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성 천수각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현재 일본의 주요 사찰과 성의 입장료는 대부분 1천 엔 안팎이다. 오사카성 천수각도 1200엔이다. 천수각에 들어가기 위해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김용국
오사카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낸 날도 벌써 5개월이 되어간다. 예정된 반년 중 겨우 한 달이 남았다. 짧지 않은 기간 일본살이에서 느낀 것은 일본인은 대체로 외국인에게 친절하지만, 일본 정부의 정책은 결코 외국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400만 명이 넘는다. 이미 전체 인구의 3%를 넘어섰는데 노동력 부족 문제와 맞물려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특히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 고된 일을 도맡는 이들은 주로 동남아시아권 사람들이다. 내가 지내는 오사카 북부 지역도 편의점이나 식당 종업원,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외국인 노동자다.
현지 주민들은 "외국인 없이는 일본이 돌아가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외국인들의 입국·비자 심사 기준 강화, 귀화 체류 기간 변경(기존 5년에서 10년 이상), 영주권 요건 강화, 부동산 취득 규제 등 다분히 내국인들을 의식한 정책을 펴고 있다.
관광 등으로 일본을 단기 방문하는 이들도 갈수록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일본 한 해 관광객이 작년 처음으로 4천만 명(관광 소비액 약 9.5조엔)을 넘어섰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라면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일본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야심을 드러낸다. 일본 정부는 관광객은 물론, 관광 소비액도 지금보다 크게 늘려서 2030년엔 6천만 명, 15조 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출국세, 숙박세 인상에 입국심사 강화까지

▲일본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슬로건으로 내세운 '일본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라는 포스터를 일본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용국
당장 올해 7월부터 출국세를 1천 엔(9300원)에서 3천 엔(2만 8천 원)으로 인상한다. 혼잡과 소음 등으로 인한 관광공해 때문에 일본인의 일상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르면 2029년부터 입국심사를 강화하고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전자여행허가제(JESTA)'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는 한국처럼 무비자 국가 관광객들도 돈을 내고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올해 11월부터는 면세(소비세) 제도가 '매장 즉시 할인'에서 '출국 시 공항 사후 환급' 방식으로 바뀐다. 물건을 구매할 때 10% 소비세를 할인해 주는 대신 공항에서 증빙서류와 물건을 제시하고 환급을 받으라는 말이다. 공항에서 출국 수속에 바쁜 외국인들이 면세받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릴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뿐만이 아니라 지자체나 민간에서도 이런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주요 관광도시에서 받는 숙박세가 계속 인상되고 있고, 대상 지역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요사이 일본 관광지의 입장료와 교통 요금, 각종 패스 요금도 꽤 많이 올랐다. 현재 일본의 주요 사찰과 성의 입장료는 대부분 1천 엔 안팎이다. 오사카성은 원형천수각이 아닌데도 1200엔이다. 한국이 사찰 입장료를 대부분 폐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 음식점 등에선 외국인에게 돈을 더 받는 곳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마치 앞으론 값싼 일본 여행 기대를 접으라는 신호처럼 보인다.
지난번 연재 글(
이중가격제를 시행 중인 라멘집 기사)에 대해 포털사이트에 달린 댓글 중 가장 많은 내용은 '그런 가게는 가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리 단순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일본의 상당수 관광지에서 이른바 '오버투어리즘'을 내세워 외국인 혜택 폐지, 입장료 인상, 이중가격제 도입 등이 이미 시행되었거나 검토 중이다. 이중가격제 등은 계속 확대될 전망인데, 짧은 여행 동안 여행객들이 정보를 파악해서 그런 곳을 피해서 다닌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교토의 밤거리일본 교토 시조 가와라마치 인근의 밤풍경.
김용국
한국인이 많이 찾는 교토는 3월부터 숙박세를 인상했고, 이르면 내년부터 관광객들의 시내버스 요금을 2배가량 올리겠다고 한다. 현재 230엔인 요금을 시민 200엔, 관광객 등은 350~400엔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관광지로서의 혜택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 당국의 취지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는 주요 관광지 입장료, 외국인 대상 각종 패스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다. 낮은 엔화 가치를 고려하더라도 앞으로도 일본이 실속 있는 관광지가 될지 의문이다. 이래도 굳이 일본에 가야 하나는 말이 나올 법하지만, 현실은 일본 관광객 세계 1위가 한국인이다. 작년 한 해만 방문객이 945만 명이다. 14억 인구의 중국보다 더 많다.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을 관광객은 한국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항공권만 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버투어리즘, 요금 인상만으로 해결?

▲관광객이 장악한 '꿈의 대교'시즈오카현 후지시에 있는 '꿈의 대교'. 1년 내내 관광객들이 점령하고 있는 육교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듯했다.
김용국
물론, 일부 관광지에 과도하게 관광객이 몰리면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후지산이다. 후지산이 잘 보이는 인근 지역들은 관광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나 주택가 무단 침입, 차도 점령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월 시즈오카현 후지시를 찾은 적이 있다. 외곽에서 시내에 들어가기 위해 어느 육교를 건너려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곳이 후지산 명당 스팟인 '꿈의 대교'였다. 그곳엔 질서 안내를 맡은 현지인이 상주할 정도로 붐볐다. 결국 현지인의 안내로 겨우 육교를 건너긴 했으나 1년 내내 관광객들이 점령하고 있는 육교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듯했다.
올해 후지산 인근 어느 도시는 과도한 관광객 방문을 막기 위해 벚꽃 축제를 취소해 버렸다. 또한 현재 후지산 입산은 유료 사전 예약제와 인원 제한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곳곳에는 관광지가 아닌데도 영화나 드라마의 성지 혹은 유명 사진 스팟으로 유명해져서 관광객들이 몰린다. 이곳 주민들은 사유지 무단 침입, 소음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침해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일본 정부는 혼잡, 소음 등으로 주요 관광지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오버투어리즘 대책에 나서는 지역을 현재 47개 지역에서 100개 지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원은 관광객들에게 돈을 더 걷어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일부 관광객의 도를 넘는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일부 지역에만 관광객이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관광객과 현지인이 공존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가격 인상만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는 여행객을 계속 늘리고 소비액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가격 인상 혹은 이중가격제 도입만이 해법인지 고민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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