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11 10:46최종 업데이트 26.05.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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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정치인도, 당선이 확실한 강성 후보도 아니지만 6·3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손을 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작지만 큰 존재감이 있는 숨겨진 후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4월 30일 <오마이뉴스>가 소경준 노동당 파주시의원 후보를 동행취재했다.이진민

"제가 진짜 진정성 있는 후보가 맞을까요? 성소수자와 노동자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저 스스로 계속 되물어요."

인터뷰 내내 자신을 의심하는 후보가 있었다. 확신과 단언이 넘치는 선거판에서 그는 망설임의 언어를 썼다.

'우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 문구를 내건 소경준 노동당 파주시의원 후보의 정치는 2024년 12월 광장에서 시작됐다. 세상에 냉소적이었던 그는 광장에서 부끄러움을 느꼈고,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노동, 성소수자, 여성 인권 관련 활동을 했다.

그러나 소 후보는 여전히 자신이 누군가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묻는다. 지난해 파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철거 반대 집회에서도 그는 멀찍이 서 있었다. 자신이 남성인 만큼 성노동자 여성들에게 불편함이 되지 않을까 걱정해서였다. 그렇게 시민으로서, 활동가로서 살아온 그가 이제 정치 앞에 섰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30일 파주 용주골 철거 현장으로 향하는 그의 뒤를 따랐다.

다쳐도 침묵해야 하는 노동을 했다

4월 30일 <오마이뉴스>가 소경준 노동당 파주시의원 후보를 동행취재했다.이진민

오후 1시, 소 후보는 미리 적어 온 답변지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답변을 하다가 내려야 할 버스 정거장을 헷갈렸고, 길을 찾다가 금방 받은 질문을 잊기도 했다. 사회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1년 남짓인 그는 "사회나 정치 경험이 많지 않아 요즘 고민도, 생각도 많다"라고 털어놨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에 나섰다는 건 몇 년 전 노동자 소경준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소 후보는 20대 중반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을 했다. 생활비를 벌고 록 밴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쇼케이스 공연 한 번 하려면 드릴로 아스팔트를 깨는 일을 해야 했다. 하루 종일 드릴을 쥐고 있으면 손이 얼얼해 다음 날 악기를 잡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하루는 폐목재 더미 위에서 작업하다가 떨어졌다. 나뭇더미 사이에 숨어있던 못에 찔려 살이 찢어졌다. 며칠은 일을 나갈 수 없게 됐다. 사정을 설명하자 현장 작업반장은 "산재 처리를 신청하면 이제 일을 못 하게 될 테니 잘 생각해 보라"라고 했다. 그 말에 과거 발목을 다쳐 산재 처리를 요구하다가 동네 인력사무소에서 사라지게 된 이주 노동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잘'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소 후보는 당시를 떠올리며 "마음이 암담했다"라며 "노동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돌던 블랙리스트를 직접 체감한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공사장 밖에서도 현실은 다를 바 없었다. 정치 뉴스를 틀면 차별금지법은 번번이 국회에 묶여 있었고 정치권 비리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세상사에 점점 무감해졌다. 한때 2016년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소 후보의 흔적은 사라져갔다.

그러다 12·3 비상계엄이 터졌다. 순간 "진짜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소 후보는 "누구 하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니까 나라도 광장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2024년 12월 4일 파주에 살던 그는 한달음에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채 연단에 오르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소 후보는 "집회에서 성노동자의 발언을 들은 적 있다"라며 "그때 '나는 지금까지 배부른 소리만 하며 살았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나도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회고했다. 광장의 시민들은 결국 권력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그 경험은 현실 앞에서 무력했던 청년에게 확신을 줬다. 그는 "목소리를 내면 세상이 정말 바뀔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라며 "시민들의 힘을 느꼈던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광장에서 수많은 깃발을 올려다보던 순간이 지금도 기억난다. 소 후보는 깃발들을 대변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방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그는 "내가 출마해도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바꾸고 싶은 세상과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일매일 정책 고민뿐이라던 그는 덜컹대는 버스 안에서도 파주시 상수도 문제부터 청년 일자리 정책까지 말을 이어갔다.

배제된 당신의 손을 내밀어주세요

4월 30일 <오마이뉴스>가 소경준 노동당 파주시의원 후보를 동행취재했다.이진민

소 후보가 꺼낸 공약도 자신의 삶에서 출발했다. 다쳐도 산재를 말하지 못했던 경험은 4대 보험, 산재 보험료, 퇴직금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한 조례안으로 이어졌다. 성소수자 후보로서 동성 연인을 비롯해 누구나 가족을 이룰 수 있도록 생활동반자법 조례 제정도 약속했다. 그는 "모든 사람 안에는 저마다의 소수자성이 존재한다"라며 "이에 따라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정책으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오후 2시 20분, 소 후보는 파주 용주골에 도착했다. 그는 지난해 철거 반대 집회 때도 이곳을 찾았다. 당시 그는 "내가 남성인 만큼 성노동자 여성들에게 또 다른 불편함으로 다가갈까, 행여나 염려하겠다는 생각에 멀리서 지켜만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 많지만, 성노동자들이 사회에서 밀려나고 탄압받아 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 잔해를 밟으며 말없이 걸었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한참 서 있었다. 정답을 몰라서 나온 침묵은 아니었다. 용주골에 도착 30분 전, 이용객들로 붐비던 버스정류장에서 소 후보가 말했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게 어려워요. 내가 성소수자와 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맞나, 그럴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제가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를 내놓고 있는지 고민돼서요."

소경준은 망설인다. 누군가의 존재를 쉽게 정의하고 싶지 않아서, 자기 자질도 함부로 확신하지 못해서다.

4월 30일 <오마이뉴스>가 소경준 노동당 파주시의원 후보를 동행취재했다.이진민

"누구나 배제되고 소외되기 쉬운 세상 같아요. 자본의 논리 속에서 우리는 쉽게 사라지고 인정받지 못하니까요. 저는 소외된 사람들이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어요."

오랜 고민 끝에 나온 답이었다. 이날 처음으로 그는 답변지를 보지 않았다.

4월 30일 <오마이뉴스>가 소경준 노동당 파주시의원 후보를 동행취재했다.이진민

4월 30일 <오마이뉴스>가 소경준 노동당 파주시의원 후보를 동행취재했다. 소 후보가 미리 준비한 답변지를 읽고 있다.이진민
4월 30일 <오마이뉴스>가 소경준 노동당 파주시의원 후보를 동행취재했다.이진민

6.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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