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4일 오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조정훈
많은 사람은 "민주당 후보가 일부 경쟁력을 확보하면 지역주의가 약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독일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수 있다. 지역주의가 약해진다고 해서 반드시 정치 전체가 중도화되거나 진보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보수 질서가 흔들릴수록 더 강경한 보수 정치가 성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한국에서도 매우 높다.
과거 한국 정치에서는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대구·경북 청년층 일부는 오히려 70대 이상 고령층과 유사할 정도의 매우 강한 보수 성향을 보인다. 특히 안보 문제와 반중 정서, 젠더 갈등, 취업 불안 문제는 일부 청년층을 더욱 강경한 보수 정치 성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물론 이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나 대구·경북만의 특징적 사안이 아니다.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원래 인간은 더 강한 정체성과 단순한 해답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독일에서도 경제 불안과 난민 문제 속에서 AfD가 성장했다. 한국도 청년 세대가 장기 불황과 경쟁 압박, 계층 이동 불안 속에 놓이면서 강한 보수주의와 공격적 정치 언어에 더 쉽게 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워낙 바이에른처럼 지역 정체성이 매우 강한 지역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치 경쟁이 확대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탈보수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기존 보수 정당이 약해질 경우, 더 강경한 보수 정치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바이에른이 바로 그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확실히 오늘날 바이에른은 과거보다 훨씬 정치적으로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꿈도 못 꾸던 일로 녹색당과 사민당, 시민정당도 이 극보수 지역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극우 세력은 급속하게 그리고 매우 강력하게 성장했다. 곧 정치 경쟁의 확대가 자동으로 진보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정치 경쟁은 오히려 사회 내부의 다양한 욕망과 불안을 동시에 표출한다. 대구·경북도 앞으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곧 대구·경북은 장기적으로 지금보다 정치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결과는 단순히 "민주당의 성장"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바이에른과 마찬가지로 중도 보수, 지역주의 보수, 강경 안보 보수, 청년 극보수 등으로 보수 진영 자체가 독일보다 더 복잡하게 분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정당 교체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질이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특정 지역이 진보 지역이 되느냐 보수 지역이 되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정치 세력이 경쟁하면서도 민주주의 규범과 타협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바이에른이 보여주는 진짜 교훈은 여기에 있다. 바이에른은 여전히 강한 보수 지역이다. 그러나 바이에른 유권자는 이제 특정 정당 하나만 자동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다양한 정치 세력이 경쟁하며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 과정 속에서 민주주의는 더 복잡해졌고 동시에 더 역동적으로 변했다.
물론 대구·경북도 언젠가는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 변화는 단순한 "진보화"가 아니라, 더 복합적이고 더 불안정한 정치 다원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한국 정치가 앞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새로운 과제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를 둘러싼 "민주당이 잘하고 있으니 대구·경북에서도 진보가 약진할 수 있다"는 식의 기대는 한국 정치 지형, 특히 대구·경북의 구조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분석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위에서도 말 한 대로 "진보의 확장"이 아니라 "보수의 내부 분열과 재편"이다.
정치적 변화가 발생한다면, 진보의 침투가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의 정치 구조는 오랜 기간 동안 단순한 정당 지지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정체성적 선택에 가까운 형태로 굳어져 왔다. 이 지역에서 진보 진영이 의미 있는 외연 확장을 이루려면 정책 경쟁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치적 정체성 자체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정도의 구조 변화는 단기간에 일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선거 국면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변화는 대체로 "진보의 확장"이 아니라 "보수 내부의 분열"이다. 정치 지형이 흔들릴 때 반드시 진보가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보수 블록 내부의 재배열"이 먼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 유권자가 분열될 경우, 일부는 기존 중도보수에 남고, 일부는 더 강경한 극단적 보수로 이동한다. 반면 진보는 구조적으로 고정된 지지층 외연이 좁으면 확장보다 정체 혹은 축소를 경험하기 쉽다. 바이에른이 이를 실증하고 있다.
이 논리를 대구·경북 지역에 적용하면 유사한 해석이 가능하다. 대구·경북은 이미 보수 지지 기반이 매우 높은 지역이며, 진보 진영이 그 틈을 단기간에 파고들 여지는 제한적이다. 대신 정치적 변화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진보의 침투가 아니라 보수 내부의 분화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기존 보수 정당을 중심으로 결집해 있던 유권자들이 특정 이슈나 인물, 혹은 중앙 정치 갈등을 계기로 분화되면서 더 강경한 정치적 선택지로 이동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의 진입"이 아니라 "보수 진영 내 경쟁 구도의 변화"다. 곧 국민의힘 중심의 단일 보수 블록이 유지되기보다, 그 내부에서 더 강경한 정치 성향이 결집하거나 별도의 정치적 흐름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것이 독일 사례에서 AfD와 FW가 동시에 성장한 구조와 유사한 점이다. 물론 미국과 유사한 양당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한국 정치 지형에서 군소 신생 정당이 얼마나 힘을 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독일과 같은 내각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의 분열은 필연적인 일이고 그 결과는 민주당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대구·경북 지역의 정치 변화는 단순한 진보 확장 서사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예상을 해보는 것이다.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보수 내부의 재편과 경쟁 심화이며, 그 과정에서 정치 지형이 더 복잡하게 쪼개지는 방향이다. 진보의 약진을 기대하는 시각은 정치 지형의 "이동 가능성"을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고, 반대로 보수의 균열 가능성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다. 이번 선거를 이해하는 핵심은 "누가 이기느냐"보다 "기존 블록이 어떻게 갈라지느냐"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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