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개헌안 표결을 다시 시도하기 위해 이날 본회의 개회를 선언한 우 의장은 국민의힘이 개헌안과 50개 민생법안 전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개헌안을 상정하지 않고 산회를 선포했다.
남소연
지난 8일 39년 만에 추진된 개헌이 결국 무산되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직접 손 편지를 쓰고 여러 방송에 나와 개헌의 필요성을 호소했음에도 그렇게 되었다. 물론 개헌은 쉬운 일이 아니고 그래야만 한다. 헌법은 국가를 구성하는 나라의 최고 규범인데 개정이 너무 쉽다면 우리 사회를 떠받드는 체제가 안정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핑계나 지렛대 삼아 필요한 일조차 하지 않는 건 명백히 문제다. 이번 개헌안에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시하고 부마항쟁과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중요하게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시 국회의 승인 받는 걸 의무로 하고 48시간 이내에 승인 받지 못할 시 계엄의 효력이 상실되는 내용도 담겼다. 즉 대통령의 계엄권을 지금보다 더 큰 통제 아래에 두는 것이다.
이번 개헌안에는 최근 경험한 국가적 위기, 우연과 여러 변수가 겹치고서야 겨우 막을 수 있었던 국민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막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근본적으로 제도를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개정안에 논쟁의 여지가 있는가. 이번 개헌안에는 권력 구조나 임기제 형태를 바꾸는 내용도 없었다. 지방분권의 국가책임, 민주화 정신 수호 그리고 안전한 사회를 위한 계엄권의 제한이라는 내용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의원 전체 표결 불참을 선언하며 개헌을 제대로 표결할 수 없게 막았다. 심지어 8일 개헌안이 재상정되려 하자 필리버스터를 선언하며 다른 민생 법안을 인질 삼아 개헌의 물꼬를 끊었다.
국민의힘의 개헌 반대 명분이 얼마나 황당한지 많은 이들이 지적했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리고 지금의 국회 환경이 거대 여야가 협치하기에 얼마나 어려운 지도 이해해 보겠다.
하지만 단 한 번만이라도 이 모든 걸 뒤로 제치고, 오직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에 놓고 개헌에 대해 판단해줄 수 없을까. 2024년 12월 3일, 진영과 정파를 넘어서 모든 국민이 느꼈던 그 불안을 생각해 줄 수 없을까.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대체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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