최적화된 표준 '유니트로드 시스템(Unit Load System)'를 정립하고, 이를 준수하는 농가에 물류비를 우선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유니트로드 시스템이란 화물을 일정한 단위(규격화된 팰릿)로 묶어 생산지부터 최종 소비지까지 한 번도 짐을 허물지 않고 운송하는 체계다. 김 예비후보는 "표준 규격을 지키는 농가에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주어, 제주 농산물이 전국의 첨단 물류 센터로 거침없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개별 농가가 값비싼 스마트·표준 팰릿을 직접 구매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공용화' 전략도 포함됐다. 국가 지원을 통해 농민들이 저렴하게 팰릿을 대여하고, 육지 도매시장이나 거점 물류센터 어디서든 반납할 수 있는 '공공 팰릿 공유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농민이 팰릿 회수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주며,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극대화하는 모델이다. 김 예비후보는 해수부 장관 직무대행 시절 보여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이를 국가 물류망과 연계하여 실현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스마트 콜드체인'으로 새벽배송 시장 장악

김 예비후보의 물류 혁신 종착역은 서귀포 농산물의 '시장 지배력 강화'다. 그는 RFID나 IoT(사물인터넷) 칩이 부착된 스마트 팰릿 도입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생산지부터 소비지까지 온도와 위치를 실시간 관리하는 '스마트 콜드체인(Smart Cold Chain)'을 완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서귀포 농산물은 수도권의 대형 자동화 물류센터에 별도 검수 과정 없이 즉시 입고가 가능해진다. 이는 최근 급성장 중인 온라인 새벽배송 시장 진출의 고속도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예비후보는 "불필요한 재작업 비용과 하역비만 줄여도 농민의 지갑에 들어가는 실질 소득은 크게 늘어난다"며 "대통령의 공약을 단기간에 완수했던 그 추진력으로 서귀포 농어민들의 삶을 바꾸는 물류 혁신을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 물류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 물류비는 제주 농민들에게는 늘 무거운 짐이었다. 김성범 예비후보가 들고 나온 '물류 혁신' 카드는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법 제정과 표준화, 그리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삼박자를 갖췄다는 평이다.

서귀포항서귀포항 전경제주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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