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2월 15일 심진구씨등 고문 피해자들이 '정형근 의원'이라며 고문을 했던 수사관의 몽타쥬와 남산 안기부 지하 취조실 측면도 등을 공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최경준
하지만 정형근 전 의원을 설명할 때 웃을 수 없는 논란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열쇳 말이 '고문'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60년대 학생운동에 발을 담갔던 그는 이후 극단적으로 진로를 바꾼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안기부 제1차장 등 대공수사 핵심 보직을 거친 '공안통'이었다. 특히나 이 과정에서, 고문·강압수사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1989년 서경원 전 평민당 의원은 본인의 밀입북 사건 조사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정 전 의원에게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 전 의원은 "2주 동안 잠을 안 재우면서 구타와 고문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방양균 전 비서관도 1999년, 정 전 의원을 직접 고문 가해자로 지목한 바 있다. "서경원 전 의원의 방북 당시 서 의원과 함께 안기부에 붙잡혀 정형근 의원으로부터 직접 고문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와의 관계를 부인하자 심한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고문에 못 이겨 "서경원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1만 달러를 전달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게 됐다고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서울지방검찰청은 정 전 의원을 2001년 이강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당시 공소장에 "정 의원이 1989년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으로서 밀입북 사건으로 구속된 서경원 전 의원과 방양균씨를 조사하면서 범행을 자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 전 의원을 심하게 구타한 사실이 있다"고 적시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 전 국회의원 고문 사건에서도 정형근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 전 의원이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의 고문 사실을 폭로하자 안기부·검찰·경찰 간부들이 대책회의를 열었고, 당시 회의에 정형근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단장 등도 참석했다는 것이다. 해당 회의에서 김씨에 대한 가족 면회와 변호인 접견 차단, 상처 치료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정형근 전 의원이 고문 수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가 "남영동 대공분실을 방문해 '혼을 내서라도 철저히 밝혀내라'고 말했다는 주장이었다. 당사자인 정 전 의원은 "내가 김씨 고문에 개입했다는 검찰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당시 고문 현장에 간 일도 없다"라고 맞섰다.
그 외에도 1992년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및 민족해방애국전선 관련자들의 증언도 논란이다. 2004년 12월, 당시 사건에 연루됐던 양홍관씨는 정형근 전 의원이 자신을 직접 고문했다고 증언하고 나섰다. 특히 당시 고문 과정에서 '막대기로 성기를 10여 차례 때리며 욕설을 했다'고 밝혔는데, 양씨는 출소한 뒤 그가 정 전 의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양홍관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의 심진구씨도 안기부의 불법구금과 고문수사를 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 전 의원도 가담했다는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 이런 고문 관련 의혹들은 2005년 KBS의 <추적 60분>으로 크게 점화하기도 했다.
[불체포 특권]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며 임시국회 뒤로 숨어
한동훈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공개적으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를 외쳐왔다. 그러나 정작 정 전 의원은 바로 그 불체포 특권을 악용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정 전 의원은 서경원 전 의원 밀입북 수사 당시 고문 관련 발언, 부산 집회에서의 '빨치산 수법' 및 '김대중 대통령 1만 달러 수수' 발언, 언론대책 문건 사건 관련 발언 등으로 고소됐다. 검찰은 정 전 의원에게 20여 차례 소환장을 보냈지만, 정 전 의원은 서면진술서만 내고 출석을 거부했다.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국회 비회기였던 2000년 2월 11일 정 전 의원 체포를 시도했지만, 정 전 의원은 "옷을 갈아입고 오겠다"며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잠그고 버텼다. 영장 집행에 실패한 검찰은 이후 영장을 재발부받아 다시 체포를 시도했지만, 한나라당은 당사 현관문을 잠그고, 의원·당원 등 150여 명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검찰 진입을 차단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체포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원내 다수였던 한나라당은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없다는 '불체포 특권'을 맞춤형으로 악용한 모양새이다. 검찰은 결국 2001년 1월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 표 좀 받겠다고 정형근을? 한동훈의 정치철학 다시 들여다볼 게 없다"

▲지난 2008년 11월 26일 정형근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쌀소득 보전 직접지불금 불법수령사건 실태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 건보공단 관계자들과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남소연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내는 등 정계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확실히 자리를 챙겼다. 그 와중에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인정되어 벌금 800만 원과 추징금 50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후 그는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지난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는 김문수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해 사법시험을 거쳐 검사가 된 후 보수 정당에 투신했다는 점에서 정 전 의원의 궤적은 한동훈 예비후보와 여정과 닮아 있다. 그러나 이처럼 논란이 가득한 인사에게 후원회장을 맡기면서 비판적인 평가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대구지역 진보언론 <뉴스민>의 발행인이자, 정치 평론가로도 활동하는 강수영 변호사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매우 실망스러운 행보"라며 "정형근이 부산 북구에서 3선을 했다고 하나, 그건 20년도 더 전의 이야기이고, 그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이용해 안기부 대공수사단장 시절 자행한 고문 범죄들의 처벌을 피했다는 점을 한동훈 후보가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실상 대중들에게 고문 하면 떠오르는 두 사람이 이근안과 정형근"이라며 "그는 단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사죄하거나 반성한 적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형근은 '일제 식민지 근대화론'을 설파하며 친일 사관을 주장하는 극우 단체,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상임의장을 지낸 인물"이라며 "하지만 부산 북갑에서 보수 표를 좀 받겠다고 색깔론 정치, 정치 검사의 원조격, 고문 범죄자, 불체포특권 남용의 대명사인 정형근을 후원회장으로 앉혔다면 한동훈 후보의 역사관과 가치관, 정치철학에 대해 다시 들여다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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